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제정세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핵무장 완성을 선포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심각히 고려했다. 2018년 한반도는 전쟁 위기를 넘어 오히려 북핵 폐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남북한이 군사적 신뢰조치에 합의했고 사상 최초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방문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의 핵 폐기와 남북한 관계에 대한 2019년 전망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간 김 위원장은 기존 핵 폐기를 위한 대화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필요조건만 맞춰준다면 핵 폐기까지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폐기라는 원칙을 국가 이익으로 인식하면서도 한반도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미국 영향력의 일방적 확대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공존, 공영, 점진적 평화통일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국제공조를 병행 추진하면서 북한의 핵 폐기를 추동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들 입장은 비교적 상수에 가깝다. 미국의 입장이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 백악관 내에는 적어도 북핵과 관련해 네 가지의 다른 입장들이 혼재해 있는 듯 보인다. 첫째는 완전한 북핵 폐기론으로 안보 중심의 시각을 지닌 국방부 쪽에서 많이 들린다. 둘째는 북핵의 완전폐기를 주장하나 미중 전략 경쟁을 상위의 개념으로 놓고 북핵 문제를 활용하려는 전략파들의 목소리다.
셋째는 핵 비확산론의 입장에 선 주장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타협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 국무부 그룹에서 많이 들린다.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국내 정치적 이해가 중요하고 입장이 가변적이다. 거기에 미국 의회나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트럼프의 북핵 협상에 대해 냉소적이다.
현재 트럼프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추진할 가능성은 점차 협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북핵 폐기를 실천하기보다는 ‘장기전과 이익 챙기기’ 전략으로 선회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의 국내 정치 셈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 예상대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함에 따라 트럼프의 북핵 폐기 관련 정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북핵 폐기 관련 로드맵을 완성해 북미를 적극 설득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 순응 수준에 따라 국제 대북제재 레짐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북한에 제공할 경제적 인센티브는 분명히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당근 없는 채찍은 반발만 강화시키고 북한의 순응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동시에 김 위원장을 설득해 현재의 상징적인 폐기 조치에서 보다 실질적인 폐기 조치 단계에 들어서도록 하는 핵 폐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영변 등 주요 핵시설 사찰을 과감히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남북한 모두에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북핵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포석을 까는 외교를 해야 한다. 북미 간 타협으로 북한의 과거 핵 역량을 일부 보유하는 것으로 귀결될 개연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이는 한반도 안정화의 희망을 넘어 역내 불안정의 도미노 현상으로 악화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역내 핵 확산은 물론이고 ‘대만의 북한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과정은 한국에는 상당한 외교·안보·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세 번째, 북핵 위협에 대한 대비에 초점을 맞춘 국방개혁을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속 추진해야 한다. 남북대화 시기를 빌미로 이 개혁 방향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힘에 입각한 평화’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평화를 통한 비핵화’ 전략은 국민들에 대한 약속이고 이 정부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역설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방향은 남북 관계 안정화와 북핵 폐기에도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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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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