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매년 말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선정되었다. 성희롱, 추행, 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이 여성들은 일명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 불려진다. 지난 주 타임 발행본 표지사진에는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 우버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 5명의 여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지난 10월초 할리웃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고발로 시작되어 정계, 교육계, 언론계 등을 막론하고 연일 성폭력 고발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고 성폭력 고발 캠페인 해시태그 ‘#미투’ 는 지금까지 최소 85개국에서 수백만 번이나 사용됐다고 한다. 직장의 을이라서, 권위 앞에서, 연봉 앞에서, 참고 넘어가고 덮어야 했던 여성들은 그동안 당해온 일들을 폭로하면서 앞으로는 약자라고 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올해의 인물 2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 외에 핵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등이 후보에 올랐었다. 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얼마나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지 한인가정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자신감, 성취감, 재미삼아, 장난으로 등등 이유로 이 타임지 표지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넣어 인쇄한 가짜 타임지 표지를 거실에 걸어두었던 것이다.
올해의 인물은 특출한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했거나 봉사로 타인의 모범이 된 사람, 한인이민 권익보호에 앞장 선 사람이 선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2위를 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역발상 이유도 있다. 타임 편집장은 트럼프를 일러 ‘그는 대통령직의 본질과 백악관이 기능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한다.
무언가 화제가 되는 인물이 ‘이 해의 인물’ 감이 된다면 2017년 뉴욕 한인사회 ‘올해의 인물’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한 달 쯤 후인 내년 1월13일이면 미주한인의 날이다. 1902년 12월22일 102명의 청년이 제물포항에서 증기선 게일릭 호에 승선하여 하와이로 떠났고 1903년 1월13일 새벽 호놀룰루 항에 도착했다. 한국 최초의 공식이민이었다.
이민 1세대들의 희생과 교육열을 바탕으로 빈손으로 이민 와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한 이들이 많다. 이들 중에 ‘이 해의 인물’에 해당되는 한인은 무수하다.
지난 10월13일 뉴욕한인회관 이민사박물관에서 제막된 평화의 소녀상을 생각해본다. 이 소녀상은 캘리포니아 글렌데일(2013), 미시건주 사우스 필드(2014), 조지아주 브룩 헤이븐(2017)에 이어 미 전역에서 4번째, 동북부 지역에서는 첫 번째 소녀상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짧은 단발머리 이 소녀는 몇 살일까? 제2차 대전당시 일본군 종군 위안부로 징용, 납치, 매매된 위안부 피해자 나이는 기준이 17~18세부터 30세까지라고 한다. 10대 소녀들은 일본 등지의 공장 여공으로 간다는 말에 속았거나 강제 납치되어 위안부로 팔려갔다.
이 평화의 소녀야말로 성폭행 피해자로써 성폭력 고발캠페인 ‘미투‘에 역사적인 인물로 등재되어야 한다. 마침 한국의 ‘2017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 역으로 열연한 배우 나문희씨가 결정됐다고 한다.
옥분은 위안부 피해자임을 숨기고 동네 억척할머니로 영어를 배우고자 한다, 결국 여러 사건 후 위안부피해자로 미의회 청문회 증언대에 선다. 영화제 관계자는 이로 인해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이야기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선택임을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미투 캠페인이나 평화의 소녀상, ‘아이 캔 스피크’ 등이 화제가 되면서 지난 역사동안 짓눌리고 감춰지고, 참아야 하고 무시되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당신의 목소리도 볼륨을 조금 높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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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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