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만 달러 가격에 첨단사양 장착
▶ 수익성 높아 자동차업계 증산 경쟁
은퇴 경찰인 리 빅토리안이 구입한 포드 F-150 랩터 픽업트럭. 프리미엄 옵션을 추가한 이 트럭의 가격은 8만달러 정도이다. <뉴욕타임스>
리 빅토리안이 자기 아내의 BMW를 보완해 줄 새로운 자동차를 찾고 있을 때 마음이 기울었던 건 아우디 A6였다. 가속이 뛰어나고 세련됐을 뿐 아니라 자동 제어장치와 레이더를 사용한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테크놀러지를 갖추고 있어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매장에서 몰고나온 건 전혀 다른 종류의 고급차량이었다. 최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있는 럭셔리 픽업트럭이었다.
은퇴한 미시건주 경찰인 빅토리안은 포드 F-150시리즈의 랩터 버전이었다. 렙터는 레이스카의 영혼이 담긴 트럭이다. 450마력 엔진에 10단계 트랜스미션과 7가지의 다른 도로사정에 맞출 수 있는 전자 주행 세팅, 그리고 거대한 크롬 휠과 파워 테일게이트, 아우디와 비슷한 크루즈 컨트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런 모든 옵션을 다하면 스티커 가격은 약 8만달러 정도이다. 빅토리안은 “이 픽업은 너무 날씬하다. 내가 신호등에 서면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 간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기회가 급속히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가족용 세단과 작은 차량들에서 SUV와 트럭 같은 좀 더 크고 넓은 차량들을 옮겨가고 있다. 지난 1월 새롭게 판매된 차량들 가운데 3분의 2가 트럭으로 분류됐다. 트럭에는 SUV와 픽업, 미니밴, 그리고 SUV의 경량 버전인 크로스오버 등이 포함된다.
이런 추세 속에서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렉서스, 캐딜락, 재규어, 그리고 독일 럭셔리 브랜드를 찾던 부유층 고객들이 트럭과 SUV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찾는 것은 빅토리안이 구입한 랩터와 같은 모든 것을 갖춘 스페셜 에디션이다. 이들의 가격은 BMW의 대표 브랜드인 7시리즈 세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자동차업계 분석가인 톰 로비는 “우리는 럭셔리 세단에서 럭셔리 트럭으로의 이동 추세를 지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럭과 SUV만 판매하는 GM의 GMC는 2017년 가격 6만달러 이상 차량의 미국 내 판매비율이 11.3%였다. 5년 전 이 비율은 0.1%에 불과했었다. 포드와 셰볼레에서도 이처럼 큰 폭은 아니지만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포셰와 벤츠, 렉서스, 재규어, 캐딜락 등의 6만달러 이상 브랜드의 판매는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디드토이트에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GM과 포드, 그리고 지프 브랜드를 내세운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더 고급 버전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문은 경쟁이 치열하고 업체들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디트로이트 3사와 외국 업체들은 많은 모델들의 경우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6만달러 이상의 트럭들은 업체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다.
최근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GM은 가격이 비싼 GMC의 디날리 버전 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디날리가 BMW와 벤츠의 평균 판매가격보다 높은 평균 5만6,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GM의 댄 암만 사장은 “이 차량은 돈을 벌어주는 기계”라고 말했다.
다른 디트로이트 업체들도 같은 방향을 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포드는 8인승 포드 엑스페디션과 링컨 내비게이터 풀사이즈 SUV의 새로운 버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당초 계획보다 25% 이상 더 생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내비게이터는 평균 7만7,000달러에 팔렸다. 블랙 레이블 에디션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것이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픽업과 풀사이즈 그랜드 왜고니어를 포함한 지프 모델을 더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오토데이타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시장에서 SUV와 크로스오버가 차지한 비중은 41%였다. 2013년의 30%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럭셔리 자동차들은 반대 추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5.4%로 4년 전의 7.5%에서 크게 줄었다.
가장 비싼 SUV와 트럭들은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 고급 라리앗, 킹 랜치, 랩터 모델들은 모든 F-150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3분의 1 수준이었다. 디날리 모델 또한 GMC 매출 가운데 29%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 비율은 21%였다.
낮은 가솔린 가격은 고급 트럭들이 잘 팔리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SUV는 갤런 당 11~12마일 밖에 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료 효율성이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 일리노이에서 자동차 딜러십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마크 스카펠리는 “SUV가 너무 가솔린을 많이 먹는다는 불평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전에는 일반 차량들에나 장착했던 첨단 테크놀러지들과 편리한 사양들을 갖춘 스페셜 에디션 SUV들을 생산하고 있다. 아프리카산 마호가니로 날렵하게 꾸민 내부를 블랙레이블의 내비게이터도 갖추고 있다. 포셰처럼 가속이 붙는 차를 원한다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 트랙호크와 이것에 장착된 707-마력 V8을 경험해보면 된다.
미시간의 은퇴 심리학자인 척 두커는 온열 뒷좌석 등 다양한 옵션을 갖춘 F-150 라리앗을 최근 구입했다. “어머니를 그곳에 태우면 너무 행복해 한다”며 “확실한 럭셔리 자동차”라고 말했다. 미시간 잭슨에 딜러십을 갖고 있는 웨스 러츠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모델들을 낚아채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 그의 매장에는 스티커 가격 9만3,000달러의 트랙호크 두 대가 있었다. “이런 모델들은 두 주 이상 남이 있지 않는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타코마의 GMC 딜러인 개리 길스카이스트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달 한 고객이 BMW 2010년 모델을 트레이드인 하고 새로 7만1,000달러짜리 GMC 시에라 디말리 픽업을 사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그동안 이미지 요소 때문에 독일 차들을 선호했다. 지금은 디날리를 몰면 그것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이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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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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