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케스트라’(Hello?! Orchestra)는 2013년 국제에미상(‘아츠 프로그래밍’ 부문)을 수상한 MBC 다큐멘터리다. ‘안산의 작은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이 작품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한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면서 마음 깊이 응어리진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소외당하며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24명의 아이들에게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음악으로 이겨내고 세계정상의 연주자가 된 용재 오닐이 멘토가 되었다. 이들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무대에 오르는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또 다른 기적을 낳았다.
용재 오닐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이보영 PD는 그 특별한 경험을 책으로 펴냈고, 4부작 다큐는 영화(감독 이철하)로 만들어져 에미상을 탔으며, 함께 했던 제작진들도 각자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라고 해도 좋을 ‘안녕?! 오케스트라’는 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예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대상으로 선정돼 소외계층에 지속적인 오케스트라 교육과 공연을 펼치며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4명의 아이들은 부모가 중국, 일본,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 콩고 등 10개국 출신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아이도 적지 않다. 악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주어졌고, 아이들은 게임기 대신 활을 잡고 연주기법을 익혀가면서 용재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다. 바쁜 스케줄 탓에 자주 만날 수 없는 선생님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고 화상통화하며 목 빠지게 기다리는 아이들, 어느새 얼굴에서는 그늘이 거두어지고 웃음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을 갖고 무대에 오르게 된다.
6년전 보았던 이 다큐와 영화를 얼마 전 다시 보면서 또 다시 울고 웃었다. 귀엽고 엉뚱한 아이들의 천방지축이 재미있고, 불과 몇 달만에 연주실력이 쑥쑥 늘면서 밝게 변하는 모습도 놀랍지만, 중간중간 소개되는 아이들의 사연과 용재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슴이 에이듯 아프다.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서 태어난 ‘혼혈’ 자녀들이 학교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의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잡종년, 외국인새끼 등의 욕설은 일상이고 생김새가 다르다고, 말이 서툴다고, 부모의 출신국까지 놀림을 당하면서 어려서부터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살아간다. 우리가 미국의 인종차별을 이야기하지만 실상 한국처럼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용재 오닐은 워싱턴 주 시골에서 지적장애인 엄마를 둔 마을의 유일한 아시안 소년이었다. 그가 매일 겪어야 했던 조롱과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아직도 아물지 않은 그 상처를 열어 보일 때마다 그는 울먹이고 눈물 흘린다. “스쿨버스에 타면 늘 놀림당하고 밀쳐냄을 당했습니다. 눈이 찢어지고 코가 납작하고 얼굴이 납작하다고, 장애인 어머니를 가졌다고 말이죠. 그건 내 잘못도 아니고, 바꾸거나 고칠 수 없는 거잖아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로 인해 받는 차별의 고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습니다.”
일부러 눈을 크게 뜨고 다니기도 했을 만큼 괴로웠던 그가 같은 상처를 안고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은 음악이라는 친구였다. 그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이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16세 때 집을 떠난 후 철저히 혼자였던 세상에서 그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도 언제나 그의 곁에 있어준 음악이었다.
“활을 현위에 얹고 음 하나마다 내가 가진 모든 감정-아픔, 좌절, 고통을 담아 비올라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고백하는 그는 음악은 상처를 풀어내고 치유하는 배출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음악의 힘은 우리의 부정적인 경험이 삶을 파괴하도록 놔두지 않고 창조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 음악의 힘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녕?! 오케스트라’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 샌타모니카의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상영된다. 이 극장의 2018-19 시즌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활동해온 용재 오닐의 세번째 콘서트를 앞두고 특별 상영하는 것이다.(무료지만 예약해야 한다. www.thebroadstage.org)
지난 1년 동안의 레지던시를 통해 3회의 연주회를 비롯, 샌타모니카 칼리지 학생들과 대담 및 매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음악 시리즈를 기획해온 용재 오닐은 ‘안녕 오케스트라’ 상영에 기대감을 보이면서 “이 다큐를 찍은 2012년에만 해도 인종차별주의를 세계 전반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국만이 아니라 이곳 미국에서도 노골적인 차별행위가 용인되고 퍼트려지는 걸 보면서 대단히 슬프다”고 유감을 전했다.
한편 26일 오후 2시에 있을 마지막 콘서트에서 그는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브람스의 실내악과 존 하비슨이 그를 위해 작곡한 비올라 소나타를 미서부 초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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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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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댓글을다는 트럼프 지지자는 난 그들은 미국에서 사는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고싶다 미국에 대해 지난 일들을 말하는게 너무 많은게 틀리는 걸 보면.. 그래도 그렇지 트럼프를 지지하면 우리 한인들이 차별을 격을수도 있는데 무슨 한인들에 대 해 억하심정이있어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본인도 미국에 오거나 미국에사는 친척 친구들도 차별 를 당할 수있는데도 그 미치광이같이 혼자 날뛰는 그를 지지하다니 이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