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야’에 나오는 합창곡 ‘할렐루야’는 성탄절에 교회에서 자주 공연되는 곡이다.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곡이 연주될 때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는 전통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270여년전 이 곡을 듣던 영국 왕이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일어섰으며, 그때부터 이 합창곡이 연주될 때는 모든 사람이 일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이 다니는 교회의 예배에서 성가대가 ‘할렐루야’를 연주했다.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마자 그 ‘전통’을 아는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섰고, 순식간에 예배당 안의 모든 사람이 기립했다.
전에는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기가 싫었다. 지금이 군주시대도 아니고 내가 영국 국민도 아닌데 이 노래만 나오면 자동인형처럼 다같이 일어선다는 사실이 식상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이심전심이었는지 옆자리의 남편도 일어서지 않았다. 1,000여 교인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나 보다.
그때부터 뒤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저 두 사람은 일어서지 않느냐는 이야기인거 같았다. “이 노래 연주할 때는 일어서야 하는데 그걸 모르나봐… 다들 일어서면 일단 무조건 따라 서야 되는거 아닌가… 할렐루야 연주하는데 끝까지 앉아있네…”
우리가 무식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일어서고 안 일어서고가 ‘할렐루야’ 합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연주 내내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들으면서도 계속 앉아있었던 우리가 더 지독했을까.
조지 프레드릭 핸델은 평생 42개 오페라와 29개의 오라토리오, 120여 칸타타를 썼다. 그중에서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이 ‘메시야’이고, 그중에서도 2막에 나오는 ‘할렐루야’가 가장 유명하다. 불과 24일 동안 작곡했다는 대작 ‘메시야’는 1742년 더블린에서 초연됐고, 이듬해 런던에서 처음 연주됐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이 런던 초연에서 ‘할렐루야’ 합창이 나오자 조지 2세 왕이 일어섰다는 것이고, 왕이 일어서면 무조건 따라 서야했던 당시 관습에 따라 ‘할렐루야’ 연주의 일동기립 전통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1743년의 런던 초연에 왕이 참석했다는 증거도 없고, 심지어 조지 2세가 ‘메시야’ 연주에 참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엔 왕이나 왕족이 공연에 참석하면 이 사실을 신문이 보도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사가들은 조지 2세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핸델의 오라토리오는 ‘사울’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설에는 왕이 연주회에 지각했는데 마침 ‘할렐루야’ 합창 때 들어오는 바람에 다들 일어났다고도 하고, 왕이 음악을 듣던 중 화장실이 급해서 일어섰다고도 한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왕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일어났다는 분석도 전해진다. 영국왕은 성공회 수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할렐루야’ 가사 중 ‘왕의 왕 또 주의 주’가 반복되는 부분에서 왕이 경의를 표함으로써 국민들도 자신에게 절대적 경의를 표하도록 유도했다는 설이다.
그런데 18세기 영국왕의 참석 여부나 기립 여부가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현대인에게 중요한 사건일까? 근거 없는 전통과 설에 따라 전 세계인 모두가 여전히 일어선다는 사실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 곡의 장엄함에 감동받아서 혹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서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남들이 다 그러니까, 혹은 그 전통을 알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무조건 일어서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메시야’와 ‘할렐루야’ 연주는 교회가 아닌 곳에서도 자주 열리고, 이 자리에는 무 종교자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일어서지 않을 자유가 허용되기를, 음악의 본질과 상관없는 일을 가지고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흘겨보고 눈총주는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참견의 눈길을 부디 자신에게로 돌려서 내적 성찰을 키우며 살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2018 세밑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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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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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댓글들을 보면 왜 소위 크리스찬들이라는 사람들이 일반인들에게 경원시되는지를 알수가 있겠다.
한국일보의 논설위원이라는 자의 수준이 이정도 입니까? 논설위원이라는 직책이 부끄럽지 않습니까?이런글 쓰고..ㅉㅉㅉ.
아래의 “...일단 무조건...” 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은 표현 은 저자의 속마음과 인격이 드러나 보이는 대목이다. “그걸 모르나봐… 다들 일어서면 일단 무조건 따라 서야 되는거 아닌가”
거듭난 기독교인이 아닌것 같군요.정숙희씨께 묻겠는데요.한국일보의 회장님이 옆에 있으면 그대로 앉아 있을 겁니까?하나님을 경외하는 표현이라 보면 됩니다.ㅎㅎ
f9fonly 아이디 쓰시는 분. 님의. 의견도 존중 합니다. 다만 올리신 글 내용 중에 할렐루야 찬양은 ‘노래’로, 신도들이 교회에서 예배중의 찬양 듣는 행위를 축구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행위와 비유한 것을 미루어 볼때 기독교 초신자 아니면 크리스천이 아닌걸로 추측 되기에 다른 날도 아닌 거룩한 성탄절에 하나님을 거론 하는 논쟁은 피하고 싶군요. 성탄일을 맞이 하여 뜻깊은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