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 경 중국은 전국시대였다. 패권다툼이 치열하던 당시, 군주들은 학자들을 초빙해 고견을 듣곤 했다. 위나라 혜왕이 맹자를 초빙했다. 왕은 “장차 이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를 듣고 싶어 했다. 맹자의 대답은 엉뚱했다.
“왕께서는 어찌 이(利)를 말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이로움만 추구하면 남의 것을 모두 빼앗기 전까지 만족할 수 없을 것이고, 위로부터 아래까지 저마다 이익만 생각하면 결국 나라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장의 부국강병이 급하던 왕에게 ‘의’는 너무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정책들이 불안하다. ‘우리만’ 잘 살면 된다며 철저하게 ‘이’만 추구하는 모양새다. 인도주의 정신으로 지구촌을 두루 살피던 ‘인’과 ‘의’의 너그러움은 사라지고, 당장의 이익만 챙기는 속 좁은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이민 정책과 해외원조 삭감이다.
트럼프 취임 100일은 서류미비자들에게 악몽의 100일이었다. 범죄전과 이민자들은 물론 단순 불체자들까지 마구 체포되고 있어 분위기가 살벌하다. 합법 체류비자가 없을 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많은 한인들을 포함한 선량한 이웃들은 추방공포로 매 순간 가슴을 졸인다.
반이민 정책은 서류미비자 개개인의 삶만 흔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노동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들이 모두 불안하다. ‘불체’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가주에서는 이들이 모두 추방될 경우 농업(45%)과 건축업(21%)은 물론 식당, 호텔, 공장 등이 줄줄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수가 두려움에 혹은 염증에 자진 귀국해서 농장주나 식당업주들은 숙련된 인력 구하기가 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민자 혐오의 파장은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지난주 타임에는 한 인도계 의사가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의 부모는 70년대 의사로 이민와서 일리노이 시골에서 35년째 개업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미국에 의사가 부족해 외국의사 이민을 많이 받았는데, 사정은 지금도 비슷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2016년 현재 미국에서는 8,2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게다가 미국 의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태생 의사들은 중서부와 남부의 시골에서 많이 일하고 있다. 미국태생 의사들이 꺼려하는 지역들이다. 반이민 정서에 밀려 외국의사들이 못 오고 안 오면 이들 지역은 거대한 ‘무의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안에서 각박한 인심이 밖에서 후할 리가 없다. 트럼프 취임과 함께 불안을 현실로 맞은 것은 원조를 받는 우방들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예산안은 대외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대해서는 자선활동가 빌 게이츠가 우려를 표했다. 대외원조를 통해 개발도상 국가들의 위생환경을 개선하고 경제 발전을 돕는 것은 1차적으로 그들 국가를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을 위한 길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고, 중동 어느 지역의 불안정이 전쟁으로 이어져 미국군인들이 죽을 수 있는 것이 지구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의 1%도 안 되는 대외지원 예산을 아끼는 것보다 빈곤과 전염병 퇴치로 세계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7번째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려 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2016년은 중국이 우주개발 6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였다. 1950년대 중반 중국은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로켓과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 로 불리는 첸쉐썬 박사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중국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데는 첸쉐썬의 공이 지대하다.
그는 원래 칼텍의 로켓과학자였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천재’로 인정받던 그는 미국의 미사일과 원자폭탄 개발, 달 탐사 로켓 개발 등에 다양하게 관여하며 핵심 역할을 했고, 칼텍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초대소장으로 일했다.
그런 그를 중국으로 내쫓은 것은 ‘공산주의 혐오’였다. 매카시즘의 와중에 공산주의자 딱지가 붙으면서 그는 중국으로 추방되었다. 중국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미국의 첨단 로켓기술을 고스란히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러잖아도 천재인 첸쉐썬은 자신을 버린 미국에 대한 복수심까지 더해져 연구에 더욱 몰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추방되던 당시 해군장관이던 댄 킴벌은 “미국이 저지른 최악의 바보 같은 짓”이라고 분개했다.
멀리 보는 눈이 필요하다. 배척과 적대에는 한계가 있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보호하고, 낯선 이웃을 받아들이며 포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바른 길, 미국의 가치이다. 그것이 인이고 의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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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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