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주연희씨.
주연희 무용 외길 인생 60년 기념공연에서 선보이는 창작무용 ‘마리화나’ .
이제껏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최고령자의 현대무용 공연이다. 한 무용가의 공연이 아니라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새로 쓰는 귀한 공연일지 모른다. 팔십 평생에서 60년을 춤과 함께 살아온 주연희(80)씨의 춤 인생 60주년 공연이 열린다. 혼자서 다섯 작품을 솔로와 듀엣으로 춤추고 계명대 장유경 무용단이 축하공연을 한다. 일흔을 코 앞에 둔 지난 2008년 5월 ‘주연희 무용 외길 50년 기념공연’을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춤꾼으로 살아가며 ‘현대무용의 환갑잔치’를 펼치는 날이다.
“‘대장간의 쇠가 달은 것 같은 춤을 춘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다. 대한민국 무용제의 상을 휩쓸던 시절, 한 평론가가 쓴 표현입니다. 그렇게 달아오른 춤의 불씨가 80 인생의 끝자락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나 봅니다. 꺼지지 않는 불씨를 다시 태워보고픈 열망이 춤 인생 60주년 공연을 열게 했습니다”
주연희 무용 외길 6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그가 보내온 초청장 인사말이 뜻 깊은 무대를 더욱더 기대하게 만든다. 그에게 춤은 생명이자 인생이며 운명이었다. 1957년 봄 주연희씨는 대구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고 김상규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 때부터 한국 현대무용의 개척자였던 스승의 예술혼과 정신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수제자가 되었다. 최승희, 조택원, 김상규로 이어지는 한국의 위대한 무용가들의 맥을 이어왔다는 자부심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주연희씨는 “그렇게 흘러온 춤 인생 60년. 춤과 함께 살아온 60년 외길은 길고도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지만 뒤돌아보니 그 길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며 “그 인고의 날들을 이제는 기념하고 자축해도 좋으리라 생각하며 마지막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영화인생 60년 회고전을 연 김지미씨, 데뷔 60년 노래잔치를 연다는 이미자씨, 이미 오래 전에 데뷔 60주년 공연을 했던 윤복희씨를 보면서 그들의 명성에는 비할 바 없는 무명의 춤꾼이지만 이제껏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현대무용의 환갑잔치’를 이곳 남가주에서 연다는 그. 마지막으로 열정과 불꽃을 남김 없이 사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한다.
■주연희 무용 외길 60년
2008년 공연을 앞두고 본보가 그를 소개한 글이 있다. 주연희씨는 19세 때 대구 키네마 극장에서 열린 김상규 현대무용발표회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 남자가 저렇게 멋지게 춤을 출 수 있다니, 자신도 그렇게 추고 싶어 무작정 김상규 선생을 찾아가 가르쳐달라고 졸랐던 어린 소녀는 얼마 안 있어 그의 수제자가 되었고, 후에 그의 아내가 되었다.
당대 최고의 무용가인 이시이 바쿠의 수제자이며 한국 무용계의 큰 기둥이었던 고 김상규 교수(안동대학 정년퇴임, 89년 타계)는 평소 주연희를 일컬어 “아내이기보다는 나의 멋진 작품”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김 교수를 “남편이기에 앞서 영원한 선생님”으로 존경했다.
89년 남편이 타계한 후 무용은 더욱 그녀의 삶 중심으로 들어왔다. “무용은 남편이었고 애인이었고 자식이었다”는 한마디가 말해주는 것처럼 춤추고, 안무하고, 가르치고, 연출하고, 발표하는 일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다.
이미 67년에 주연희 무용단을 창단했고, 79년부터는 김상규 무용단의 부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공연을 소화했던 그녀는 98년 도미해 ‘유니 모던 댄스 스튜디오’를 창립하기 전까지 ‘주연희무용단 발표회’ 20회, 주연희 문하생 새싹발표회 10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연희 현대무용발표회’를 20회나 무대에 올렸을 정도로 춤에 ‘미쳐’ 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수상 경력 가운데 그녀가 가장 자랑스럽게 꼽는 것은 92년 열린 제1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 안무상, 연기상을 휩쓸었던 것. 그 전에도 79년 제1회 대한민국무용제에서 최우수상을, 87년 대한민국무용제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다.
■10월18일 ‘현대무용의 환갑잔치’ 공연
주연희씨는 오는 18일 오후 7시 윌셔이벨극장 공연에서 독무 ‘대북 타악’ ‘나를 세우소서’ ‘찔레꽃 기도’ ‘마리화나’ 그리고 듀엣 ‘아틀리에 스냅’을 춤춘다. 모두 그녀의 창작무용이다. 하늘과 땅을 여는 북의 울림으로 막을 올린다는 의미를 담은 ‘대북 타악’은 주연희씨의 꿈과 열망, 감사와 환희를 세상에 내놓는 현대무용이다. ‘나를 세우소서’는 찬미의 춤이고 ‘찔레꽃 기도’는 슬픔도 가고, 기쁨마저 덧없는 허무한 삶,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기도이다.
그리고 독무 ‘마리화나’는 28년 전 안무작으로 마약과 향락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아틀리에 스냅’은 자신이 그린 멋진 작품에 매료된 화가, 작품 속 창조물과 함께 춤을 추는 환상의 듀오이다.
함께 무대를 장식할 장유경 무용단은 우리춤의 전통과 대중적인 감성, 세련된 종합예술적 작업을 결합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93년 대구무용제 대상, 전국무용제 장려상, 94년 서울무용제 연기상, 2010년 PAF 춤과 다매체상, 대한민국무용대상 솔로 앤 듀엣 부문 우수상, 제20회 한국 무용예술상 수상 등 독특한 안무 스타일과 현대적 감각의 한국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무용단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푸너리 1.5’ 부채춤 ‘바흐’ ‘다들 그렇게 살아요’ 등 3 작품을 선보인다.
가디나 문화센터(원장 다이애나 최)가 후원하는 이번 공연 티켓은 10년 전과 같이 50달러이다. 문의 (213)361-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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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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