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미국의 가장 유명한 신문 둘을 꼽으라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정답이다. 1877년에 창간된 워싱턴 포스트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알려졌지만 전국적인 영향력이 별로 없던 신문이었다. 금융계의 거부 유진 마이어가 파산세일에서 그 신문을 매입한 1933년부터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두 명의 편집인들을 고용하여 정치해설 기사와 논설 면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46년에 마이어가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되자 사위 필립 그레이엄을 발행인으로 임명한다. 존 F 케네디의 친구이기도 했던 그래함이 1963년에 자살했기 때문에 그의 부인 캐서린(케이) 그레이엄이 발행인 직을 승계했다. 케이 그레이엄 여사는 벤 브래들리를 주필로 영입해서 워싱턴 포스트를 국제적 명망의 신문 중 하나로 만들었다. 그의 아들 도널드 그레이엄이 어머니의 뒤를 따랐지만 종이신문의 수난이 시작된 21세기 초부터 포스트의 부수가 70-80여 만이다가 35만 정도로 격감되고 광고 수입도 줄어 큰 위기를 맞아 2013년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 달러에 매각된다.
금년도 세계 억만장자 서열에서 20년 가까이 1위를 차지해오던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무려 996억 달러로 제일 부자가 된 베조스는 신문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발행인조차 다른 사람을 고용하고 취재, 편집과 사설 등 신문제작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트의 역사를 길게 언급한 이유는 ‘더 포스트’란 최근에 개봉한 영화 때문이다. 케이 그레이엄 여사 역을 메릴 스트립이 맡았고, 주필 벤 브래들리 역은 톰 행크스가 맡았다. 감독은 예술성과 흥행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이 영화가 골든 글로브 지명 6개 부문에서 받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각본의 공저자가 32세인 리즈 하나란 신인이라는 사실이다.
영화 내용은 다니엘 엘스버그란 하버드 출신 반 월남전쟁 정부기밀 폭로자가 제공한 비밀문서를 뉴욕 타임스에 대서특필한 1971년으로부터 시작된다. 미 국방부가 RAND란 싱크탱크에 의뢰해서 미국의 월남전 개입 시작과 진행 과정을 연구하게 했고,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던 엘스버그가 연구원들 중 하나였다.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들에서 미국 행정부가 월남전에 대해 연방의회와 시민들을 숱하게 속여온 것을 목격한 엘스버그 박사가 몰래 비밀문서들을 복사하여 뉴욕 타임스에 제공한 것이다.
그해 6월13일 타임스가 그 특종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하자마자 닉슨 행정부는 법원을 통해 기사게재 중단 명령을 받아낸다. 연방대법원에서도 하급법원의 명령을 잠정적으로 승인했기에 타임스의 손이 묶이게 되자 엘스버그는 포스트의 브래들리 주필에게도 비밀문서들 사본을 전달한다. 그때 케이 그레이엄이 당시 법무장관이던 존 미첼의 위협적인 언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포스트가 ‘펜타곤 페이퍼스’라고 명명한 비밀문서들을 게재하도록 명한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그해 6월30일에 그 법원이 바로 5일전에 내렸던 임시 명령과 하급 법원들이 허락했던 펜타곤 페이퍼스 출판중지 명령들을 6대 3으로 번복시켰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제 1조의 보호가 재확인됐다. 언론 또는 신문의 자유는 출판 이전의 사전제재(Prior restraints)가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전제재 중에는 정부에 의한 신문이나 출판물의 허가제도가 있다. 영미법 제도 아래서는 누구나 정부의 허락이나 면허증이 필요 없이 신문이나 잡지를 발행할 수 있다. 또 어떤 것도 정부기관의 사전승인이나 검열이 없이 자유롭게 출판 배부할 수 있다.
그처럼 사전제재가 없지만 출판 내용이 법을 어긴 경우 사후처벌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남의 명예를 훼손시켰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거짓을 고의로 유포했다고 판결 받으면 판결 액수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의 기밀문서를 유포하여 (전쟁기간 중) 적군에게 도움을 준 경우도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활동은 사전제재를 받지 않아야 된다는 헌법적 보장이 미국 대 뉴욕타임스 그리고 미국 대 워싱턴포스트 사건(1971)에서 재확인된 것이다. 1월에 할 일 중 하나는 ‘더 포스트’ 영화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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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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