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루빈은 지난해 더 큰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러 저리 뛰어다녔다. 17년 째 투 베드룸 주택에서 살아 온 그는 게스트 룸,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 무선 비행기, 그리고 조경 도구들을 저장하고 작업할 수 있는 홈오피스와 작업실을 갖춘 집으로 이주하길 원했다.
하지만 올해 루빈은 계획을 바꿨다. 새집 찾는 일을 중단하고 현재 집에 새로운 부엌과 모든 종류의 남성용 장난감들을 위한 작업실을 만드는 야심적인 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조경 업체를 운영하며 캘리포니아 에스콘디도에서 사는 루빈은 “여자 친구는 좀 더 큰집을 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루빈의 경우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규범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주택 소유주들의 이주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의 커미션이 줄어드는 걸 의미하고 첫 주택구입자들에게는 봄 셀링 시즌 부동산 시장에 나온 매물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많은 주택소유주들은 조심스러움 혹은 필요성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다. 루빈의 업체는 지난 경기침체 이후 수입의 절반 이상이 줄었다. 최근까지 업그레이드를 위한 여유자금이나 의욕이 없는 상태였다. 수백만의 주택소유주들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주택의 가치가 은행 빚보다 적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린 이유로 지난해 주택 보유기간 중간치는 2008년의 3.5년에서 크게 늘어난 8.5년에 달했다. 이런 수치는 무디스사가 관련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실업률이 5% 아래로 떨어지고 꾸준히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깡통주택이 줄어주는 등 경제와 주택시장 상황이 호전됐지만 늘어난 주택보유기간은 앞으로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 호전이 금리 인상과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택소유주들처럼 루빈 역시 모기지 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았을 때 재융자를 받았다. 그의 주택융자 금리는 3.25%이다. 만약 그가 비슷한 가격의 다른 집을 구입할 경우 페이먼트는 크게 뛰어 오른다. 50만달러 30년 고정일 경우 금리가 5.5%로 오르면 세금과 각종 공과금 포함 월 페이먼트는 약 700달러가 더 늘어나 3,6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3주 전 30년 고정모기지 금리는 4.05%였다. 지난 10월에는 3.5%였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금년 말 금리가 5%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현재의 집에 그냥 눌러 앉아 살겠다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부동산 업체 질로우의 수석경제학자인 스벤자 구델은 “모기지 금리가 5%나 5.5%로 오르게 되면 현 상황에 그대로 머무르려는 락인 효과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세제 개혁이 어떻게 될지도 변수다. 분기별 경제보고서에서 나타난 경제 약세 조짐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주택 보유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경기침체 이전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고 있다. 3월 82만1,000채였던 단독주택 신규건설은 주택거품 이전과 비교할 때 절반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주택 판매도 당시보다 4분의 1가량 적다. 지난 수년 동안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미국의 가장 큰 세대인 밀레니얼들이 성인이 되고 노동시장에 흡수되면서 이주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그렇다. 무디스 어낼리틱스의 마크 잰디는 “우리는 주택시장 붕괴라는 깊고도 어두운 홀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주택보유기간이 4~5년 되는 걸 정상이라 한다면 우리는 정상까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택보유 기간의 증가는 브로커들의 커미션과 새 가구 구입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다른 지역에서 더 나은 연봉의 일자리를 제공받아도 연봉 인상분이 모기지 비용 증가분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할 경우 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잰디는 “사람들이 취약한 경제에서 더 나은 경제로 옮겨가려 하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더 적합한 일자리임에도 선택하지 않는다. 이주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될수록 경제의 유동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로운 주택 이주용 다운페이를 위해 집을 팔던 사람들이 점점 더 랜드로드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낮은 모기지 금리 덕에 집을 렌트해 줄 경우 엑스트라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업자들의 수임 감소를 의미한다. 그는 “주택을 사고 주택을 파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점점 더 절반의 거래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층을 토로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은 2007년 절정기에 비해 60%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주택구입 희망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렌트 생활을 길게 할 수밖에 없다. 시카고의 에릭 올슨과 아만다 올슨 부부도 그렇다. 지난 수년간 이들은 봄만 되면 매 주말 첫 주택을 찾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인근 지역으로 한정지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지난 1월 아이까지 태어나자 대상지역을 교외로까지 넓혀 집을 찾고 있다.
은행의 정보 테크놀러지 파트에서 일하는 올슨은 “우리가 정한 가격대 집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어떤 집들은 바닥에 구멍이 나고 지붕이 뚫려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 집들조차 금방 없어져 버린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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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집으로 이사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현재 주택을 개조해 그냥 살기로 한 그렉 루빈이 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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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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