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국교육위원회연합회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미 전역에서 약 7천명의 교육위원들이 모였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여러 교육 세션들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전체 세션에서의 기조 연설들이다.
이번 컨퍼런스의 첫날 기조 연설자는 1970년대에 피츠버그 스틸러스 풋불 팀의 쿼터백으로 팀이 네 차례나 수퍼볼 챔피언이 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테리 브랫셔 였다. 둘째 날에는 백악관 전담 기자 출신의 앤 캄튼이었고, 마지막 날에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주택부 장관을 역임한 훌리안 캐스트로였다. 테리 브랫셔의 연설 내용은 사실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다른 두 기조 연설들은 좋았다. 캐스트로 전 장관은 멕시코 출신 이민자 후손인 자신의 개인사를 나누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공교육 옹호 노력을 지금보다 배가 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차기나 차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던 기조 연설은 앤 캄튼의 것이었다. 그는 요즈음 많이 거론되는 “가짜 뉴스”에 대항해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위원들에게도 선출직 공직자로서 진실과 투명성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ABC-TV의 백악관 전담기자로서 7명의 대통령을 근접 취재했던 그가 나눈 대목 중에는 9.11 사태가 나던 날과 제 1차 걸프 전쟁 때의 이야기가 있었다.
2001년 9.11 사태가 일어 났을 때 그는 43대 대통령인 “아들” 부쉬 대통령과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고 한다.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던 중 9.11 사태의 보고를 접한 대통령을 취재하고 있던 캄튼은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대통령은 워싱턴 D.C.로 바로 돌아가기 원했지만 대통령이 테러 공격의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경호실의 판단에 따라 재급유를 받기 위해 루이지애나를 거쳐 네브라스카 주의 비밀 지하벙커로 옮긴다. 비행 중 약 6개의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긴장한다. 비밀 지하벙커에서는 전쟁 각료회의를 열고, 군지휘관들이 워싱턴 귀환이 안전하다는 보고를 마친 후에서야 돌아왔다고 한다. 전용기로 돌아오면서 불타는 펜타곤을 공중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그 때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연설 말미에는 제 1차 걸프 전쟁 시 대통령과 있었던 경험담을 나누었다.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40만 명 이상의 미군을 파병했던 것은 41대 “아버지” 부쉬 대통령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이라크를 몰아 내는 일에는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어느 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동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동조를 받게 되었다고 직접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그 때 앤 캄튼이 바로 당일 아침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사우디 국왕과 이라크 대통령의 포옹 사진과 관련 기사 내용을 거론하며 중동의 국가들이 대통령이 발표한 것처럼 동조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앤 캄튼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도 신문기사 정도는 읽을 줄 안다고 쏘아부쳤다고 한다. 중대 발표를 한 대통령의 면전에서 행해진 기자의 반박이 몹시 언짢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캄튼은 카드를 한 장 받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손으로 쓴 카드였다. 그 카드에서 부쉬 대통령은 그 전 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그 만큼 그 누구 앞이라도 진실을 얘기 하고 전해야 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앤 캄튼의 이 날 연설에 미국의 현 대통령 이름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의 중요성과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때 사과가 필요함을 강조한 배경에는, 분명히 현 대통령을 향한 날카로운 지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7천명 모두가 눈치 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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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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