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차베스에 더 가까울까.
빈곤 율은 44%에 이른다. 그러니까 1억3000만 인구 중 6000만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3만2000건의 계획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부패는 날로 심화, 투명성지수에서 135위를 차지했다. 가장 불공평한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정부라는 것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성가시기만 한 존재다.
절망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자포자기에 가까운 멕시코 민심은 89년 만에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을 바꿔 치웠다. 좌파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이다.
뭐랄까. 일종의 선거혁명이라고 할까. 정권의 수평적 교체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이제 한 주. 그러나 벌써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멕시코시티 시장시절 경제문제에 예상과는 달리 실용적인 중도노선을 취했다. 그 전력으로 보아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와 흡사한 노선을 걸을 것이다.” 일각에서의 기대다. 그러나 그보다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공통적인 좌파 포퓰리스트가 대통령에 당선 됐다는 점에서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가 간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베스토스 비즈니스 데일리의 논평이다. 석유산업 국유화, 마약 카르텔에 대한 사면조치 등을 내건 오브라도르의 정책노선은 우고 차베스와 흡사, 최악의 경우 내전도 예상된다는 전망과 함께 미국은 물론 멕시코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는 단언을 서슴지 않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월스트리트 저널, 데일리 컬러, 폭스 뉴스 등도 비슷한 논조다.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도 의구심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오브라도르가 멕시코를 어디로 끌고 갈지 불분명하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좌파 정치인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오브라도르를 피델 카스트로나 우고 차베스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멕시코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 사회(civil society)의 붕괴현상. 이것이 근본적 문제다.” 페더럴리스트지의 분석이다.
좌파 정권이 탄생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집권세력이 좌파든 우파든 멕시코는 점차 통치불능의 나라가 되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실패한 나라’(failed state)가 될 공산이 커지면서 이는 미국의 안보에도 엄청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의 정부-국가는 여러 가지 책무를 지니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책임은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기능이 마비될 때 그 나라는 ‘실패한 나라’로 분류된다. 2017년 시점에 멕시코는 이미 그 부류에 진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로 마약 카르텔에 의해 저질러진 계획된 살인사건만 3만2000건을 기록했다. 2018년 들어 첫 3개월 동안에만 8000건이 넘는 계획된 살인사건이 발생, 폭력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멕시코의 31개 주 중 콜리마, 궤레로, 시날로아 등 5개 주에 대해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에 준하는 경계령을 발동, 여행금지 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렇다고 멕시코의 다른 주들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 31개주에 2급경계령을 발동, 가급적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약 카르텔이 마치 분권 정부인 양 한 지역을 다스리고 있다. 마약에, 인신매매도 모자라 광산업, 벌목 사업, 심지어 불법 어로(漁撈)에도 손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 같이 카르텔이 손대는 비즈니스에 고용돼 살아가고 있다.
AP통신은 이 같은 ‘범죄의 대중화’가 멕시코 전역으로 마치 암(癌)이 자라듯 번져가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은 기이한 도덕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모두 본질에 있어 도적이다. 그들이 그러니 우리도 훔칠 권리가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 같은 도덕률이 지배하면서 한 지역 전 주민이 군도(群盜)로 변해 약탈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5월 궤레로주 아르셀리아의 한 수퍼마켓이 주민들에 의해 털렸다. 마켓 주인이 지역 카르텔인 라 파밀리아의 보호비 요구를 거부하자 그 보복으로 저질러진 것.
이처럼 전 주민이 수퍼마켓을 약탈한다. 또 화물열차를 강제로 세우고 통째로 턴다. 석유수송관에서 석유를 조직적으로 빼내 판다.
주민들, 심지어 어린아이와 여자들까지 앞세운 범죄의 대중화와 함께 경찰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됐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치안유지를 위해 군부대가 출동하면 주민들이 떼거리로 대항한다. 마약 카르텔의 지휘 하에. 이것이 멕시코의 오늘날 현실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반(反)트럼프 정도가 아니다. 반미주의자다. 그런 좌파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입장에서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그게 아니다.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 범죄에 살인이 일상화된 나라. 그 멕시코가 범죄의 대중화와 함께 ‘실패한 국가’로 전락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하는 것이다.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난민행렬의 월경(越境)이 예상되는 시나리오의 하나다.
그런 사태가 과연 오기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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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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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매춘을 사는 놈이 나쁜놈이듯이 마약을 사는 미국이 멕시코와 남중미를 망치고있다.
그런나라 사람들을 미국이 책임질 이유는 없다. 구제불능이다
벌써 실패한 나라 아닌가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Cancun 도 보호비 안낸다고 이틀에 한명꼴 살해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