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기업 몰려 호황 배경 임대료 폭등
▶ 집세 억제 겨냥 ‘주택 스타트업’ 성업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집세가 폭등하고 있다. 4인 가족 기준 연봉 12만달러는 '저소득자'로 간주돼 정부에 주택보조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집세가 워낙 비싸다 보니 임대료를 낮추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임대료 억제에서 사업기회를 찾으려는 전문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주택 스타트업(신생기업)'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은 단독주택을 빌려 학교 기숙사처럼 공동생활 공간으로 개조해 재임대하거나 빈방이 많은 변두리 호텔 방을 빌려 주거공간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임대정보업체인 '렌트 정글'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원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월 3천334 달러다. 임대료가 높기로 유명한 뉴욕의 같은 조건 원룸 임대료는 2천956 달러다.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비싼 셈이다.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일본 NHK가 샌프란시스코 시내 4층 건물 4층에 있는 750평방피트 넓이의 원룸을 현장 취재한 결과 임대료가 평균 3천400달러였다.
"IT(정보기술)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패션 관계자의 유입도 크게 늘어 높은 집세에도 임대가 잘 된다. 그만큼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뉴욕에서 이주해온 유명 인테리어 잡화 체인의 남성 디자이너는 "샌프란시스코는 뉴욕보다 물건이 적어서 임대료가 높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실리콘밸리는 '베이 지역'으로 불린다. 베이 일대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7월에 발표된 주요 IT기업의 결산은 대체로 호조를 보여 애플은 미국기업 중 처음으로 주식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바람에 베이 지역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임대료가 올라 살기 어려운 곳이 되고 있다.
이런 임대료 폭등을 사업기회로 활용하려는 역발상에서 주택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학교 기숙사와 같은 '공동생활(co-living)'을 "새로운 주거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다.
주택 스타트업체인 '허브하우스'는 큰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 방을 여러개로 나눈 후 임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마테오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경우 20대에서 50대까지의 남녀 8명이 함께 산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니킬 쟈더브(28)는 지난 4월부터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주방이던 공간을 침실로 쓰고 있다. 얼마전까지 월 2천4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았지만 이곳의 임대료는 전에 살던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 출신인 그는 요가를 좋아해 요가 매트 위에서 잔다. 목욕탕과 화장실은 다른 남성 2명과 함께 쓴다.
"모두 같은 시간에 화장실을 쓰려할 경우 등을 빼곤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그의 연봉은 10만달러가 좀 넘어 조금 더 비싼 임대료를 낼 수도 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허브하우스 최고경영자(CEO)인 슐리티 머천트(24)는 룸메이트를 구하느라 고생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년전 회사를 설립했다. 마음 맞는 룸메이트를 짝지어 주고 전문 청소업자를 월 2회 불러 청소해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베이 지역에 30채 정도의 하우스를 운영중이다. 로스앤젤레스로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공동생활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하는 주택 스타트업도 있다. 일본인 나이토 사토시(28)가 창업한 'ANY PLACE'라는 스타트업은 호텔 방 하나를 1개월 단위로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자기 집을 숙소로" 빌려주는 민박과는 반대로 "호텔을 자기 집으로" 빌려준다. 민박이 보급돼 지명도가 떨어지는 중소호텔에 빈방이 많은 데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
신원을 확인한 후 호텔 대신 임대료를 받아 10%를 수수료로 뗀다. 이 회사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있는 호텔에서 사는 존 조이스(25)는 침대 하나가 놓여있는 작은 방에 책상이 없어 붙박이 다림질판 위에 PC를 올려 놓고 있었다.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조이스는 월 3천9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옮겼다. 호텔방 월 임대료는 1천650달러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주 2회 방청소를 해주고 아침식사가 포함돼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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