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 멕시코의 맛 타고, 토르티야에 넣는 재료 무궁무진
▶ 타코에 라임 곁들이면 상큼함↑
비야게레로에서 내놓는 껍 데기 타코(왼쪽)와 혀 타코. <잇쎈틱 제공>
엘피노 323의 최고 인기메뉴 카르니타스 타코. <잇쎈틱 제공>
국제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해 기도하고 영혼을 뽑아내듯 소리치며 응원한다.곧 다가올 월드컵은 우리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 경기를 할까 촉각을 세우며 상대 나라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번 우리나라와 맞붙는 나라 중 멕시코가 있다. 어느 스포츠보다 축구로 잘 알려진 멕시코는 먹을 거리 또한 축구 못지 않게 뛰어나다.
멕시코의 음식, 하면 타코를 빼놓을 수 없다. 타코는 토르티야(tortilla)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무한변신이 가능하다. 토르티야는 연극을 안정적으로 빛내주는 연극무대와 같다. 그 위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문어 등… 배우의 성격에 따라 연극의 묘미가 달라지듯 올라가는 재료들이 타코를 변신시킨다. 최고의 무대를 위해 탄탄한 조연팀이 필요하듯 양파, 라임, 고수는 타코의 맛을 살리는 최고의 지원군이다.
토르티야에는 옥수수 토르티야와 밀가루 토르티야가 있다. 마야문명에서 시작된 풍요로운 농경문화 덕에 멕시코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옥수수를 수확했다. 말린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동그란 모양으로 얇게 부쳐낸 토르티야가 주식이다. 이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는 ‘마사 토르티야(masa tortilla)’라고도 하는데, 마사는 스페인어로 옥수수 가루나 옥수수 반죽을 뜻한다. 마사 토르티야는 찰기가 없어 뚝뚝 끊기는 식감이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지고 밍밍한 맛이 오히려 타코 안의 다른 재료들을 돋보이게 한다. 16세기 시작된 300년간의 스페인 식민지 시대는 음식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스페인에서 들여온 밀 농사를 시작하면서 토르티야를 밀가루로 만들기 시작한 것. 밀가루 토르티야는 마사 토르티야에 비해 부드럽게 찰기가 있으며 쫄깃한 식감으로, 우리나라의 전병같은 느낌이 있다.
한국에도 19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 붐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양식문화를 쉽게 접하게 되었고 그 중 멕시코 음식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식탁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껏 우리가 많이 접하는 멕시코 음식은 현지의 정통 방식보다는 미국의 입맛에 따라 변형된 캘리-멕스(Cali-Mex: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일 멕시코 음식)나 텍스-멕스(Tex-Mex: 미국 텍사스 스타일 멕시코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텍스-멕스는 1875년 텍사스와 멕시코의 철도공사가 시작되면서 멕시코 노동자들에 의해 전해졌고 멕시코 이민세대들이 정착하면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 후 이민자의 급증으로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한국에서 먹는 멕시코 화이타, 치즈가 뿌려진 나초, 칠리소스 등은 텍스-멕스라고 할 수 있다.
가끔은 ‘진짜인 줄 알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네’ 라고 느끼는 순간 좀 허무해진다. 텍스-멕스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멕시코 정통음식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가 그랬다. 집밥같은 멕시코음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이 두 곳을 추천한다. 할머니의 따뜻한 집밥이 생각나게 하는 엘피노 323과 한국에 거주하는 멕시코사람들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을 정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비야게레로다.
타코에 빠져선 안 되는 라임
요리사마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각기 다를 것이다. 그 중 가족이 해 준 맛있는 요리에 영향을 받아 요리를 시작했다면 그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에 있는 엘피노 323의 오너셰프 디 모랄레스(셰프 D)씨는 자라면서 할머니에게서 배웠던 멕시코 음식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난 셰프 D는 어린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멕시코계 이민자 가정으로 입양됐다. 가족을 위해 매일 요리하시는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며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할머니의 음식은 특히 매콤한 게 많아 어린 시절부터 아바네로 고추(habanero: 멕시코산 고추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 기록)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었다. 멕시코에서도 특히 매콤한 양념이 많이 사용되는 치와와(Chihuahua)주에서 태어난 할머니의 음식은 어쩌면 매운 게 당연했다. 셰프 D의 할머님 덕분에 멕시코의 매운 맛이 여기 엘피노 323의 식탁에까지 이어오고 있다.
2002년, 20대 초반에 다시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셰프 D는 집밥이 그리워 ‘멕시코 식당’이라는 간판이 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어봤지만 그가 먹었던 매콤한 멕시코의 맛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릴 적 먹었던 할머니의 맛을 소개하고 싶었다. 팝업 레스토랑을 열자 멕시코 음식을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지하 공간에서 정식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섰다. 멕시코 음식 원래의 맛을 지키려는 고집이 지금의 엘피노 323를 있게 했다. 누구에겐 길거리 음식일 수 있는 타코도 그에게는 하나의 요리로 깐깐하게 재탄생한다.
매일 아침 만드는 토르티야는 손님 앞에 나오기 전, 따뜻하게 구워져 타코의 풍미를 한층 살려준다. 타코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베이비포크 등 10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카르네 아사다 타코(carne asada taco)는 소고기가 부드럽게 양념되어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셰프D가 가장 즐겨먹는 타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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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ㆍ박은선 잇쎈틱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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