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대가 여간 격심한 것이 아니었다. 각료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6일 전쟁’의 전설, 모세 다얀 외상도, 에제르 와이즈만 국방상도 반대였다.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잃었다. 그런 메나헴 베긴 총리는 이스라엘 말살 주장과 함께 핵무기개발에 나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게서 히틀러의 얼굴을 보았다. 1981년 여름 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파괴했다.
앉아서 최선을 희망한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침공을 불러올 뿐이다.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치룰 대가가 있다면 이라크가 핵무기를 완성한 후 보다 그 전이 훨씬 싸다. 이런 판단과 함께 오랜 고뇌 끝에 공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유럽이 뒤집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레이건 행정부도 비판적 입장이었다. 이 정황에서 그는 아주 심플한 성명을 발표했다. ‘베긴 독트린’이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적(敵)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수단을 획득하는 사태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 걸프전이 발생했을 때 ‘베긴 독트린’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은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해왔다. 그 피해는 그러나 미미했다. 핵탄두가 아니었던 것이다.
2007년 이스라엘은 5년여 동안 계속 의심해오던 것에 대한 확증을 잡았다.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원자로 건설에 착수한 것이다. 베긴의 제자격인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모사드 국장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정보제공과 함께 미국의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마이클 헤이든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은 W. 부시대통령에게 미국이 개입해 폭격을 할 경우 전면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단독 결정에 나서 시리아의 원자로를 파괴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일단의 북한 전문가들도 목숨을 잃었다. 헤이든의 판단은 틀렸다. 전면전은 없었다.
그 때 이스라엘이 미국의 충고에 따라 행동을 주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바샤르 알 아사드,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살해하는데 아무 주저함이 없는 그 잔혹한 시리아의 독재자는 핵무기를 손아귀에 넣게 됐을 것이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이스라엘이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진실이 있다. 그것은 안보에 관한한 ‘국제적 커뮤니티(internatinal community)’라는 건 없다는 사실이다. ‘베긴 독트린’이 주는 교훈도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대화의 손짓을 한다. 그러다가 하루 만에 뒤바꾼다. 원칙 같은 것은 찾을 길이 없다. 일관된 전략 같은 것은 더더구나 보이지 않는다. 한쪽의 여론만 주시하면서 그저 갈팡질팡한다고 할까. 그게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같다.
핵에 대한 억지력은 핵밖에 없다. 불편하지만 핵이 개발된 이후의 진리다. 지난 3일의 북한 6차 핵실험은 남북한 군사적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린 ‘게임 체인저’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 북한의 핵전력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은 핵밖에 없다.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으로만은 불안하다. ‘1차 억지력(primary deterrence)’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싱턴에서 이는 금기어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고조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한국과 일본의 ‘1차 억지력’ 확보, 다시 말해 자체 핵개발을 허용하라는 쪽으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싱크 탱크의 주장이 아니다. 미 의회와 주류언론까지 미국의 아시아동맹국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에 전술 핵무기 반입, 더 나아가 자체 핵무기 개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무장을 체제방어용으로 해석했다. 적화통일의 의도는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핵으로 핵에 맞설 경우 남북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전술 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아주 100%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 자체가 북한 핵 공격의 타깃이 될 수 있고 동북아의 핵도미노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북한 핵의 볼모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1차례나 이어진 핵과 미사일 도발에 전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이 할 이야기일까.
게다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국의 핵무장, 더 나가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악몽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북한 핵무기프로그램 폐지에 중국을 활용하는데 있어 최상의 카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카드다. 그러니 더욱 말을 아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카드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리 까뒤집은 셈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전략적 사고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단세포적 사고능력 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하나 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와중에 뜬금없이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강행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급기야 일본이 그 진의를 따졌다. 그러자 더더욱 인도적 정책 강행을 고집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자못 ‘거룩한 분노’(?)같은 것도 보여 진다.
문득 한 가지 말이 떠올려진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했나. 제 분수도 모르고 적에게 인의(仁義)를 베풀었다. 그러니까 겉만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다가 국가의 안위를 해쳤다는 고사(故事) 말이다.
평화는 평화의지가 아닌 전쟁의지로 지켜진다. 이것이 고금(古今)을 관통하는 역사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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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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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한미동맹 강화에 관심이 없다. 노무현처럼 북핵을 뒤로 지원한다. 미국은 다시 속지 않는다.
세철씨. 총들 힘도 없는 세철씨. 먼저 삼팔선으로 가서 총알받이 자원봉사 부터 시작하고서 요따위 망발을 해던지. 논설위원이라는 작자가 한국의 일베보다 못한 논리를 가지고 있구나. 원자로와 핵무기도 구별하지 못하면서 애쓴다. 당신의 논리라면 한국도 원자로가 수십기 가지고 있으니 이미 핵보유국인데 핵무기 금방 만들겠네.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