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사드 문제를 끄집어냈다. 대통령 취임 후 받은 보고로는 당초 올 하반기까지 사드 발사기 1기, 내년에 나머지 5기를 배치하기로 한국과 미국이 합의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절차가 알 수 없는 연유로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사드보고 누락사건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그것도 한국 언론도 아닌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사드 문제를 또 한 차례 들쑤셔 논 것이다.
도대체 왜…. 또 하필이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왜 또 사드논란인가. 국내언론의 해설에 따르면 사드 철회가 아니고 환경영향평가라는 생략된 절차를 이행하느라 배치가 늦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느라 나온 답변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미국방문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차원에서 이런 답변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응이 그렇다. “우리는 사드 전 배치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투명하게 협의해왔다”는 논평을 내놨다. 뭔가 마뜩치 않다는 표정이 서린 듯하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것인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의 거듭된 발언이다. 그 와중에 사드보고 누락 사건이 터졌다. 뒤이어 나온 것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다.
문정인 안보 특보도 한 마디 거들었다.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에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배치 축소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 것. 또 이런 말도 했다.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그 발언이 일파만파 전파된 타이밍이 그렇다. 북한에 불법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긴급 송환됐다. 그러다가 결국 사망해 미국 사회가 북한체제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다.
그래서인가.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여간 심상치 않은 게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동맹국인가 하는 비판마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축소 제의는 중국이 주장해오던 쌍중단(雙中斷- 북핵과 미사일도발과 한미훈련중단)과 대동소이하다.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제의도 그렇다. 단순히 도발중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핵 폐기가 조건’인 워싱턴 입장과 상당히 다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의 온도차이가 너무 심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해 의회, 안보전문가, 학계, 언론까지 미국의 조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북핵과 미사일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를 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사드를 둘러싼 2차 발언도 그 일환이라는 거다. 문제는 사드배치논란이 일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는 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새삼 드러나는 것이 있다. 새 정부 안보팀은 “어쩌면…”이라는 소리가 날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정세에 그다지도 둔감할까 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유연성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안보전략이라는 것은 아예 부재다. 그때, 그때 일어나는 상황에만 대처하는 전술만 있을 뿐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은 없다. 그러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 외교 팀이 아닌가 하는 것이 그 두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재개론도 그렇다. 대화도 모자라 퍼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실패였다. 지난 20여 년간의 대 북한정책은 모두 실패작이었다는 것이 총평이다. 온갖 회유와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에 ‘올인’해 와 이미 실전 배치단계를 지나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대화재개론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는 것일까. 북한 핵 문제를 ‘내재적 접근 시각’에서 바라본 결과에 따른 ‘희망적 판단’에서가 아닐까.
왜 북한은 핵을 고집하는 것인가. 내재적 접근법에 따르면 북한의 안보보장을 위한 것이 그 답이다. 거기다가 이런 논리도 덧붙여진다. “가다피도, 사담 후세인도 핵을 보유하지 못해 결국 패망했다. 때문에 더욱….” 그러므로 체제유지, 안보만 보장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논리의 연장이다. 과연 맞는 주장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방어적 성격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통한 한반도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이다. 핵 포기는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런 김정은의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한 대륙 간 탄도탄(ICBM)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왜. 미국과의 핵전쟁을 위해서일까.
그게 아니다. 미국으로 하여금 ‘LA냐, 서울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함으로써 유사시 한반도에 개입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핵 공갈을 통한 한미동맹균열을 노린다. 그럼으로써 한반도 적화를 달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결국 받아들인다. 그 때 그러면 김정은은 한반도 반쪽의 독재자로 만족하고 있을까. 스스로를 신(神)이 점지한 한민족 지도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 김정은은 핵을 내세워 한국 침공에 나설 것이다.” 북한핵문제 특집을 통해 애틀랜틱지가 내린 결론이다.
전쟁 중에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는 법이다. 게다가 전쟁보다는 평화를 누구나 바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를 원하면 원할수록 더욱 요구되는 것이 강한 대북제제와 압박이다. 또 전쟁을 각오하는 결기와 자강(自强)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김정은을 부둥켜안는 것만으로 평화는 오지 않는다.
통일도 그렇다.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통일이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자 귀결점은 다름 아닌 한미동맹의 강화다. 그런 만큼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 전망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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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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