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쁜 숨을 몰아쉬며 풀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자쿠지로 함께 들어가면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오기 전에는 미적미적 망설여지는 수중 생존 클래스이지만, 막상 한 시간의 훈련을 마치고 나면 이렇듯 뿌듯하고, 끝까지 함께 견뎌 냈다는 안도감에 만면에 미소를 띄게 된다.
매일 출근 전 20여분 수영을 하고, 토요일에는 거의 한 시간을 물속에서 해군 신병같은 훈련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남녀 8명이 참가해 무사히 마쳤다.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다. 수영의 장점을 보면 우선,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 30분의 평영으로 367 칼로리가 연소되는데 이는 걷기, 사이클링 심지어는 달리기를 능가하는 수치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자의식을 고취해준다. 셋째, 기분을 띄워준다.
넷째, 근육을 강화한다. 물의 저항력은 공기의 44배로, 그걸 뚫고 나아가려면 근육을 그만큼 많이 써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다섯째, 수영은 충격이 적은 운동이다. 물의 부력으로 인해 실제의 10% 정도만 몸무게를 느끼니 수술이나 격렬한 운동 후의 재활에 수영이 많이 권장되는 이유이다.
여섯째, 수면을 용이하게 한다. 수영은 힘을 많이 쓰는 운동이어서 다른 운동을 한 경우보다 숙면을 취하게 된다는 사람이 두 배나 많다고 한다. 일곱째, 시원한 물이 몸의 열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땀을 흘릴 필요가 없는 상쾌한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수영은 심장 박동을 건강하게 해 심혈관계에 좋고, 혈당과 혈압을 낮춰주며,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준다. 수영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당뇨, 심장질환, 중풍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니 앞으로 100세까지 계속해야 할 운동이 아닐까.
팀의 리더로 수영을 돌고래처럼 빠르게 잘하는 중국계 리처드가 내게 살짝 말한다. 샤워 후 홀에서 만나자고. 텃밭에서 스쿼시 호박을 수확해서 하나 주려고 가져왔다는 것이다. 오동통 길쭉하니 진초록색이면서, 햇볕을 덜 받은 밑 부분은 연 노란색인 리처드 네 스쿼시는 모양도 어찌 그리 이쁜지.
미국에는 호박의 종류가 여럿이고 이름도 가지가지다. 오이 같이 길쭉한 주키니, 표주박을 두개 겹친 모양으로 밑동이 뭉툭한 스쿼시, 그리고 단풍질 무렵 누런 들녘에서 무게 콘테스트가 벌어지는 펌킨이 있다. 북가주에선 하프문 베이에서 벌어지는 대회가 유명한데, 미국 전체로는 작년 일리노이에서 물경 2,145 파운드짜리로, 북미 최대이자 세계 2위의 무게를 기록한 대형 호박이 나왔다 한다. 역대 최고는 2014년 독일에서 출품된 2,323 파운드짜리라는데 헤비급 권투선수 12명의 무게라니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15년 된 수영 친구로 베트남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프랑스로 이민가 성장한 리처드는 화교이다. 지구를 각자 반바퀴 돌아 이곳에서 만난 나에게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쿼시를 따서 다운타운 파리바게트 포장지에 담아 건네준다.
한인들은 스쿼시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느냐 하기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잘게 썰어 넣으면 좋다고 하니 신기한 듯 자신도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요리를 즐겨하는 리처드는 달군 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뒤, 양파를 먼저 넣고 부드러워질 때 까지 볶은 다음 스쿼시를 넣는데, 중불에서 익을 때까지 볶은 뒤 소금과 후추를 살살 뿌리면 정말 맛있단다.
커피를 마시면서 리처드는 큰아들을 스탠포드에 입학시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이 되었고, 내달이면 작은 아들을 세인트루이스의 사립 워싱턴 대학에 보내게 되어 학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엄살을 피운다. 실리콘 밸리 최고의 주거지, 팔로 알토에 있는 자네 집이 1년에 20만달러씩 오르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세인트루이스와 워싱턴은 무슨 관계일까? 1853년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따서 개교한 이 대학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 대학 랭킹 19위의 유서 깊은 명문 사립대학이다.
텃밭에서 정성껏 키운 스쿼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 우리는 수영 뒤 기분 좋게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밝은 표정으로 체육관문을 함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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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 실리콘 밸리 부동산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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