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로글리세린은 130년 넘게 협심증 및 만성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어져 왔다.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협심증은, 가슴이 아프거나 숨이 차는 증상 외에도 소화불량 느낌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혀 밑에서 흡수되자마자 강력한 정맥 이완제인 산화질소로 전환되어 관상동맥을 넓혀줌으로써 심장에 산소공급을 도와준다.
이런 의학적 사용의 발견은 니트로글리세린 화학공장에서 일하는 협심증 환자가 일터에서는 증상이 없는데 집에만 가면 협심증이 재발하는 걸 조사하다가 밝혀지게 되었다. 부작용으로는 흔히 두통이 온다.
니트로글리세린은 매우 불안정하다.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은 폭발하면 보통의 실온과 압력 아래서 순식간에 원래 부피보다 1,200배 이상 늘어난 기체로 바뀌고, 섭씨 5,000도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여 폭발력을 만들어 낸다. 액체상태로 운반이 허용되지 않을 만큼 약간의 충격에도 폭발하기 때문에 다루기 힘들었다.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정화하여 다이너마이트라는 고체 폭발물을 개발하였다. 개발 과정에서 노벨은 막내 동생과 4명의 직원을 잃었고 사고의 영향으로 스톡홀름 시내에서 실험을 할 수 없게 되자 나중에는 호수에 배를 띄우고 실험을 해야 했다.
다행히 노벨은 1866년 니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와 섞으면 폭발력은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1867년 영국에서 다이너마이트 특허를 인정받았다.
그 후 노벨은 계속적인 발명과 특허로 유럽 최대의 부호가 되었다. 다이너마이트는 강력한 폭발력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수요가 많아졌고, 군사적 사용이 증가되었다. 그러나 노벨은 슬퍼졌다. 자기가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새 문명을 건설해가는 공사에 이바지 되는 것은 기뻤으나, 전쟁에 이용되어 많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죽었을 때 프랑스의 한 신문에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기사가 실수로 실렸다. 부고기사에서 그는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렸다. 이때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 노벨상을 만든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노벨의 평화에 대한 갈구는 아주 컸으므로 1896년 12월 10일 숨을 거두기전 유명한 유언장을 남겼다. 자기 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해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의 다섯 부문에 걸쳐 공헌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유언이었다. 그의 유산의 94%인 3,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440만 달러)가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 기부되었고 1901년부터 노벨상이 수여되고 있다.
노벨상은 독창성을 중시하여 큰 기여를 한 연구, 발명이 있을 경우 그 원리를 만든 사람에게 상을 준다. 1953년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영국의 총리 처칠에게는 노벨평화상이 검토 되었으나 유럽의 일부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가 집필한 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주었다. 문학의 대가들이 줄지어 있는 상황에서 정치가의 회고록이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노벨문학상 100여 년의 최대오점으로 남아있다.
노벨 경제학상은 후에 1968년에 만들어졌다. 평화상을 제외한 다섯 부분의 노벨상은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주어지고 참석자들은 저녁에 스톡홀름 시청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한다.
궁금하여 나와 아내는 바닷가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의 만찬장소를 방문하였다. 시청 사무실에 둘려 쌓여 있는 넓은 홀에 1,300명의 수상자와 가족, 귀빈들이 앉아서 네 가지 술과 여섯 종류의 음식, 두 가지 후식을 먹는 모습과 200여명의 자원봉사자 남녀 대학생들이 일사 분란하게 서빙 하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우리의 후손들도 이 자리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기쁨과 함께 만찬을 들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망하였다.
반면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수여되는데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스웨덴과 연맹 국가라고는 해도 스웨덴으로부터 유무형의 수탈을 당하고 있던 노르웨이에 대한 배려이자 양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노벨의 뜻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스웨덴의 점령으로 반감이 있던 노르웨이는 1905년 결국 스웨덴으로부터 독립을 하였다. 노르웨이가 분리 독립하게 될 줄 알았다면 노벨의 결정이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지 100여년이 넘었지만 세계의 평화는 멀어 보인다. 우리들은 니트로글리세린과 다이너마이트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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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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