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은 충북권역이라고는 하지만 경기 남부와 인접하고 있어 수도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농공산업단지 등이 일찍부터 발달했고 혁신도시 쪽은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 수도권 신도시를 방불케 한다. 어쩌면 도시와 유사한 그런 풍광이 이 지역의 매력을 가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음성군은 인구 11만명으로 전국의 군 단위 중 가장 인구가 많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여행길 이정표에서만 보고 그냥 지나치던 곳. 품바와 수박으로만 기억되던 곳. 이번 음성군 취재는 그런 선입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음성군에 진입해서 먼저 들러 본 곳은 봉화골. 가섭산 북쪽에 위치한 계곡으로 황토가 깔린 숲길을 맨발로 걸어 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과 식물원을 겸한 곳이다. 가족여행과 학생단체 여행에 적당한 명소로 골짜기를 지나 한 시간쯤 오르면 산 중턱에 가섭존자의 이름을 따온 가섭사라는 절이 있다. 가섭은 부처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제자로 선종의 시조격이다. 최현상 해설사는 “음성에 있는 가섭사와 미타사는 비구들이 있는 절”이라며 “음성이라는 지역 이름 중 ‘그늘 음(陰)’ 자가 있어서 비구 사찰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의 또 다른 종교 시설 중 가볼 만한 곳을 꼽아보라면 감곡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감곡성당은 1896년 프랑스인 임가밀로 신부가 지은 성당으로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당대의 세도가 민흥식의 집터를 매입해 지은 것으로 매입 당시에는 100칸이 넘는 집이 불로 소실돼 20칸 정도만 남아 있었다. 성당을 마주 보고 오른쪽에는 매괴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원래 사제관이 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성당에 달려 있던 종 3개가 전시돼 있는데 종의 크기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서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징발해간 것을 다시 찾아와 전시하고 있다.

석고 성모상도 눈길이 가는 전시물 중 하나다. 성모상은 임가밀로 신부가 가져온 것으로 6·25 때 인민군이 성당에 총을 난사할 때 총알 7발이나 박혔는데도 깨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탄들은 성모가 예수를 임신한 후 돌아가실 때까지 겪었던 성모 7고(苦)를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수성심기(旗), 제의 위에 걸치는 금실로 짠 ‘깝바’도 전시 중이다. 이밖에 호롱불로 가동하던 영사기 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이 같은 유물들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처럼 감곡성당은 청주교구를 대표하는 신앙의 못자리로 30여명의 신부와 수많은 수녀를 배출해낸 곳으로 유명하다.

‘음성’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콘텐츠는 품바다. 음성은 왜 하고많은 콘텐츠 중 걸인을 상징하는 품바를 축제의 주제로 삼았을까. 여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음성군에는 오웅진 신부가 세운 꽃동네라는 복지시설이 있는데 오 신부가 시설을 설립한 것은 최기동이라는 걸인 할아버지의 선행에 감복한 결과다. 최기동 노인 역시 다리 밑에 살던 걸인이었으나 그는 동냥을 해서 거동을 못 하는 다른 걸인들을 먹여 살렸다. 이를 본 오 신부가 그의 선행에 감복해 이들 7명의 걸인을 데려다가 용담산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 꽃동네의 시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는 그 유명한 경구가 탄생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꽃동네는 한때 이 감동적인 일화가 알려지면서 후원자의 수가 70만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품바’라는 어원은 이 걸인들의 타령에 나오는 후렴구로 이제는 음성을 대표하는 축제의 명칭이 됐다. 품바와 관련된 문화시설로는 ‘품바재생예술체험촌’이 있다.

음성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문예활동을 촉진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곳은 공예·미술·연극·정크아트를 중심으로 한 체험관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때마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6~9월 매주 토요일에는 버스킹이, 10월에는 체험촌 축제가 예정돼 있다.

한편 음성군 축제추진위원회는 27일까지 음성 설성공원 일원에서 ‘음성품바축제 2018’을 진행한다. 축제기간에는 전국 품바왕 선발대회를 비롯해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 관광객과 함께하는 품바 공연, 천인의 품바 비빔밥 나누기, 천인의 엿치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문의 (043)873-2241

홈페이지 http://pumba21.com

<글·사진(음성)=우현석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