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로 페어팩스 카운티의 2019년도 고등학교 졸업식들이 모두 끝났다. 광역교육위원인 나는 매년 가능한 많은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도 특수교육학교를 포함해 총 27개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참석을 못 한 몇 학교는 사실 다른 학교들과 스케줄이 중복되어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두 참석하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교육위원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졸업시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모든 졸업식이 주는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졸업식 참석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뿐 아니라 육체적인 피곤함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졸업식 참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긴 시간 단상에서 점잖게 앉아 있는 것도, 모두 쉽지 않다. 그래서 매년 졸업식 시즌이면 직업인 변호사 일이나 개인적 일을 한 열흘 간 포기하고 졸업식에만 매달린다. 졸업식 참석을 다 마치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하고 피로 회복도 제법 오래 걸린다.
그러나 졸업식 만큼 즐거운 행사도 없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13년 간의 긴 공부 여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일단 마침표를 찍는 축하 행사이기 때문이다. 13년 동안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누가 보아도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든 아니면 사회에 곧 바로 진출하거나 군복무를 하든 이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에 그 동안 수고했다는 축하의 인사와 앞으로의 여정에도 행운을 기원한다.
내가 졸업식에 참석해 항상 하는 것 중 하나가 각 학교의 한인 졸업생 비율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비율 파악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실상이나 변화도 함께 가늠해 본다. 파악 방법은 졸업식 프로그램의 졸업자 명단을 통해서이다. 이번에도 예상과 마찬가지로 센터빌 고등학교에서의 한인 졸업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한인 학생도 없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한인 졸업생들 숫자가 현저하게 적은 곳들이 있다. 이에 나와 같이 졸업식에 참석했던 어느 정치인이 왜 특정 지역 고등학교에는 한인 학생들이 거의 없느냐고 물어 왔다. 해당 학교 학생들의 표준학력고사 평균성적 등 학업 성취도가 뒤쳐져서 그 학교를 기피하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이에 한인들을 학교 성적만 중요시 여기는 그룹으로 비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적절한 대답을 만들어 내느라고 진땀을 뺐다. 사실 현재 한인 학생들이 거의 없는 학교들도 다른 학교들에 비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좋은 대학 입학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데 한인 학생들은 외면한다.
또한 졸업식 참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좋은 연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여러 연설을 듣다 보면 비슷한게 많아 기억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이번에 들었던 젊은 한인 TV 리포터의 경험담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6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리포터는 보통 혼자 취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재 현장 취재를 급하게 맡게 되었다. 정신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물론 약 50 파운드나 되는 무거운 취재 장비를 들고 말이다. 화재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본인의 리포트를 녹화한 후 TV방송국으로 빨리 돌아가야 했다. 취재 녹화 테이프를 편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서둘러 현장으로 오느라고 본인의 차를 어디에 주차 했는지 생각 나지 않았다. 이에 차를 찾는데 30분이 걸렸다. 결국 마감 시간을 못 맞추어 뉴스가 못 나갔다. 다른 TV 방송국 뉴스는 모두 화재 소식을 전했는데 말이다. 그 날 밤 그 리포터는 집에 돌아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리포터 직을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포기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후 더욱 열심히 노력해 이제는 일하는게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살다 보면 실패나 실수는 누구한테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젊은 리포터나 고등학교 졸업생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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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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