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내과 전문의
여러분은 ‘백혈병’은 다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1970년 필자가 중학교 때 ‘러브 스토리’(Love Story)라는 영화가 매우 유명했었다. 그 영화 속에서 여자 주인공(알리 맥그로우)이 백혈병으로 운명을 달리하면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백혈병은 사실은 백혈구 세포가 암 세포로 바뀐 병이다.
그래서 백혈암(白血癌)이라고 불러야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백혈병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원래 피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3가지 요소가 있다. 이 중 ‘백혈구’(White blood cell)이 몸의 군대 역할을 하는데 몸 밖에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들어 오면 막는다.
또 몸 안에서 암세포가 만들어 질 때 이것도 커지기 전에 잡아먹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중요한 군대 역할을 하는 백혈구가 암 세포로 바뀌는 병이 바로 백혈병이다.
비유를 들자면 아군이 반란군으로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뼈 중심부에는 골수가 있고, 여기서 백혈구를 생성한다. 백혈병이란 비정상적인 미성숙 백혈병 세포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생성되는 병이다. 이 암적인 백혈병 세포가 혈액 안에 있지 않고 골수, 혈액, 간, 비장, 뇌 등의 여러 조직에 침윤된다.
골수에는 피를 만드는 조혈 모(母) 세포가 풍부하고, 여기에서 적혈구, 백혈구와 혈소판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이 조혈 모세포가 암세포로 변한 것이 백혈병인 것이다.
백혈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 중 유전은 거의 없는데 고단위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 발병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혈병을 처음 발견하게 되면 환자나 가족이 원인을 알려달라고 필자에게 요구하시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 그 원인이 불분명하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젊은 분들에게도 생기는 수가 있다. 즉, 우리 의사들도 대부분 원인을 알지 못한다. 또한 대부분의 다른 암인 경우에는 발생장소에서 큰 혹 덩어리가 생기는데 백혈병인 경우에는 발생 장소인 골수에서 혹이 나타나지 않고, 주로 빈혈이나 출혈과 같은 증세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유 없는 빈혈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철 부족성 빈혈이겠거니 하며 철분제를 처방없이 먹지 말고 꼭 주치의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거나 사망한 유명인을 알아보면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 부인, 세계적 오페라 가수인 호세 카레라스,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의 딸인 로빈 부시 등등 많다. 현재 미국에는 23만2,000명의 백혈병 환자가 있으며 해마다 4만4,000명의 새로운 백혈병 환자가 생겨나고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구계 세포가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악성 혈액 질환인데 환자의 90% 이상에서 특징적인 유전자의 이상(필라델피아 염색체)으로 골수 아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하여 암적 백혈구가 증가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혈액 암이다.
이 병은 천천히 진행되지만 내버려 두면 점차 진행되어 급성백혈병으로 발전한다.
발생 연령은 60대가 가장 많고 40 ~50대가 그 다음이다. 성별로는 남자가 9대7 정도로 약간 많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피로, 식욕부진, 체중감소, 복부팽만, 조기 포만감, 발한, 비장과 간 비대 등이다. 즉,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질환의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하기가 어렵다. 일상적인 신체검사나 혈액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징적으로 비장이나 간이 커지는데, 일부 환자는 자기가 비장 증대를 우연히 발견하여 병원을 찾아오기도 한다.
점차 백혈병 세포가 골수 이외의 신체 조직기관에 침범할 수 있으며 비장이 더 커지는 등 급성 백혈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갑자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급성 백혈병과 비슷하게 전환이 되는데 이를 ‘Blast Crisis’(아세포 위기)라고 부른다. 이때 비장이 더욱 커지고 감염과 출혈이 빈번하며, 폐렴, 호흡곤란, 어지러움, 운동능력의 부조화 등이 나타나며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부위에 임파선 비대가 올 수 있다.
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진단은 어떻게 내리는가? 말초 혈액 검사를 실시하여 백혈구의 증가, 혈소판의 증가 등이 있으면 이 병을 의심할 수 있으며, 골수 검사를 통하여 확진을 내린다. 이때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백혈병의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첫째, 대증요법으로 이 병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둘째, 항암요법인데 이 병을 일으키는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표적으로 티로신키나제 억제제를 사용한다.
가장 유명한 약으로 글리벡(Gleevec)이 있다. 문제는 약값이 비싸 약에 들어가는 비용만 1년에 3만달러, 내지는 10만달러 정도가 든다.
필자가 아는 환자 중에 몇 년 전 글리벡으로 치료하여 지금까지 혈액학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 환자가 있다. 글리벡 외에도 다사디닙과 닐로티닙이라는 약제가 있다. 만약 이러한 약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골수 이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치료를 받으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과거 40년 전에는 백혈병으로 5년 살 수 있는 확률이 14% 정도였는데 지금은 50%가 넘는다.
특히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진단을 받고서 17년 정도 사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백혈병이라고 진단 받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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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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