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문사가 매년 주최하는 칼리지 엑스포가 올해로 8회를 맞았다. 지난 19일 열린 2017 칼리지 엑스포에는 남가주 전역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행사 주최사로서 뜨거운 호응이 감사하고, 그만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입시정보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관심에 비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을 진학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올 가을 11학년이면 앞으로 2년, 집집마다 ‘공부’ ‘성적’ ‘점수’를 둘러싸고 “내가 다 알아서 한다”는 학생과 “다 너 잘 되라고~” 닦달하는 부모 간에 적잖은 갈등이 있을 것이다.
당장 입학원서를 준비해야 하는 12학년 학생 가정들은 이제부터 ‘겨울 공화국’이다. 학생과 부모 모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얼어붙은 듯 냉랭한 날들이 닥친다. 아이는 스스로 받는 압박감에 부모의 기대까지 겹치니 스트레스가 배로 늘고, 부모는 그러잖아도 까칠해진 아이를 자극할 까봐 말은 못하고 속만 끓인다. 교육열 높은 대부분 한인가정들이 겪었고,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일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가장 좋은 일이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부터 구해낸 것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착실하게 학교 수업 잘 따라가면 UC계열 진학은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 아주 특출한 학생들은 아이비리그로 갔지만 진학전략까지 짜면서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삼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 중국계와 인도계 등 아시안 학생들이 늘면서 그 사회의 입시경쟁을 그대로 옮겨왔다. 학원은 기본이고 그룹과외에 개인교사, 진학 컨설팅이 보편화했다. 아이들을 군대식으로 몰아붙이는 ‘호랑이 엄마’ 교육법이 주목을 끌면서 주류사회의 보통 엄마들도 자극을 받았다. 아울러 HYP(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입학을 기본으로 삼는 주류사회 엘리트 계층의 입시 열기도 뜨거워졌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과거같이 풍요롭지 못하고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것이 한 배경이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은 이제 많은 부모들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자녀가 일류대 들어가고 일류 직업·직장 잡아서 일류로 살게 만들려는 일념에, 부부가 팔자에도 없는 ‘별거’를 하고 빠듯한 수입에 수천달러씩 하는 교육 컨설팅을 받는다.
명문대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물론 가치가 있다. 랜드연구소와 브리검영, 코넬 대학 경제학자들이 공동연구한 바에 의하면 명문 사립대학 졸업장은 고소득으로 연결되고 ‘명문’ 프리미엄은 두고두고 영향을 발휘한다. 고교졸업 10년 후 명문대 졸업생은 소위 삼류 공립대 졸업생에 비해 연소득이 평균 4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문대 출신일수록 월스트릿 등 고소득 직장 진출이나 박사학위 취득 가능성이 높으니 부와 권력의 리그 안으로 들어설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명문대는 우수한 교육에 더해 엘리트 계층 내 네트웍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의 기반이 되는 게 사실이다.
단 조건이 있다. 학생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동기부여, 야심, 목표의식, 학구열을 바탕으로 명문 대학에 갔을 때 이 모두가 가능하다. 부모의 강요에 타율적으로 공부하고 다행히 성적이 좋아서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도중하차가 적지 않다.
아이비리그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모이는 공립대학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웬만한 학생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천재적인 학생들, 1%나 0.1%의 상류층 학생들 사이에서 한인학생들은 종종 길을 잃는다. 실력 면에서 견디지 못하고 일반대학으로 전학하는 경우, 스스로 따돌림 당하는 듯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들이 있다. 준비 안된 아이를 부모가 등 떠밀어 명문대 문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스테이시 데일(마테마티카 연구소)과 앨런 크루거(프린스턴)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이들 경제학자는 학생들의 장차 소득에 대학의 명성은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비슷한 SAT 성적으로 한쪽은 사립명문, 다른 쪽은 일반 주립대에 들어간 학생들을 수십년에 걸쳐 비교했다. 결과는 둘 사이에 소득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갔느냐 보다는 학생 개인의 실력/능력이 고소득이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이들은 해석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테네시 주립대학 출신이다. 명문대 졸업장 없는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에 200% 몰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과 부모들이 대학 순위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실력과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면 어느 대학에 가든지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다. 편안하게 적응하고 배움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명문대학이다.
<
권정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ibuprofen은 듣거라. 너의 편협한 사고가 끝을 모르는 인종차별주의를 보아하니 어디 백인집에서 종살이 하나 본데. 적당히 하고 살아라. 누구 인생이 너의 인생처럼 저주받기를 그렇게 바라지 말고.
기쁨을 만끽하겠지만 그런곳은 나만의 명문이지 세상이 알아주는 명문이 아닙니다. 헬조선이 헬미국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무식 하기는. ibuprofen 이다.
언론이 앞다투어 us news college ranking 이나 Forbes ranking 을 그냥 가져다 보도하는 이유? 거대한 대학입시 시장에서 재미를 보기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