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지난 3월 중순 필자는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ific Command)의 초청으로 하와이에 가서 강의를 했다. 그 후 중국 베이징으로 가 중국 정부 관계자와 싱크탱크, 언론인, 그리고 비즈니스계 인사들을 만났다. 일주일 동안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최근 미중관계 흐름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현지의 분위기다.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중국 분위기는 미국이나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았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밀리면서도 ‘훨씬 차분해진 중국’을 본 것이다.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 ‘최악의 순간은 지났다고 본다.” 한 중국 언론사 중역의 관찰이다. “그것은 결코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앞으로도 ‘반중(反中)’ 정책’을 고수할 것임이 틀림없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악화되지만 적어도 미국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한 예측성이 높아졌다.”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 원년인 2018년 중국 주식시장이 무려 20% 하락한 것 역시 이러한 미중관계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컸던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중국 기업도 하나둘 씩 ‘미국 외의 다른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이 화웨이(Huawei)를 봐주거나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에서 잘해야 한다는 ‘방향감’과 ‘목표 의식’이 더 확실해진 면이 있다.
이제는 미중관계 악화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름 ‘생존’ 방도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인사의 말에서는 일종의 결기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중국은 내부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던 문화혁명도 살아남았다. 우리는 미국과의 갈등을 더 강해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이 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애초 ‘겸손 모드’에서 3월초 초강수 ‘반격 모드’로 돌아섰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는 위헌이라며 미국에 반기를 들고 아예 미국 정부에 대해 소송을 냈다. 이렇게 악수(惡手)를 두면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가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소송을 낸 것이다.
목적은 딴 곳에 있다. 미국이 아니다. 바다 건너 유럽 시장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화웨이에 대해서 여전히 유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고소함으로써 ‘판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유럽이 화웨이에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화웨이는 유럽에 기반을 둔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4분의1 밖에 안 되는 가격에 5G 인프라를 제공할 의향도 비췄다고 한다. 솔직히 이는 놀랄 만큼 매혹적인 가격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밀리면서도 은근한 자신감과 심지어 투지를 보이는 중국의 저력은 중국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그 핵심은 미국의 중국 견제로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밀리겠지만 결국 장기전에서는 ‘시간이 중국편이 될 것이다’라는 논리다.
우선, 미국과 무역 전쟁 때문에 중국이 미국 시장을 잃는다 해도 중국은 장기간 세계 2위경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2위 경제인 중국은 세계3위인 일본 경제의 거의 3배(IMF 통계)의 크기다. 이는 미국에게 두려운 일이다. 이는 미국이 ‘강하고 지속가능한’ 중국이란 2위의 추격을 계속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화웨이 기술력에 입증되었듯이 중국의 기술은 이미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또한 미중 갈등 사이에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좆아 미국 ‘반중 진영’에서 이탈해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2019년 3월 이탈리아는 G7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공식 지지했다. 3월말 유럽을 방문한 시진핑은 규모 면에서 미국이 이전에 시행했던 마셜프로젝트의 7배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우군을 유럽에서 더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기간 개최한 내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진핑이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한 말을 다시 인용했다. “중국은 날로 더욱 세계무대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한 가운데서 중국이 보이는 상당한 자신감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중 패권전쟁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전망은 최근 출간한 졸저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에 담았다.
<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짱꿰 빠냐 ??
한가지 분명한건 자국 돈나가는것만 아까워하는 트럼프이후 미국은 동맹국들을 잃고있는반면 중국은 동맹국들이 늘어가고있다는겁니다. 이건 러시아도 못이룬일이죠. 결국 단 하나 트럼프가 애써 보호해주는 집단은 미국 1% 상위권들입니다. 트럼프 이후 이들의 수입은 기하학적으로 늘어났죠. 이들 1% 상위권이외에 쓰는 나라돈은 트럼프는 다 아까워하고있읍니다.
똑같은 한가지 사실을 놓고 보는데 분석결과는 극과 극... 이래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도 일단 걸러서 들어야 한다. 어용교수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차분한 것이 아니라 풀이 죽은 것이지.부채도 많고 통계도 많이 조작해 많은 학자들이 성장률이 1%대라고 하던데.안팔리는 아파트가 무려 5천만채가 넘고. GDP보다 더 중요한 개인 순자산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반면 미국은 35%. 빚의 빚을 내어 내수를 살리려지만 자본 수익률이 마이너스. 해서, 곧 툭치면 쓰러질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