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부분 소화관 손질해야, 이물감·쓴맛 줄어들어
▶ 부패 속도 빨라 급속 냉동 필수, 첨가물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을
저렴하고 쉽게 살 수 있는 새우는 간단하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다.
냉동 새우를 사용해 요리를 할 때는 해동에 주의해야 한다. 온도 차이를 급격하게 주지 않으면서 해동해야 식감과 맛을 살릴 수 있다.
저렴하고 쉽게 살 수 있는 새우는 간단하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다.
딱 10년 전 이맘때였다. 8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 일정을 잡는 가운데 차를 몰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미국 동부의 최북단 주인 메인의 포틀랜드까지, 왕복 4,000㎞의 여정을 일주일 정도에 소화했다. 별 생각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메인 주에서는 명물이라는 랍스터롤을 먹었다. 각기 다른 파란색으로 빛나는 하늘과 바다 아래 요트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을 여름이 여러모로 제철이었겠지만 평생 다시 못 올 것 같은 기분이라 별 생각 없이 먹고 왔다.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 시켜 먹고 나오는데 회색 하늘에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있었다. 저 너머의 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동네를 떠났다. 그리고 봄에 돌아왔다.
비싼 랍스터 대신 작지만 알찬 새우 10년이 흘러 2019년 1월, 마트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항공직송 활 랍스터 1만4,800원(450g 내외/1마리/냉장/미국산).’ 굳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삶아 껍데기를 벗겨 내는 과정도 번거롭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처럼 가재도 게마냥 수율(껍데기와 살의 비율)이 높은 식재료가 아니다. 무게 대비 20%만 살이니 450g짜리 바닷가재라면 살은 고작 90g 남짓이다. 게다가 450g, 즉 1파운드짜리 바닷가재는 ‘병아리’로 분류되며 애초에 상품 가치가 높지 않다. 그보다 더 가벼운 개체는 포획과 매매가 아예 불가능하다. ‘랍스터라는 해산물을 먹는 기분’을 내고 싶다면 아무래도 좋겠지만 들인 노력과 수고, 돈에 비해 맛의 경험은 썩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대안으로 새우를 권한다. ‘꿩보다 닭’이라지만 가재에 견주어 새우를 열등한 식재료 취급할 이유는 없다. 쉽게 살 수 있고 손질도 대체로 잘 되어 있으니 요리만 적절히 하면 된다. 혹 냉동 제품을 사더라도 개체가 작으니 해동과 조리 모두 금방 할 수 있다. 그렇다. 새우는 작다. 하지만 나름의 질서 혹은 서열이 있다. 우리도 ‘알새우’니 ‘중하’, ‘대하’ 등으로 계란과 흡사하게 분류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체계가 존재한다. 몇 마리가 모여야 1파운드(약 454g)를 이루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각각 21~25마리와 15~20마리가 1파운드를 이루는 새우가 있다고 치면, 후자가 좀 더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크더라도 여전히 작은 해산물이 새우이므로, 짧은 시간이나마 조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출발점은 손질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사실 새우의 등은 고래가 싸우지 않더라도 터져야 한다. 몸통에 가늘고 검은색의 소화관을 들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식 마늘 새우 요리(감바스 알 아히요)든 튀김이든, 껍데기를 발라 조리한 새우의 등에 검은 줄이 가 있다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한다. 먹어도 해롭지는 않지만 그만큼 음식점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냉동된 새우는 해동부터 신중하게 새우를 잘 고르면 손질에 대한 고민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가리와 껍데기는 물론 등을 갈라 소화관까지 발라낸 손질 새우를 사서 쓸 수 있다. 하지만 해산물이라면 냉장 제품을 사야 하는 게 아닐까. 생선이 싱싱할수록 냉장 상태로, 또한 머리부터 꼬리까지 붙어 있는 채로 팔지 않던가. 대체로 맞지만 새우라면 예외일 수 있다. 빨리 죽어 부패가 시작되는 갑각류이므로 최소한 대가리라도 빨리 떼어 냉동해야 선도가 더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살아서 움직이는 새우가 아니라면 냉동된 것을 해동시켜 팔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마트 등에서 팔리는, 껍데기와 대가리가 제대로 붙어 있는 녀석들 말이다. 생물도 아닌 데다가 손질까지 해야 한다. 머리를 따내고 등을 껍데기째 가위로 갈라 이쑤시개로 소화관을 들어낸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한다면 처리도 좀 난감하다. 냉동식품에는 ‘해동 후 재냉동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한 번이라면 모를까, 녹인 것을 다시 해동하면 식품 위생 및 안전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질감이 대폭 나빠진다.
