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체는 큰 장벽이다.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우리 현대인에게 근육운동은 특별히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상체 보다 하체 운동이 더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하체는 운동하기도 힘들고, 운동을 해도 눈에 띄게 좋아지기도 쉽지 않다. 특히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일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건 이상하다. 우리는 적어도 걷지 않는가. 많은 사람들은 하루 만보 걷기도 열심히 하지 않는가. 손목에 특별한 기계까지 차고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도 하체 근육은 빈약할 경우가 많다.
빈약한 하체는 순전히 조상 탓이다. 두 발 걷기를 택한 수백만 년 전의 인류 조상 탓이다.
허벅지 근육은 인류 계통에서 그 쓰임새가 파격적으로 변한 근육이다. 원래 허벅지 근육은 네 발로 걷는 짐승들이 앞으로 움직일 때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제공한다. 허벅지 근육이 힘차게 수축하면서 동물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허벅지 근육이 아름답게 발달한 동물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인간은 두 발로 걸을 때 허벅지 근육에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인간의 걷기는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다. 두 다리를 시계의 추처럼 중력과 관성을 이용해서 움직인다. 알맞은 속도를 유지하면 인간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인류는 허벅지를 쓰지 않고 얼마든지 걷도록 진화했다.
두발로 걷는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 가기보다는 한발 한발 옮길 때 한쪽 발로 체중을 다 받으면서 생기는 균형의 문제이다. 균형을 잡지 않으면 뒤뚱거리게 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뒤뚱거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에너지가 크게 낭비된다. 뒤쫓아 오는 맹수를 피해 도망가다가 넘어지면 더 이상 에너지 낭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옮길 때,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 인류는 큰 진화적인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골반이 달라졌다. 앞뒤를 향하던 골반은 양옆을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양옆을 향하는 골반과 허벅다리 뼈를 이어주는 근육인 대둔근은 몸통을 튼튼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인 대둔근 (gluteus maximus)은 다른 동물들의 경우 그다지 볼품이 없다. 인간은 유독 대둔근이 커졌고, 게다가 여자의 경우 피하지방층까지 두터워져서 큰 엉덩이가 탄생하였다.
인간의 두 발 걷기는 무릎의 모양도 바꾸게 되었다. 체중을 받게 된 무릎은 편평하고 튼튼해졌다. 그리고 엄지발가락도 달라졌다. 네발로 걷는 영장류는 다른 네 손가락보다 작으며 회전이 가능한 엄지손가락과 마찬가지로 엄지발가락 역시 그러하다. 그에 비해 인간은 엄지손가락은 다른 영장류처럼 생겼지만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에 비할 수 없이 크고 앞을 향하고 있고 회전하기 쉽지 않다.
인간의 두 발 걷기는 이렇듯 몸통을 안정되게 지키고 중앙선으로 체중을 실을 수 있도록 허벅다리 뼈가 안쪽으로 각이 지고 엄지발가락이 가장 튼튼한 골격으로 진화했다. 이런 골격 덕분에 에너지 효율이 높게끔 두 발로 걷게 되었다. 인간은 알맞은 속도로만 걷는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다. 걷기가 불편하게 되는 것은 발이 아파서이다. 그 반면 뛰기를 생각해 보라. 몇 시간이고 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뛰기가 불편하게 되는 것은 숨이 차서이다. 에너지를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 발 걷기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써서 최대한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훌륭한 적응 양식이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다른 동물들은 하늘을 날거나, 헤엄을 치거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인간이 두 발 걷기 외에는 달리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렇게 훌륭한 움직임 방법을 놔두고 다른 방법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이토록 훌륭한 두 발 걷기에는 대가가 있다. 아무리 많이 걸어도 하체의 근육을 키울 수는 없다. 걷지 않는 것보다는 걷는 편이 훨씬 건강에 이롭다. 그렇지만 중년-노년을 맞이하면서 줄어드는 근육의 양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따로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저 많이 걷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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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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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드 이상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하루에 200개는 반드시 합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