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의 과제와 시험 등을 평가하고 학점을 매기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평가를 받는 학생들 못지않게 평가를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도 마음을 졸일 때가 있다. 특히 성적이 시원치 않은 학생들한테는 어떤 점수를 주어야 할지, 또 어떻게 하면 다음 학기에는 좀 더 잘하도록 조언하고 격려할지 고민한다.
학생들 평가를 마치고 나니, 문득 올 한해 긴박하게 돌아갔던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 전문가 입장에서 문정부의 2018년 외교를 주요 분야로 나누어 평가해 본다.
남북관계: 문정부가 올해 최대 역점을 둔 분야는 남북관계 정상화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한반도는 최악의 긴장상태에서 군사적 갈등의 위협까지 느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급반전되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며 3번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부에선 남북 간에 쇼를 하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하고, 문정부의 역할이 운전자인가 중재자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긴장과 갈등에서 평화와 대화의 모드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너무 북한문제에만 집중하는 외골수 외교를 한 것이나 보수/야당세력을 껴안고 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A-)
한중관계: 최대 갈등요인이었던 사드 문제를 봉합하면서 한중 관계가 회복된 것은 다행이지만 새로운 대중 전략과 정책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미중 간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그 여파로 한국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경제상황은 악화되었지만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자주 방문하며 느낀 점은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국수주의가 고조되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새해엔 좀 더 적극적으로 대중 전략과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B)
한일관계: 한일관계는 김영삼 정부 후반기 이후 2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맺었던 위안부 협정의 사실상의 파기와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로 한일관계는 상당기간 냉각될 것으로 보이지만 마땅한 출구가 없다. 일본 내 전문가나 지식인층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제 우린 할 만큼 했으니까 한국 맘대로 해라”라는 식의 냉소적인 기류가 강하다. 비교적 친한파인 인사들조차도 문재인 정부가 너무 정치적인 접근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해에는 과거사 문제를 관리하면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이슈, 예를 들어 한국청년의 일본취업 확대와 같은 공동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C-)
한미관계: 겉으로는 안정적인 듯 했지만, 실제론 아슬아슬한 때가 많았고 향후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다. 대북정책을 놓고도 큰 이견은 없는 듯했지만 문정부가 너무 앞서간다는 볼멘소리가 워싱턴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해제에 한국이 미국보다는 오히려 북한입장에 서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있으며, 방위금 분담이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해서도 양국 간 의견차가 더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비핵화, 제재해제, 관계 정상화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떻게 한미 간 공조를 취하며 대북문제를 풀어갈지가 최대관건이다. (B)
총평: 2018년 문정부의 외교적 성과는 대북정책을 제외하곤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년에 좀 더 나은 성적을 받으려면, 우선 외교안보팀을 재정비하여 좀 더 균형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의 리더십을 일신하고, 미.중.일.러의 대사들도 교체해야 한다. 현 4강 대사는 모두 대선캠프 출신들로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힘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지 언어능력의 미흡 등 전문성이 떨어지고 부임지 내 인적 네크웍이 부족한 점이 한계로 나타났다.
한국처럼 대외관계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교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젠 정치적 고려보다 전문성 위주로 새롭게 팀을 정비하여 2019년에는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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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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