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승 간사이 외국어대 교수·정치학 교수
지난 달 하순 개최된 북 중 정상회담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전격 대면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그들의 집권 7년만의 첫 공식대면이라는 것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북중 간에 왜 그토록 오랫동안 정상회담이 없었을까? 그토록 오랜 외면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현대 북중 관계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중북 간 정상회담의 오랜 중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햇수로 5년 이상 정상회담이 없었던 전례가 두 번이나 된다. 첫 번째는 60년대였다. 1965년에서 69년 사이에 북중 정상회담은 없었다. 이 첫 번 째 냉각기는 1970년 4월 주은래 당시 중국 총리가 방북하고, 10월 김일성이 방중하면서 풀렸다.
60년대 공산세력 내부에서는 범세계적인 공산혁명 노선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고 난 소련은 평화공존론을 내세웠고, 중국은 소련을 수정주의라 비판하며, 계속 혁명을 요구했다.
사실 중소 노선 갈등은 이념투쟁인 동시에 양국 간 주도권 다툼이기도 했다. 이 다툼 속에서 공산진영의 양대 강국인 중소는 여타 공산국가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그러나 김일성은 양자택일을 거부했다. 김일성은 중소분쟁에서 한 쪽을 선택하면, 자신의 국내외적 입지가 오히려 좁아질 것이라는 점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중 간 냉각기는 결국 중국이 북한에게 일정한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끝났다. 중국이 북한에 비해 대국인 것은 사실이나,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은 소련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1969년 들어 중소분쟁이 무력 충돌로까지 치닫자 중국으로서도 더 이상 북한이 소련 쪽에 접근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냉각기가 끝나면서 북중 간에는 새로운 합의가 형성되었다. 즉, 중국이 대국이긴 하나, 양국은 평등하며, 서로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 형성된 북중 관계의 기본성격은 현재까지도 양국관계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두번째 냉각기는 한중 수교에서 비롯되었다. 휴전 이후 북한은 줄곧 한반도의 유일 정통 정부가 자신임을 주장해 왔고, 중국 역시 오로지 북한만을 인정했다. 반면 미국은 한국만을 정통으로 보았다. 그러나 90년대 초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이러한 팽팽한 긴장이 무너졌다.
북한으로서는 심한 배신감과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공산진영이 붕괴하고,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면서 북한은 극심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김정일은 군을 정치의 중심에 두면서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렸다. 1994년부터 6년간 북중 간 정상회담은 없었다.
두번째 냉각기는 북한이 새로운 노선을 들고 나오고 중국이 이를 지지함으로써 끝났다. 김정일은 대미, 대남관계의 개선을 추진했고, 중국 역시 이를 지지했다. 김정일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고, 같은 해 10월에는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하여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6년 간의 냉각기를 깬 2000년 5월 김정일의 방중은 북한의 대미, 대남관계의 변화 시도와 이에 대한 중국의 지지라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즉, 당시 북중은 한반도 불안정의 원인은 안정적인 북미, 남북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이러한 정세 인식은 그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한반도 인식의 기초가 되었다.
세번째 냉각기는 김정은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선포하고, 중국에게 북한 핵 인정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새로 집권한 시진핑은 이를 거부했다. 2012년 이후 북중 간 정상회담이 없었던 이유이다.
그러던 북중이 드디어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돌파구를 찾은 것인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발표한 언론보도를 보면 중국 측 자료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표명했다고 되어 있으나 북한 측 자료에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북중 간 혈맹을 강조하고,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기를 맞아 새로운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내용만 언급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북중 간 냉각기는 양국이 극적으로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내면서 끝났다. 이번 세 번 째 냉각기의 종식은 북중 양국 간에 어떠한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해 낼 것인가? 아니면 과거 두 번의 전례와는 달리 그냥 동상이몽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앞으로 다가올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드시 주목해야 할 향후 한반도 정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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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간사이 외국어대 교수·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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