냉동 손질 새우를 사면 이 모든 번거로움을 일절 겪지 않고 필요할 때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다만 모든 냉동 새우가 똑같지는 않다. 한 덩어리로 육면체를 이룬 제품이라면 해동되어 팔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 톱으로 썰지 않고서는 필요한 만큼 개별 해동을 할 수가 없으니 울며 겨자, 아니 새우 먹기로 전부를 한꺼번에 해동해 먹어야만 한다. 게다가 덩어리이므로 표면적이 적으니 해동도 한참 걸린다. 큰 얼음을 작게 조각내면 빨리 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개별 급속 냉동 새우(IQC, Individually Quick Frozen)만이 구세주이다. 말 그대로 새우를 한 마리씩 급속 냉동해서 포장한 제품이다. 한 마리든 열 마리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다. 다만 고를 때 원재료 목록을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새우 100%이거나 소금만 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중인산(polyphosphates)류의 첨가물을 쓰는 경우가 있다. 새우나 가리비 관자처럼 살이 무른 해산물의 단백질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식품첨가물에서 살펴 보았듯 인체에 해롭다고는 볼 수 없으나, 해동 후 조리를 시작하면 수분이 빠져 나와 요리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가재 대신 새우를 선택했고 특성을 살펴 보았으니 본격적으로 조리를 할 차례이다. 일단 해동부터. 모든 식재료가 그렇듯 해동은 두 갈래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완행’이다. 말 그대로 온도의 변화를 급격하게 주지 않고 최대한 서서히 해동하는 방식이다. 손이 덜 가고 속도 편한 것은 물론 훨씬 안전하다. 냉동실의 재료를 전날 밤 냉장실로 옮겨 두면 끝인데 요리 계획을 미리 세워둔 경우에 선택한다. 밀폐 용기나 지퍼백 등에 필요한 만큼 담고 쟁반이나 접시로 받쳐 냉장실에 옮긴다. 8~12시간이면 원래 냉장 보관한 상태처럼 해동된다. 한편 퇴근길에 갑자기 ‘오늘은 냉동실의 새우다’는 생각이 갑자기 나 요리를 하는 경우라면 ‘급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재료를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물이 담긴 사발이나 냄비에 담는다. 그대로 개수대에 놓고 수돗물을 추운 날 동파 방지 하는 것처럼 졸졸 틀어 둔다. 온도 차를 최대한 줄이면서 해동하므로 완행과 같은 원리지만 해동 속도가 훨씬 빨라 새우의 경우 30분 안에 해동된다. 퇴근 길에 새우가 생각났다면 귀가-새우 꺼내 놓기-샤워-요리 준비의 과정을 다 거쳤을 때쯤 해동이 끝날 것이다.
