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네일아티스트 박은경씨와 그녀의 네일샵 유니스텔라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수많은 독창적인 디자인 중에서도 유리 파편을 올려놓은 듯한 ‘글래스 네일,‘ 다이아몬드의 일부분을 보는 듯한 ‘다이아몬드 네일,’ 철사로 디자인한 ‘와이어 네일’은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그녀의 대표 디자인이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3월 미국의 네일제품 브랜드 ‘샐리 한센’이 박씨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유니스텔라의 디자인과 유사한 네일아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샐리 한센은 유니스텔라의 글래스 네일, 다이아몬드 네일, 와이어 네일을 연상시키는 네일 스티커를 내놓으며 ‘#KBeauty’로 검색되는 100만개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참고했다고 발표했다. 협업을 축하하는 지인들의 연락으로 뒤늦게 샐리 한센의 제품을 알게 된 박씨가 항의했지만 샐리 한센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씨에게 전혀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저작권이다. 저작권이란 원작자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법이며 창작물이 탄생하는 순간 창작자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권리다.
샐리 한센은 자사가 출시한 세 개의 제품 디자인이 이미 널리 유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누구도 소유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네일아트는 창작물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씨의 작업물을 보면 단순히 손톱에 색을 입히는 기술이 아니라 정밀한 디자인으로 각 손톱에 독창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예술의 형태가 아니어도 창작물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샐리 한센이 박씨에게 직접 협력 제안을 하고 구체적으로 이를 논의했었다는 사실도 박씨에게 유리하다. 샐리 한센이 그녀의 작품을 알고 있었으며 작품에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에 작품을 도용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또한 박씨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일조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보호한다. 사이즈, 모양, 색상, 촉감 혹은 특정 판매 기술 등 제품의 정체성에 일조하는 요소라면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 범위에 속한다.
한국에는 아직 명문화된 규정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를 폭 넓게 보호하고 있다. 루부탱 구두의 빨간 밑창, 에르메스 버킨 백의 디자인, 샤넬의 넘버5 향수병 윤곽 등이 전부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 대상이다.
문제가 된 세 디자인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연방 특허·상표청에 등록되지 않은 트레이드 드레스라고 해도 (1)기능적인 특징이 아니며 (2)2차적 의미를 갖고 (3)혼동의 여지가 있다면 연방 상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네일아트 디자인은 기능성이 없으며 박씨의 제품과 샐리 한센의 제품은 유사하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자들이 유리 파편을 얹은 듯한 네일아트를 보며 박은경을 떠올린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녀가 트레이드 드레스로 자신의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샐리 한센의 K-Design 상표 등록과 사용은 문화 전용(cultural appropriation)의 소지도 있다. 문화 전용이란 지배적 문화의 구성원이 소수 문화의 요소를 차용하는 것으로 다른 문화권의 지적 재산, 문화적 표현물 등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샐리 한센은 K 디자인, K 뷰티 등의 용어를 쓰며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이 한국의 뷰티 트렌드에서 영향 받았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K-Design 라인의 제품은 한국 아티스트나 기업과 협력하여 개발한 것이 아니며 미국 기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미용 문화로 이득을 보는 모양새다.
법률적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모델 아이린이 지적했듯, 한국 문화나 한국인 아티스트에게 어떠한 예우도 표현하지 않으며 K 뷰티를 차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샐리 한센은 타겟에서 판매중이던 K-Design의 세 상품을 철수한 상태다.
www.hayoonkanelawfi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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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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