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추웠다. 미국 중서부 지역은 물론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서도 매우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것이 견디기가 낫다.”고들 하지만 추위에 떨어본 사람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 지낸 어린 시절은 매우 추웠다는 기억이 있는데 요즘 방문해 보면 그런 추위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지구 온난화 영향이 제일 크겠지만 난방시설의 개선과 좋은 옷의 개발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 다니기 전까지는 어머님이 손수 털실로 짜주신 스웨터가 가장 좋은 겨울옷인줄 알고 입고 다녔었다. 그러다 학교에 가보니 각종 외투를 입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나서 더 따뜻한 옷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었다. 그러고 보니 싸구려 털로 짠 스웨터는 왜 그렇게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무겁고 따뜻하지 않은지 원망스러웠다. 어머님의 정성과 사랑의 따뜻함도 비싼 외투보다 추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에 갔더니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버스타고 내려서 골목길을 걸어갈 때 불어오던 칼바람에 속까지 추웠는데 어느 날 친구 아버님이 태워준 자가용을 타고 그렇게 따뜻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놀랐었다. 어머님께 그 불편함을 이야기했더니 분수에 맞게 정직하게 사는 것이 인간됨의 도리라고 하셨다. 그 시대에는 성실하게 본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정직하게 사는 것이 자신들의 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꽤 살게 되다보니 추위나 배고픔보다는 운동에 관심이 많아졌다. 뚱뚱하거나 배가 나오면 옛날의 사장님의 모습이지 요즘은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
운동도 다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간단하면서 시간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줄넘기’이다.
얼마 전에 좋은 줄넘기를 선배의사에게 소개 받았다. 손잡이도 잘 돌아가고 가는 철사를 꼬아서 만든 줄의 무게가 적당하여 잘 돌아간다. 두발로 같이 뛰면 무릎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권투 선수들처럼 한발씩 뛰는 방식으로 한다. 오랜만에 해보니 윙윙 돌아가는 줄에 자주 걸려 짜증이 난다. 내 몸이 무거워졌나? 그래도 자꾸 반복하니 솜씨가 좋아지고 있다.
줄넘기를 하다가 걸릴 때마다 왜 중단이 되었나 생각해보니 돌아가는 줄 안쪽으로 내 몸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줄밖으로 나가니까 걸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줄넘기는 ‘줄 안쪽으로 내 몸 지키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임을 알았다. 자신을 줄 안에서 지키지 않고 자꾸 선을 넘어 나갈 때 리듬이 깨지는 것을 깨닫는다.
운동에서뿐 아니라 자신을 인간됨의 선 안에서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해야 될 도리를 지키고 분수에 맞게 생활하며, 자기계발에 노력하면서 일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아닌가? 불필요한 경쟁,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 주위와의 비교로 인한 질투심, 명예욕 등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경계선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우리 몸 안에서도 끊임없이 자신 지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특히 많은 위장병을 보면 더 쉽게 이해된다. 초기 위염은 위가 자극이 되어 염증이 생기고 따갑다. 위염이 계속되면 만성위염이 되고 위 점막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할 수 있는데 이를 장세포화라고 부른다. 이런 경우 매년 1% 정도의 암 발생 확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세포화가 더 진전되면 위암의 바로 직전 단계인 형성 장애(dysplasia)로 발전하고 암으로 갈 수 있다.
위암은 한국인에게서 발생하는 암의 약 25%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장세포화 조직이 발견되면 적어도 1년마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몸의 많은 장기들이 암이 발생되기 전 형성 장애(dysplasia)의 과정을 거친다. 세포가 자신의 선을 안 지키고 제멋대로 뻗쳐나가면 우리 몸 전체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지구는 온난화가 되어 더워지는데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춥게 만든다. 열심히 살았지만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켜야 될 선들이 여기저기 얽히고설켜 풀기가 쉽지 않다. 옷도 좋아지고 차도 좋아졌건만 교육 문제, 노사갈등, 마약 문제, 도덕의 타락, 정치 대립, 빈부의 격차, 의료보험 문제들이 얽혀 아우성들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슈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선을 넘어가는 우리들의 부패와 죄악이 문제이다.
나는 오늘도 자꾸 걸리는 줄넘기를 풀어가며 자신 지키기를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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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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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무서워 하지않는 요즘 지구촌, 자기 할 일만이라도 한다면 본전은 빼고남지요. 건강, 금전, 직장, 이웃간 사이, 행복한 집안분위기,부부사이, 자식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