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정치 외교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중국과 미국간 핑퐁외교이다. 1971년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미국선수 글리 코웬이 실수로 중국선수단 버스에 올라탄 사건에서 시작된 이 결과물은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국 선수단의 접촉이 금지된 상황에서 중국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 당황하는 코웬을 보고 중국의 유명선수 좡쩌둥이 처음 말을 그에게 걸었다. 그리고 중국 황산이 그려진 깃발을 코엔에게 선물했고 코웬은 중국 선수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모택동 주석은 미국선수단을 중국에 초청, 선수권대회가 끝난 3일 뒤 미국 탁구선수들은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해 중국은 UN에 가입했으며 이듬해는 닉슨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한반도에도 지난 2000년도부터 8차례나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입장해서 경기를 한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남북은 이렇게 이미 국제사회에 스포츠 교류로 화합과 친선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도 아무리 힘들어도 갈수록 냉각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녹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민족은 서로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기 때문이다.
수년간 세계인을 감동시킨 한반도기의 물결과 남북선수단의 공동입장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불씨를 살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대북제재 방안이 거론되고, 북한 김정은의 핵 도발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시 북한이 한국의 군사시설을 조준할 경우 몇 시간 안에 3,000여명, 민간인을 겨냥하면 약 3만명의 희생자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최악의 한반도 전쟁 가상 시나리오 기사까지 실었다.
1950년 한민족이 겪은 최악의 6.25전쟁을 또 다시 겪을 수는 없다. 남북민족의 대적은 이제 분단 64년으로 족하다. 남북이 하나 되길 원한다면 우선 스포츠교류라도 해서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내년도 한국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전세계인에 보인다면 얼마나 감동적이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스포츠 교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가능한 막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콜 서독수상과 브란트 전 수상 등은 생전에 통일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브란트 수상은 통일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실효가 없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과 2주후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뒤 완전한 통일을 이루었다.
남북한 통일도 이처럼 갑자기 도둑처럼 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쿠베르탱의 말처럼 우리도 이를 향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스포츠 교류라도 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벌써 30년이 다 되었다, 그러나 남북한을 가로막은 장벽은 오히려 더 굳게 가로막혀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서베를린 시민들은 체크 포인트에 모여들어 넘어오는 동독 형제들을 얼싸안고, 박수치며 환영함으로써 ‘게르만 민족은 하나’임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우리는 벌써 수십년간 목이 터지도록 불렀다. 하지만 이제 갈 길은 점점 멀어 보인다. 우리의 노력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싸움에 휘말려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민족이 도도하게 걸어온 역사의 물줄기는 그 어떤 힘으로도 거슬리지는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속히 북한과의 화해 물꼬를 터야 한다. 정치적으로 안 되면 스포츠 교류, 민간교류라도 해서 동족간에 굳게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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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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