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칸, 나 옮기게 되었어. 자주 연락하자구”. 쿠퍼티노와 이곳 멘로팍 등 실리콘밸리 2군데에 거점을 두고 조용한 가운데 바삐 움직이던 나의 첫 이집트인 친구 아미르가 아주 오랜만에 나타나서 서운한 듯 악수를 건넸다.
내 자리 바로 옆에 책상을 두고 인공지능 AI를 활용한 빅 데이타 처리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부드러운 성격의 좋은 친구이다. 22세에 NYU를 졸업하면서 창업해 17년째 몇 개의 기업을 설립한 그는 회사의 기술담당 최고책임자(CTO)와 함께 와서 여러 비품들을 차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100만 달러에 가까운 펀딩을 받게 되어 직원을 더 채용하면서 쿠퍼티노 사무실을 확장해 그쪽으로 통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곳엔 일주에 한두번 나오던 친구였으니, 함께 일할 때도 좋았지만, 그가 없는 동안 나는 옆자리 공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어서 더욱 좋았었다. “아미르, 넌 최고의 이웃이었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지” 하니, 그도 아이처럼 가식 없는 얼굴로 웃음을 터뜨린다.
다수가 사무실을 공유하며 일을 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아미르처럼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옆자리 동료와 떠드는 40대 초반의 인도인 엔지니어인 라즈 같은 친구도 있다. 조용한 업무환경에서 짧고 낮은 톤의 업무적인 이야기는 서로서로 눈감아 주지만, 긴 전화 통화나 장시간 대화가 필요할 때는 회의실이나 바깥의 정원, 또는 자기 차로 가는 정도의 에티켓은 상식이다.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하며 기다리다 보면 30분이 넘도록 흥분된 이야기를 계속해 업무집중에 엄청 방해가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은 이렇듯 많은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공유 사무실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 업계에도 차량공유기업 우버나, 숙소공유 비즈니스 모델의 에어 비앤비 같은 공룡기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페이스북 광고로 자주 눈길을 끈다 싶었던, ‘우리는 일한다’라는 친근한 의미의 ‘위워크 닷컴(WeWork.com)’이 바로 그 회사다. 2010년 뉴욕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디스트릭의 초현대식 61층의 세일즈포스 닷 컴 신사옥에다 36층부터 위로 3개층을 임차해 제2의 본사를 개설하고 베이 지역에 대한 영업확장의 포문을 열자마자 700개의 책상 중 임대용인 350개를 순식간에 매진시켰다는 소식이다.
나도 만약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했다면 36층에서 아름다운 금문교와 베이 브리지를 조망하면서 멋지게 일할 수 있는 위워크 공유사무실을 당장 빌렸을 것 같다. 일본 최고의 갑부가 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지난 8월 중국 위워크 사업에 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프로젝트에 참가한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총 30억달러의 투자를 약정하면서 위워크 닷컴의 기업가치를 450억달러로 키웠다는 소식이다.
다소 생소한 기업인 ‘위워크 닷컴’은 이번 손 회장의 투자로 스타트-업 중에서 72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1위인 우버를 바짝 따라붙으며 단숨에 기업가치 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혁명적 질풍은 과연 어디까지 불지 보통 흥미가 유발되는 것이 아니다.
1년의 시간이 어릴 적 겨울방학 한달 지나가는 정도의 느낌으로 빠르게 지나가니 가는 세월이 어찌 무상타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제 겨우 한 주 달랑 남은 다음 주를 보내고 그 다음 주가 되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저물 2018년 무술년 한 해를 차분히 되돌아본다.
대체로 평년작 이상의 평점을 줘도 괜찮을 한 해였다. 귀한 만남도 있었고, 직접 뵐 수는 없었지만 귀한 분들로부터 걸려온 고마운 전화는 메마른 나의 가슴 한켠을 따뜻이 적셔주었던 한해였다.
많은 애를 썼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져 가슴이 쓰렸던 공허한 자리에는 어디선가 날아든 예상 밖 전화 통화로 더욱 큰 기쁨의 꽃이 피기도 했었다. 어질고 진실한 이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내 가슴을 고동치게 한다.
올 한 해를 우여곡절 속에 보내며 감회에 젖어 있을 많은 사랑하는 이들의 노고를 함께 위로하면서, 힘차게 떠오를 2019년 기해년 새해에도 내게 생길 알 수 없는 모든 일들을 벅찬 마음으로 담담히 맞아들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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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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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하나, 그 지구촌에 함께 염치를 지키며 서로 돕고 살 때, 우리모두는 친구고 동료고 행복한 한 가족이 될수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