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 율이 극히 낮은 핵 공격이 이제는 가능하다. 조지타운 대학의 키어 리버가 인터내셔널 시큐리티지에 기고한 글의 결론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가 쭈뼛해졌다. 핵전쟁은 생각할 수 있는 전쟁이고 특히 한반도에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서다.”
토머스 릭스 미국 신 안보센터 연구원이 지난주 초 포린 폴리시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핵무기를 발사한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되고 방사능 낙진과 함께 사망자수는 수백만에 이를 수 있다. 핵 공격에 대한 일반적 통념이다. 더 이상 아니라는 거다.
F-22나, F-35 스텔스 전폭기로 투하가 가능하다. 폭발력도 타깃의 특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정밀유도 장치로 지하벙커까지 뚫을 수 있다. B-61계열로 불리는 초소형 전술 핵폭탄을 말하는 거다. 투하 시 사망자는 100여명으로 그칠 수 있다. 방사능 낙진도 거의 없다.
“실전배치 단계에 이른 초소형 핵폭탄…. 정책 입안자들은 혹시 이런 생각을 품게 되지 않을까. ‘이제 북한 선제공격의 리스크는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래서 머리가 쭈뼛해진다는 거였다.
“민주당의원 64명이 연명으로 트럼프대통령에게 북한 선제공격을 경고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1953년 한국전 휴전 64주년을 상징한 것으로 북한 선제공격에는 반드시 의회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23일자 뉴욕타임스지 보도다.
“미국은 2척의 핵잠수함을 북한 인근 해역에 파견했다.” 같은 무렵에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전화대담에서 말한 내용으로 그 사실이 뒤늦게 노출된 것이다.
‘걸핏하면 외국 지도자에게 기밀을 노출하는 버릇이 있다’- 그의 가벼운 입놀림에 새삼 쏟아지는 비아냥거림이다. 그 발언에는 그러나 뭔가 트럼프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양에 대한 군사공격을 시사하고 있다는 거다.
칼 빈슨 미 항모전단이 수 주째 한국 인근해역에 머무르고 있다. 거기다가 2척의 핵잠수함이 파견됐다. 하나는 오하이오급 핵 잠함 미시간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잠수함은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이 장착된 역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항모전단에 이은 핵 잠함 배치. 무엇을 말하나.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기지에 대한 제한된 공격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비해 20배 이상의 화력을 갖추었다’는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핵 공격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공격이 임박했다.” 이번에는 싱크 탱크 스트랫포의 설립자 조지 프리드먼의 발언이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미국과 북한의 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프리드먼의 단언이다.
무엇을 근거로 미국의 북한공격이 임박했다는 걸까. 한국과 한반도 인근으로 동원되고 있는 막대한 미국의 전략자산이다. 칼 빈슨 항모전단이 한국인근 수역에 파견됐다. 또 다른 항모전단 로널드 레이건호도 가담했다. 샌디에이고 항에서는 시어도오 루스벨트 항모전단이, 워싱턴 주에서는 니미츠호가 출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최소한 3개 그룹이상의 항모전단의 출동. 이는 북한 공격 외에는 다른 목적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임무는 남쪽을 향한 1만여 문 북한 장사정포 포대와 핵시설파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공격개시와 함께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장사정포가 배치된 북한 전방지역에 대한 융단폭격이다. 휴전선 이북 25마일에 이르는 지역이 타깃 에어리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장사정포공격에 따른 서울 일원의 수도권 주민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김정일 참수를 비롯한 북한사령부 공격이 된다는 것.
한국 영공에서 이루어진 1백여 대의 미 F-16 전폭기와 수백 대에 이르는 한국 전폭기들의 합동기동훈련은 1차 걸프 전쟁인 1991년 ‘데저트 스톰’작전 직전의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제 5세대 전폭기인 F-35기도 배치됐다. 그리고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서는 5월31일 민방위 훈련에 대한 브리핑이 열린다. 그러니까, 단지 제스처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전략물자와 인력이 동원됐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탄핵 등 곤경에 몰린 트럼프가 정치적 이유로 북한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나돌고 있는 말이다. 프리드먼은 이는 미국의 북한정책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말로 일축한다. 부시 행정부 때 입안됐다. 오바마 행정부 때 보완됐다. 그 작전계획을 트럼프 행정부가 수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북한공격은 수 십 년에 걸친 미국의 전략’인 것으로 강조하면서 그 공격 타이밍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는 지금,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 때 도래한 것으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핵무장 북한 위협에 대한 서울과 워싱턴의 체감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다.
‘4월 위기설’이 한동안 팽배했었다. 탄핵사태와 맞물려 4월 위기설은 온갖 음모론(conspiracy theory)까지 양산 시켰었다. 그러던 분위기가 문재인 대통령 정부 탄생과 함께 180도 변한 느낌이다. 뭐랄까 한국 사회가 집단 ‘행복다행증(euphoria)’에 취했다고 할까.
대통령 지지율이 80%가 넘는다. 그러면서 탄핵정국 내내 짓눌러왔던 안보 불안감도 사라졌다. 아니, 안보 망각증세라도 걸린 분위기다. 쏠림도 그런 쏠림이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희망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하루아침 변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북한 공격 임박설’- 설(說)은 물론 설(說)로 끝날 수 있다. 그렇지만 워싱턴 발로 전해지고 있는 이 잇단 경고 시그널들을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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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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