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시골동네 집안에 성택이 아저씨가 계셨다. 어느 곳에나 꼭 한분씩 있는 그런 분, 술 좋아하시고, 평소 화내는 걸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그 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항상 즐거운 사람, 벌써 짐작을 하셨겠지만 좀 그런 분이었다. 자기 주관이란 게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장탄식을 한다. 동네 사람들이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아들이 자기도 모르게 고등학교에 합격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만 졸업하고 자기와 함께 농사짓기를 바랬단다. 술값 줄어드는 걸 걱정한다. 이런 속내를 털어 놓자니 동네 사람들이 놀릴까 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자식 똑똑한 게 불만인 상상과 이해불가다.
나중에 그 아들은 농협 지점장까지 한다. 자칫 집안이 주저앉을 뻔 했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때문에 대형마트까지 충격이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대형마트마저도 갈수록 인력을 줄이고 있음을 실감한다. 고객스스로 무인판매대를 이용할 줄 모르면 마켓도 드나들기 힘들어진 시대이다. 마켓 출구에는 나가는 손님 카트에 물건 체크하는 분들이 꼭 있다. 산더미 같은 고객물건들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일일이 체크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할 텐데도 오늘도 여전히 영수증에 열심히 마크하고 있다. 대부분 연세가 훌쩍 많은 분들이다.
‘I HATE IT’ 오늘 아침에 80이 넘었을 법한 하얀 할머니가 예전과 다르게 마커팬이 아닌 조그만 핸드스캔을 들고 영수증과 물건의 바코드를 스캔하면서 “그게 뭐냐?”고 묻는 나에게 짜증스럽게 내뱉은 말이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이론에서는 익히 바이블 같은 이야기가 요즈음에 새롭다. 윤석열 대한민국 검찰총장 지명자가 2013년 국정원 대선관련 국정조사 증인석에서 했던 말이다. 사건 수사를 맡고 있던 수사팀장에게 하겠다는 수사를 중도에 못하게 하고, 지방 평검사로 발령을 내 버렸다. 그가 조금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사표를 내버렸을 것이다. 어쩌면 아예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에 충성한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이고, 원칙론자의 길이다. 당시 법무장관으로 그의 명령권자로서 직속상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총장 내정사실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믿는다.’는 일성을 내보냈다. 도무지 앞뒤가 안 맞다. 자기의 위치에서 ‘직분에 충실하는 것’은 체제와 이념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냥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국가는 국민 각자에게 그런 시스템을 갖춰줄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노력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려는 것이 자유주의 체제를 유지 하는 핵심 가치이다. 그것이 바로 보수의 가치이고 행동이다.
세상은 반드시 옳고 바른 방향으로만 지속되지 않는다. 지나 놓고 보니 그렇다. 나라의 왕비가 궁전에서 남의 나라 군사들에게 무자비하게 목숨을 잃고 국왕이 일개 군사에게 무릎을 꿇고 국권을 넘겨줬던 이후로 서럽고 서러운 그런 치욕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고 했건만 그렇게 죽을 고생들을 하고 살아남아서 고작 한다는 것이 남북이 갈라져서 전쟁을 하고, 혈육간에 죽고 죽이도록 하는가 하면 남은 반쪽마저 자신들만을 위해 협잡하고 혹세무민하며 그 아픈 역사를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데도 이렇게 간극이 큰 것은 역사공부의 부재로 인한 역사인식의 고갈, 그리고 소통의 부재로 생각한다. 역사를 몰라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나이 들어가면서 ‘소통’이라도 해야 된다.
소통부재, 만난 지 오래되었다고 소통도 잘 된다는 건 넌센스다. 보통 마케팅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가장 먼저 물건이나 서비스를 건네주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고객명단 상위 리스트는 휴지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
소통되지 않는 오랜 인연은 오히려 서로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 부모자식간, 평생직장생활, 낯설지 않는 낡은 권력, 이를 극복해 내지 못하는 조직과 사회는 퇴행과 역주행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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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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