야채와 버무려 빵에 끼워 먹거나, 마늘 기름에 넣어 먹거나 새우 450g을 기준으로 두 가지 요리 만드는 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 요리는 새우롤(Shrimp Roll)이다. 꿩 대신 닭, 가재 대신 새우 샐러드를 빵 사이에 끼워 만든다. 해동된 새우를 접시나 쟁반에 올리고 종이 행주 등으로 가볍게 물기를 찍어낸 뒤 대기시키고 맛국물(Court Bouillon)을 준비한다. 연약한 새우가 필요 이상의 고통, 즉 과조리를 겪지 않도록 은근하게 삶는 한편 맛도 불어넣어 주는 일석이조의 국물이다. 파와 마늘 같은 향신채와 레몬즙, 통후추, 설탕 1큰술, 소금 1자밤을 냄비에 새우와 함께 담고 물을 전체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중불에 올려 종종 저어주며 새우가 분홍색을 띨 때까지 은근히 삶는다. 온도계가 있다면 물의 온도를 섭씨 75도로 유지한다. 큰 새우(21~25마리)라면 8~10분 익힌 뒤 불에서 내려 뚜껑을 덮은 채로 2분간 둔다. 그 사이 얼음물을 준비하고, 2분이 지나면 새우를 건져내 담근다. 3분 뒤 건져 해동했을 때처럼 접시나 쟁반에 담아 종이 행주로 물기를 찍어낸다. 넉넉한 크기의 주발에 마요네즈와 샬롯, 건져낸 새우를 담아 잘 버무린다. 핫도그나 햄버거, 혹은 식빵 사이에 끼워 먹는다. 잘게 썰거나 다진 샐러리를 함께 버무리면 한결 더 맛있다.
두 번째 요리는 감바스 알 아히요다. 음식 이름에 마늘이 들어가는데다 한국은 마늘나라이니 세 겹에 걸쳐 마늘 맛을 내 보자. 일단 마늘 두 쪽을 칼로 다지거나 강판으로 갈아 올리브기름 2큰술, 소금 한 자밤과 함께 새우에 버무려 30분 동안 재운다. 그 사이 마늘 기름을 준비한다. 식칼을 눕혀 마늘 네 쪽을 눌러 으깨 올리브기름 6큰술과 함께 지름 30㎝짜리 팬에 올린다(새우 사이의 공간이 여유로워야 금방 익으니 팬은 최대한 넉넉한 걸 쓴다). 가끔 저으며 마늘이 노릇해질 때까지 익힌 뒤 불에서 내린다. 기름이 완전히 식으면 마늘을 건져내 버린다. 이제 마늘 여덟 쪽을 아주 얇게 썰어 이미 마늘 맛이 밴 기름에 월계수잎, 고춧가루 등을 더해 약불에 올려 4~7분 익힌다. 마늘이 타면 쓴맛이 나므로 주의한다. 불을 중약불로 올려 재워둔 새우를 한 켜로 더해 2분가량 익힌 뒤 뒤집어 다시 2분 더 익힌다. 센 불로 올려 셰리 식초(다른 식초나 레몬즙으로 대체할 수 있다), 파슬리를 더해 15~20초 동안 팬을 열심히 흔들어 전체를 잘 아우른 뒤 오목한 접시에 담아 바로 먹는다. 새우와 마늘맛이 담뿍 밴 기름에 껍데기는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빵을 찍어 먹으면 맛있다.
새우 맛 살려주는 마요네즈 만드는 법 튜브에 든 기성품을 언제라도 편하게 쓸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열 번에 한 번쯤은 마요네즈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재료가 간단할뿐더러 약간의 팔힘만 들이면 만들 수 있다. 한편 유화를 시키며 마요네즈의 부피가 커지는 광경에서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계란 노른자 1개분(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본 연재의 1화 참조)을 넉넉한 크기의 유리 혹은 스테인리스 주발에 담는다. 소금 2분의1 작은술과 레몬즙 2작은술, 물 1작은술을 더해 거품기로 잘 섞일 때까지 휘젓는다. 이때 물에 적신 행주로 고리를 만들어 밑에 둘러 주면 주발이 흔들리지 않는다. 한 손으로 거품기를 휘저으며 식용유를 한두 방울씩 떨궈준다. 유화가 일어나 농도가 짙어지고 부피가 커지기 시작하면 조금 더 과감하게 기름을 섞으며 휘젓는다. 계란 노른자 1개분으로 식용유를 최대 250ml까지 유화시킬 수 있다. 맛을 보고 소금과 레몬즙으로 간을 맞춘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사흘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레몬즙, 다진 마늘이나 샬롯, 좋아하는 허브로 맛을 한 켜 덧붙일 수 있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이나 노약자라면 날계란을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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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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