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투자자들의 고민
▶ 고령층들도 갈수록 주식 비중 올려
주식 시장이 기록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는 8년전 재정 위기 때 바닥을 친 이후 무려 3배나 뛰어 오를 정도로 호황에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많은 은퇴자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모를 불안감에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은퇴자들이 최근 기록적 수준으로 계속되고 있는 저리시대를 맞아 안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은퇴 치과 의사 스티브 스타인(82)는 가지고 있는 50만 달러 가량의 은퇴 자금의 95%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경험상 재정전문가들은 100세에서 투자자의 나이를 뺀 만큼 주식 투자 비율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공식대로라면 스타인 박사의 주식 투자 비율은 15%가 적당한데 너무 위험하게 주식 투자비율을 높인 셈이다.
스타인 박사는 “아버지는 은퇴 자금을 CD에 넣어 두곤 했는데 당시 이자율은 무려 15%나 됐다”면서 “이자율이 높다면 위험성이 높은 주식보다는 안전 투자처인 고정수입 포트폴리오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레잇 닷 컴’에 따르면 평균 1년짜리 CD 이자율은 2009년 이래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률에도 미치지 못해 CD에 넣어 두면 오히려 화폐 가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험사 ‘Swiss Re’는 2016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정 위기 이래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CD와 채권에 투자했던 미국인들은 거의 1조 달러를 손해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거의 2.6%로 올라가면서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 주식이 바닥을 쳤던 2000년 3월9일의 2.9%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좀더 공격적으로 단기 이자율을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10년여만에 두차례 연방기금 금리를 올렸다. 2017년 빠른 속도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수익률이 재정위기이전 수준까지 조만간 도달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당시 미국 장기금리는 5% 이상 지속됐었지만 2007년 이후 이 수준까지 올라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 같은 연방 의원들은 연방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저축을 하는 은퇴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2013년 밥 코커 연방상원의원(공화·테네시)은 “노인들을 버스 밑에 던지는 것”으로 비유했다.
일부 재정 어드바이저들은 수입이 줄어들어들고 있다는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아 투자자들이 생각한 것 보다 낫다는 것이다.
▲저축금 고갈 우려
스타인 박사는 1963년 군에서 제대하면서 개업했다가 2007년 치과를 팔고 은퇴를 준비했는데 그다지 오래 가지는 못했다. 연방정부는 경기 부양에 필요하다며 이자율을 낮춰 전례 없는 수준의 ‘0’금리를 한동안 지속해 오면서 은퇴를 늦춰야만 했다.
2013년 완전히 은퇴한 이후 스타인 박사는 그가 그동안 모아둔 저축금뿐아니라 16년 연하의 부인 저축금까지 금방 고갈될까봐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
스타인 박사 부부는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을 받고 있고 이 돈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지만 돈이 모두 고갈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다면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고 주식 투자비율을 높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주식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는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스타인 박사의 거의 모든 투자금은 주식 시세를 쫓아 만들어진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s·ETF)에 들어가 있다. 주로 건강관련회사들의 주식들이다. 그는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수익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 10년 동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생명공학 주식들을 일부 가지고 있다.
그는 매일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등락을 검사하고 있고 갑자기 곤두박질 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주식중 ‘SPDR S&P Biotech ETF’는 지난해 16%나 하락했다가 금년들어 지금까지 19%가 올랐다. 이렇게 상승했다고 해도 이를 팔기 전에는 단지 수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스타인 박사는 요즘 언제 팔아야 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허리띠 졸라 매라
스타인 박사는 지난해 9월 미국개인투자자협회의 세미나 강사로 초대됐던 마빈 아펠의 조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마취과 의사에서 재정 조언가로 변신한 그는 배당성장주(dividend-growth stock), 신흥 시장 펀드, 정크본드, 모기지 부동산 투자 신탁형 주식등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들 투자처들은 전형적인 채권이나 고정 수입투자처보다 위험성은 더 크지만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또다른 치과의사 웨인 로스(68)는 65%를 주식에 투자해 배당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비율이 자신의 나이에 비해서는 매우 높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을 샀다면 마음이 불안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스 박사는 아직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저축을 차분히 해 왔다며 검소하고 사치를 피한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기록적 저리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주식 투자를 통해 가능하면 많은 돈을 모으려고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인 박사는 모기지를 모두 갚아 더 이상 큰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기타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생활비는 계속 올라가 우려하고 있다.
의료비용이 그가 예상했던 것 보다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고 식품 비용 역시 부담이 커져 요즘은 일반 식품 가격의 반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99센트 스토어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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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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