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왜 한국의 사업가들은 자꾸 나하고 생면부지인데도 친한 척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친해지게 되는 사람이 있어요. 같이 일을 하다 일 처리가 깔끔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죠. 그래서 비즈니스가 끝나고 나서 그때부터 친구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무조건 만나자마자 폭탄주 돌리고 노래방에 가고 골프 치자고 난리예요.” 윤리경영을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만난 미국인 학생의 부모가 들려준 이야기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친구 사이다. 우정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상호 이익을 위한 친구 관계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득실을 따지기에 능숙해진다. 나이 들어 만난 사업상의 친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업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된다. 사업 파트너나 친한 고객들이 그런 친구들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서로 득 될 일이 없으면 만날 이유도 친구 할 이유도 없어진다. 슬그머니 관계가 멀어지고 만다.
둘째, 취미활동을 같이 하는 친구 사이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우정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전 같은 교실에서 3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별난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한 친구들 역시 쾌락의 순간순간을 같이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오랫동안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서로에게 더 이상 쾌락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면 이 역시 우정이 점점 식어간다.
셋째,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는 친구가 최고의 친구라고 했다. 내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상대방도 나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 관계는 정말 부럽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는 거다. 이런 친한 친구는 사실 흔하지 않다. 인생에 한둘 있으면 정말 행복한 것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좋은 친구들일까. 가끔 궁금해진다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김 교수님. 사람은 겪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사람들을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긴 한숨을 푹 쉬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하고 가까이하고 싶은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은 결국 점점 더 자신을 고립시키고 만다. 좋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가면 거기에서는 반드시 공통점 하나가 발견된다. 무엇일까. 바로 좋은 뜻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자, 내가 사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좋은 친구인지 아닌지 궁금한가. 바로 체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에게 질문 하나만 던져보면 된다. “나는 좋은 뜻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으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일 것이다.
부부 중 최고의 부부는 잉꼬부부도 궁합이 잘 맞는 부부도 아니다. 미모와 지능을 겸비한 탤런트 부부도 아니다. 살아보니 성격은 다르고 취미는 같은 부부가 최고다. 아빠와 아들도, 엄마와 딸도 친구가 되면 최고다. 사업하면서 알게 되는 사람 중에서도 친구가 되는 것이 최고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단시간에 억지 춘향식으로 친구부터 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친구가 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중 최고의 프로젝트가 무엇일까. 끝나고 나면 서로 친구가 되고 또 뭐 하나라도 배우는 것이 남는 프로젝트다. “자신보다 나은 친구를 사귀라.”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절대 오해하지 말라. 자기보다 나은 친구라는 사람은 나보다 더 돈 많고 힘 있고 잘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뭐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다. 좋은 친구와 더불어 같이 성장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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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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