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결혼률이 150년래 최저다. 1960년대 비해 20%나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를 들기도 하나,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게 주원인이란 것이다. 이혼이 흔한 세상에 “아! 내 사람이다” 라고 확신을 주는 천생연분을 만나기 전까진 결혼을 보류하겠다는 추세다.
예삿일이 아니다. 젊은 남녀가 서로 끌림에 과연 어떤 법칙이 있는 것일까? 마침 이번 달 “Psychology Today”에 실린 “매력의 법칙 (The laws of Attraction)”이란 기고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심리학자 웬디 패리스가 쓴 글이다.
작가는 인류의 영원한 수수께끼인 “남녀 간의 매력”이란 명제를 여러 각도에서 다루었다. 유전적, 심리적, 정신분석학적, 그리고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관찰하고 조리있게 정리했다. 읽어보니 잘 알려진 상식도 많다. 그러나 새로운 이론들도 설득력이 있다.
잘 알고있지만, 우선 유전적 관점에서, 여자의 최고 매력은 젊고 건강함이다. 자식을 낳을 여인은 반짝이는 눈, 백옥같은 피부, 완숙한 체형을 지닌 우수한 DNA가 일 순위다. 반면 생계를 책임진 남자는 강하고 날쌘 사냥꾼이 최고다.
동굴 시대가 끝난 지금도 출산을 위한 여성의 미는 크게 달라지지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변했다. 육체적 강인함보다는 지적 창조력, 정서적 부드러움과 경제력이 일등 신랑감의 척도다.
그런데 현대의 남녀가 서로 끌리는 가장 큰 법칙은 무엇일까? 작가는 “유유상종 (well-matched)”을 꼽는다. 용모, 가정환경, 학벌, 종교, 가치관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는 것이다. 편안함 때문일까? 용모나 학벌이 너무 뛰어난 여자들이 종종 짝을 못 찾는 경우를 본다. 남자들이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란 것이다. 유유상종의 예외는 오랜 친구 사이다. 그들은 조건과 환경을 초월한 옛 정(情)에 눈멀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남녀간의 매력은 뇌 호르몬에 좌우된다. 소위 남녀가 “케미(chemistry)” 가 맞아야 끌린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람의 성격이 4가지 뇌전달물질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4가지 물질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가장 우세한 물질이 사람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선 도파민이 많은 타입이다. 호기심 많고, 창조적이며, 모험적이다. 세라토닌 형은 양심적이지만, 융통성이 없고, 보수적이다. 테스토스테론 형은 남성적이면서, 분석적이며, 의심이 많다. 에스토로젠 형은 포용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여인상이다.
피셔의 실험에 의하면, 도파민과 세라토닌형은 같은 타입을 선호한다. 도파민은 도파민을, 세라토닌은 세라토닌 성향에 끌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타입은 정반대인 에스트로젠을 좋아한다. 예스토로젠도 테스토스테론을 선호한다. 왜 그런지 설명은 없지만 실험결과는 널리 알려져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혈액형을 원용해보면 도파민 타입은 B형 (자유분방, 창의력, 직설적)이나 AB형 (냉정, 합리성, 자유주의)에 가깝다. 세라토닌은 A형 (성실, 책임감, 세심), 테스토스테론은 O형 (열정, 낙천적, 자신감) 이나 B형, 그리고 에스토로젠은 A형이나 O형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끌리는 대상이 뇌호르몬 실험과 유사한지는 알려지지않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예외가 다이나믹 끌림 (dynamic attraction)이다. 여인들이 ‘나쁜 남자’에 끌리는 현상이다. 나쁜 남자는 자기애가 강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도 끌림은 나쁜 남자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 흡인력 강한 힘 때문이란 것이다. 나쁜 카리스마도 매력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긍정적인 배우자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종합하고 있다. 첫째, 가치관이 같은 사람. 같은 일에 감동할 수 있으면 위기를 같이 넘길 수 있다. 둘째,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배려하는 포용력. 서로 약점도 드러낼 수 있어야 속으로 병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이상에 맞는 외모 등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선택은 누구일까? 가장 매력적인 배우자는 “짝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고,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나이 더 먹기 전에 심장 뛰는 천생연분을 찾아야하는 젊은이들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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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 수필가,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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