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지난 회에 이어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 시 특허 출원과 관련하여 특별히 준비해야 할 사항 중 세 번째 단계인 특허 명세서 작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지난 회에서 다루었던 연구 노트와 발명 보고서 작성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첫째 단계인 연구 노트 작성은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일단 그 기본적인 내용과 날짜, 동료의 확인 서명 등을 적어 놓는 것이며, 둘째 단계인 발명 보고서 작성은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부연 설명, 도면 및 실험 결과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는 것이다.

발명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허 출원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이제 그 다음 단계는 특허 명세서 작성이다. 특허는 발명자와 정부 사이의 계약이다. 발명자는 특허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타인이 자신의 발명을 제작, 사용 또는 판매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 받는다.

그 대가로 발명자는 일정한 요건에 맞추어 발명의 내용을 공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 바로 특허 명세서인 것이다.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은 발명의 유용성(usefulness), 신규성(novelty), 비자명성(non-obviousness)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요건인 유용성은 일반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 요건인 신규성이란 발명품이 이전에 알려져 있지 않았거나, 다른 특허 및 문서에 기술된 적이 없음을 의미한다. 셋째 요건인 비자명성이란 해당 발명 내용이 특허 출원 시점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만들 수 없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허 취득의 중요한 요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잘 정리된 연구 노트와 발명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허 명세서도 이러한 요건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특허 명세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발명의 범위를 정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 명세서 작성 시 성공한 프로토타입뿐만 아니라 대안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명세서에 다양한 실시례를 포함시켜 핵심 구성의 주변 기술까지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의 실험을 해도 되고, 추가 프로토타입 내지는 시편을 이용하여 실제로 실험을 해도 된다.

여타 문서와 마찬가지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할 때는 다양한 독자를 고려하여 써야 한다. 먼저, 특허 명세서는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의 기술자에게 상세한 기술적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특허 소송에서 특허 명세서는 법률 문서로 사용된다. 이 경우 특허 명세서를 판사가 읽고, 필요한 경우 배심원을 교육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논리가 정연해야 한다. 한편, 기술 라이센싱 또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특허 명세서는 기술을 광고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의 핵심 내용이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독자를 고려할 때,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원활하게 읽히는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려면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특허 출원 전 학술지나 전시회 등을 통해 발명의 내용을 공개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특허 명세서를 급히 작성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특허 출원을 먼저 한 후, 발명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 출원을 하면, 발명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할 때 특허 출원 중(patent pending)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는 혜택도 부여된다.

결론적으로, 특허 출원은 준비과정 자체가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다. 성공적인 특허 등록을 위해 연구 노트를 꾸준히 작성하여 보관하고, 발명 보고서를 적시에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좋은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성공적으로 등록된 특허는 신규 기술을 보호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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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원 변호사 K&L G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