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나 직원들 중에 연방 공무원이 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직 진출 신원조회 시에는 조사관이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여 나에게 음주나 마약 여부 및 신원 내력 등에 관한 질문을 하곤 했다. 최근에도 두 번의 신원조사를 해주었다. 한 번은 사무실 직원의 연방공무원 진출을 위해서였고, 다른 한 번은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컴퓨터 기술자인 지인의 연방정부 하청업무 수임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는 크게 달라진 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정부의 조사관이 “신청자가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습니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본 직원도 이 질문을 직접 받았다고 한다. 나는 위 질문에 대해 “신청자가 영주권자에서 시민권을 받았기에, 한국국적법 상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면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된다”고 설명해 주어 이중국적자가 아님을 밝혀 주었다. 조사관은 나의 설명을 처음 듣는 것인 양, 서류에 일일이 기록을 하면서 신원조회를 마무리하였다. 이를 통해 신원조회서 작성 시뿐만 아니라 인터뷰 시에도, 나아가 공직뿐만 아니라 사직의 영역에서도 이중국적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영주권자에서 시민권자가 된 이른바 후천적 복수국적자로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때 한국 국적이 자동말소 된 이들과 달리,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경우에는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 되지 않기 때문에 이중국적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이와 관련하여, 선천적 복수국적의 문제를 병역에 관련된 남자의 경우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실은 여자가 받는 불이익도 매우 심각하다. 구법에 의하면,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의 한인 2세 여자도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이 자동말소 되었다. 그러나 2010년 개정법에 의해 국적 선택불이행 시 국적이 자동상실 되는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한인 2세 여자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즉 1988년 5월 4일생을 포함한 그 이전 출생자는 국적선택불이행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되나, 1988년 5월 5일생을 포함한 그 이후 출생 여자는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는 한 한국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앞으로 한인 2세 여자들이 미 공직이나 정계로 진출할 때 예상하지 못한 ‘이중국적 꼬리표’가 큰 장애물로 등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자의 경우, 2010년 개정법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1983년 5월 24일생을 포함한 그 이전 출생자는 한국국적을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한국국적이 자동 상실되었다. 그러나 2010년 개정법의 적용으로 1983년 5월 25일생을 포함한 그 이후 출생자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만 18세 되는 해 3월말까지 국적이탈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만 37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도 없다. 게다가 복수국적인 상태에서 자녀가 생길 경우 한국과의 관련성이 희박한 그들의 자손들까지도 대를 이어 복수국적자라는 대물림을 강제당할 수 밖에 없다. “국적이탈 하면 되지”라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으나, 이는 국적 이탈에 소모되는 복잡한 구체적 행정절차를 몰라서 나온 말에 불과하다. 또한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부터 먼저 해야 된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복수국적의 증거를 남기게 되어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와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 2세들은 후천적 복수국적자보다 더 과도한 국적이탈 절차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명백히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도 스스로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자동 말소가 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취지의 주장이 담긴 제 5차 헌법소원에 대해 과연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상식인 법’을 어떻게 판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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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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