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한 해법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일단 새 정부는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것은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모두를 고려한 일종의 숨 고르기였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는 요소들은 곳곳에 잠복해 있다. 왜냐하면 사드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 환경의 구조를 수반하고 있으며 양국 지도자들의 자존심과 네티즌을 비롯한 양국 국민의 정서가 투영된 이른바 양면게임(two level game)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에 물어도 시원한 해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뿐 아니라 한중 관계는 사드 문제가 해결돼도 과거 좋았던 시절의 한중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올가을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를 앞두고 당 중앙의 핵심 지위를 확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드라이브가 강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시진핑 사상’이 공공연하게 논의되기도 한다. 중국의 시야에 잡힌 한중 관계도 양자 관계가 아니라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미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제는 미중 관계가 좋아지면 한반도에 유리하고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 한반도에 불리하다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중 관계가 어떤 형태로든 위상이 정립되고 나면 한반도 문제는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며 우리가 미국과 중국 모두의 구애를 받고 있다는 낭만적 삼각관계가 들어설 여지도 좁아졌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종합 국력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양국 모두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감하고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도 양보가 불가능한 핵심이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있었지만 한국의 대중국정책은 없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방안’에 한국이 순응하거나 적응해왔을 뿐 도전과 응전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국에 ‘아니요’라고 할 수 있어야만 미국에도 ‘아니요’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과거와 다른 한중 관계를 원한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분명한 주도권을 쥐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중국 책임론이나 인격화한 한미 동맹만으로 풀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동시에 가동하면서 교집합을 넓혀나가는 창의적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진실의 순간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경제가 완만하게 발전하는 나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가, 현재의 방어체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가, 비핵화 해법이 한계에 이른 상태에서 북핵 동결을 위한 협상 외에 현실적 해법이 있는가, 사드 배치 여부가 구조화된 한미 동맹과 교환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곧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오는 7월 초 주요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독일에서 한중 정상이 조우할 수도 있고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북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한미 군사훈련의 범위와 폭에 연계하자고 할 경우, 한중 관계를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고자 요청할 경우, 사드 문제에 대해 마라톤식 협상이 아니라 조기 종식을 요구하는 경우 등의 복잡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고 우리는 중국에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대나무가 곧고 높은 것은 일정한 매듭을 짓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진핑 2기 체제와 문재인 정부가 같이 출범하는 시기의 매듭은 향후 한중 관계 25주년을 열어나가는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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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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