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노스페이스 (The North Face)는 야상, 셔츠, 신발, 백팩, 텐트, 침낭 등을 파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다. 1966년에 더글라스 톰킨스와 그의 부인이 시작한 브랜드는 성장을 거듭하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캠핑이나 하이킹 등 아웃도어 매니아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고루 사랑 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노스페이스가 유명해지자 노스페이스 외투가 고가임을 알게 된 강도들이 노스페이스 외투를 입은 사람들을 범죄의 타겟으로 삼기도 했다. 성인들만 노스페이스를 찾은 것은 아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노스페이스 외투는 십대 학생들에게 또래 집단에서의 소속감을 확인시켜주는 수단이 되었다.
미주리에 살던 지미 윙클만(Jimmy Winkelmann)의 학교에서도 노스페이스가 유행이었다. 지미는 대세를 따르는 대신 이를 풍자하는 티셔츠를 만들고 사우스벗(The South Butt)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름 패러디 뿐만이 아니었다. 노스페이스처럼 빨간색 사각형 안에 흰색으로 이름을 써넣었으며 산을 표현한 노스페이스 로고의 아치모양도 뒤집어놓았다. 지미는 이 문양이 엉덩이(butt cheeks)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노스페이스의 슬로건도 십대 소년의 풍자의 대상이 됐다. ‘탐험을 멈추지 말라 (Never Stop Exploring)’라는 노스페이스의 슬로건 대신 ‘휴식을 멈추지 말라 (Never Stop Relaxing)’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정한 것이다.
2008년, 노스페이스는 지미의 브랜드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냈다. 두 회사의 상표가 소비자의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비슷하며 노스페이스와 사우스벗이 서로 관련 있는 회사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우스벗이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킨다고도 주장했다.
지미는 노스페이스의 으름장을 유쾌하게 반격했다. 답변서에서 사우스벗의 변호사는 노스페이스의 대중이 두 브랜드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거지라고 맞받아치며 사우스벗이라는 이름은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패러디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스벗은 지미가 친구들과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로 자기 존재를 입증하려는 학생들을 풍자하다 나온 이름이다. 패러디는 상표 침해를 반박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이에 더해 사우스벗 측의 답변서는 십대 소년의 비즈니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추구라고 말하며 각종 미디어에 사우스벗이 알려지며 브랜드가 유명세를 탄 것에 대해 노스페이스에게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스페이스의 유머감각 부재를 계속 공격한 것이다. 사우스벗의 티셔츠, 양말, 후리스 자켓 등은 노스페이스에 경고장을 받은 사실이 지역 뉴스에 알려지자 24시간 만에 품절 되었으며 인기가 지속되어 한 달에 $5,000불 정도였던 매출이 $10,000불 이상으로 급증했다.
사우스벗은 영리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렸고 엉덩이(butt)와 얼굴(face)을 구별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풍자로 가득한 페이스북 앱도 만들었다. 소비자들의 혼란 가능성을 근거로 든 노스페이스의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법리로만 방어하는 대신 마케팅을 이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이다.
사우스벗에게 유리한 사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우스벗은 노스페이스와 동일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티셔츠나 후리스 자켓은 노스페이스가 판매하는 제품이며 두 회사의 소비자 그룹도 동일하다. 사우스벗의 상표 신청이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는 것도 혼란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이다. 두 회사는 합의를 이루었으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스페이스 패러디’라고 명시한 사우스벗 티셔츠가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사우스벗처럼 유명 브랜드를 풍자하는 경우 풍자 대상이 된 브랜드에게 경고를 받거나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안의 해석에 따라 풍자가 될 수도, 상표권 침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상 브랜드가 유명할수록 풍자의 효과는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나타나지만 그만큼 거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가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패러디 제품을 만들기 전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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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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