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다음주에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연방지방법원에서 폴 매나포트의 재판결과 배심원의 평결로 그의 운명이 정해질 것이다. 매나포트는 2016년 대선 때 몇 달동안 트럼프 후보의 두 번째 대선위원장으로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로버트 멀러 특별검사팀에 의한 여러 죄목으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배경은 트럼프의 대선 자체와는 관계가 없이 2008년-2014년 사이에 그가 우크라이나의 전 수상/대통령의 정치 자문역으로 벌어들인 6,500여만달러의 수입 중 거의 반쯤을 해외계좌를 통해 돈세탁함으로써 은행법규를 어겼고 또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 데모로 쫓겨나 자기가 벌어들이던 수입이 격감되자 매나포트는 최고급 취미의 사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면서 수입이 많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것도 그의 죄목 중 하나다.
지난 주 초부터 벌어진 매나포트의 재판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매나포트의 현시적 소비행태를 보여주었다. 검사들이 증인을 통해 제출한 증거 중에는 유명한 고급 양복점에서 그가 5년동안 사들인 92만 9000달러치 양복들 사진이 있었다. 그 중 압권은 타조 가죽으로 만든 1만5000달러짜리 점퍼일 듯하다. 그의 흥청망청 소비성향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볼 수 있다. 딸에게 190만달러의 집을 현찰로 사주고, 뉴욕의 고급 주택 정원 조성비로 45만달러, 플로리다에 있는 또 다른 집의 리모델링에 쓴 43만달러가 그 예들이다.
멀러 특검팀의 제일 중요한 증인은 매나포트가 트럼프의 무보수 선대위원장 시절 부원장을 했고, 매나포트가 떠난 후에도 트럼프의 당선인 취임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던 릭 게이츠다. 매나포트의 우크라이나 등지 정치자문 사업의 동업자였던 게이츠는 FBI 요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자 유죄를 자인하고 특검의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5, 6년 형기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게이츠는 며칠동안의 증언에서 자신이 매나포트의 지시에 따라 세금포탈과 해외계좌 운영 등에 관한 서류변조와 작성에 직접 관여했음을 시인했다. 매나포트의 수석 변호사는 게이츠에 대한 반대 신문으로 게이츠가 매나포트의 위법이나 불법 행위의 원천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게이츠 자신의 입으로 사이프러스 은행에 있던 계좌들로부터 몇십만달러를 자신에게 빼돌려 런던에서 혼외정사를 진행시켜왔음을 시인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부도덕한 이중생활도 한 번이 아니라 네 번이었으며 그점에 대해 자신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했을 뿐 아니라 FBI 수사요원에게도 불륜 횟수에 대해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게 게이츠니까 매나포트에 대한 증언에도 거짓투성이일 것이기 때문에 매나포트는 무죄평결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다음 주에 있을 변론결론에서 역설할 것이다. 특검의 결론에서는 은행 서류들, 매나포트 조직 자체의 서류들이 매나포트의 관련 법규들에게 대한 범법을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하니까 배심원이 유죄평결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최종 반론을 펼 것이다.
여기에서 관련 서류들이 증거로 채택되어 배심원의 유·무죄 심리 가운데 고려 대상이 되게 하는 요건을 언급해야겠다. 무슨 서류든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서류작성자나 보관자가 그 서류의 존재에 대한 증언을 하고 상대방의 반대심문을 거친 후에나 판사가 서류를 증거로 채택하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증거채택 여부에 있어 판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런데 매나포트 사건 담당인 T. S. 엘리스 판사가 재판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 그 법원의 평판을 유념함인지 검사들에게 빨리하라고 독촉한다든지. 게이츠 등의 증언에 대해 한두마디 피고측에 유리한 듯한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배심원에 끼칠 영행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소견으로는 32개의 죄목 중 일부는 유죄판결, 일부는 무죄로 끝날 것 같다. 재판 첫날 검찰측 증인으로 불린 사람들 중에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후보의 책사였던 테드 데빈도 있었다. 정치판이 돈으로 부패되는 현상을 샌더스와 함께 맹비난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데빈이 매나포트와 협력하여 우크라이나의 독재자였던 야누코비치의 대통령 선거와 권력유지에 한몫했던 것이 증언에서 밝혀졌다. 한달에 10만달러씩 벌고 성공사례로 5만달러, 또 비행기 1등석 등을 받는데는 민주 공화의 구별이 없이 전문가들이 뛰게 마련인 모양이다. 매나포트의 배심원들이 그 점이 못마땅해서라도 그를 완전 무죄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정정: 지난주 컬럼에서 뉴욕 연방법원에서 3D프린터에 의한 총기인쇄에 대한 긴급가처분을 내렸다고 한 것을 시애틀 소재 법원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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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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