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역사의 전개과정을 고찰하다보면 키가 큰 괘종시계의 추를 연상하게 된다.
질이 좋은 시계일수록 추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거리나 시간이 정확하게 같다. 왼쪽으로 간 만큼 정확하게 다시 오른쪽으로 갔다가 어느 순간에 방향을 바꾸어 또 다시 왼쪽으로 갈 만큼 갔다가는 다시 오른쪽으로 …
미국의 정치를 보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진보에서 보수로,. 유능에서 무능으로, 더러는 청렴에서 부패로…. 그러나 독재에서 독재로, 군부에서 군부로, 무능에서 무능으로, 부정에서 부정으로, 부패에서 부패로 계속되어온 우리 한국의 짧은 민주공화국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시계추는 좌우의 움직임을 상쇄하고 보면 결과는 움직이지 않은것과 마찬가지인데 미국의 역사는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 미진해 온 것을 보면 시계추의 비유는 아마 잘못된 것인 것 같다.
뉴욕에 있는 UN 사무국 건물에 들어서면 높은 천정에 쇠줄로 매달려 있는 묵직한 큰 추가 끊임없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 진기한 움직임을 보게 되는데 당장 우리 눈에는 시계추처럼 같은 곳을 왕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의 자전에 따라 추가 움직일 적마다 미진하여 하루에 정확하게 360도씩 돌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미국의 역사도 이 UN의 추처럼 계속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육안으로는 감지할수 없을 정도로 조금씩 변해가면서.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국민들이 투표는 매번 잘 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너무 저질인 탓인지, 투표를 매번 잘못하는 탓에 쓸 만한 정치인들은 명함도 내보지 못하는 것인지, 매번 투표도 잘 못하고 모든 정치인들이 저질들인 탓인지, 아니면 투표도 잘하고 정치인들의 자질도 쓸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뽑아놓은 다음에 국민들이 감독에 늘 소홀해왔던 것인지.
필자가 인간의성악설을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모든 자연동물들처럼, 근본적으로 게으르고 부패한 속성이 있어서 기회만 주어지면 쉽게 도적질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질이 좋은 자물쇠 때문에 도적질을 못하는 도둑놈은 없다지만 그래도 자물쇠를 채워두는 이유는 자물쇠는 대부분의 “정직한 사람들을 정직하게” 살도록 만드는 까닭이라고 한다. 아마 한국은 작은 잘못들을 너무 쉽게 관용해왔던 전통때문에 나 자신도 기회가 주어지면 별 양심의 가책이 없이 범법자가 되어 버릴 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심각하게 부패하는 나라들을 보면 대게범국민적인 부패가 있는 나라들인 경우가 많다. 한국신문의 1면이 3류 국가수준의 정경유착과 부패의 소식으로 장식되고 있어서 사회면을 들추어보면 이번에는 일반 시민들 간의 사기, 횡령, 폭행의 기사들로 넘치고 있다.
국민이나 집권자나 “그놈이 그놈인” 경우라는 말씀이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라는 탄성이 터져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네 탓이다, 네 탓이다!” 라는 항변만 해대는 나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국민들 모두가 “독야청청”하는 나라에서 정치인들과 재벌들만 부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리같이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살아오던 형형색갈의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흙탕물 속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는것처럼 흙탕물이 본고장인 미꾸라지는 유리처럼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는 몇 초도 견뎌내지 못한다. 미꾸라지도 자연의 동물로써 반드시 나쁜 고기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남자들이 보신에 좋다고 즐겨먹는 추어탕에 꼭 들어가는 주재료이다. 그러나 미꾸라지를 양육한답시고 아무 물에나 미꾸라지를 풀어 놓으면 이 세상의 모든 물은 다 흙탕물이 되고 말 것이다.
지난 몇 회의 글에서 제28대 Woodrow Wilson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에 대한 얘기를 썼다. 그는 정치적 수완에는 허점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을 지낸 최고의 학식인답게 뚜렷한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으며 국내정치에서도 여러 가지 진보적인 개혁을 해낸 지도자이었다. 다만 그의 이상이 국내외 정치현실 보다 너무 앞장서 있어서 임기말 쯤해서는 미 국민들은 그의 “명설교”에 흥미를 잃어가고 실증까지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위에서 잠깐간 언급한 “시계추같은 미국의 정치관례”를 적용해보면 제1차 대전후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국제적 분쟁에 지쳐 있던 미국민들은 당연히 다음 번 대통령으로는 조금 아둔한 언변에 너무 외골수적인 정치이념 없이 호인형이고 평범한 정치인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컸다. Wilson 이 민주당 소속이었음으로 공화당 소속이면 더 유리했을 것이다. 그런 요건들에 적격인 사람이 제2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Warren G. Harding (공화당, 1921-1923) 이었다.
우리 속담에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지만 더러는 고래들의 사투에 새우만 살아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1920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은 Leonard Wood 장군, Illinois 주지사 Frank Lowden, Herbert Hoover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서로 헐뜯으며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하여 혈투를 하고 있을때 “호인이며 무난해 보인다”는 이유로 후보 중 가장 무능했으나 동시에 정적이 가장 적었던 Harding 은 얼떨결에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Massachusetts 의 Calvin Coolidge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하여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Harding 은 Ohio 주의 Marion 이라는 소도시에서 주간신문을 아주 성공적으로 경영하여 정치적 기반을 얻어 주상원의원이 되었다가 Ohio 주의 부지사를 지낸후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상원의원의 첫 임기가 끝나면서 대통령후보가 된 Harding 은 실은 정치경력도 별로 없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애당초 능력이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호인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이에 걸맞는 은발에다가 “대통령스러운” 위엄이 돋보이는 당당한 풍체를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국민들에게 대통령 적임자 라는 인상을 주었다.
Harding 의 대통령 임기는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의 한계점을 인정이라도 하고 있던 사람처럼 최상급의 인재들을 등용시키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유능한 인재들을 각료들로 임명하였다. 공화당의 현명한 인재이던 Charles Evans Hughes 를 국무장관으로, 유능한 Engineer 겸 행정가 Herbert Hoover 를 상공장관으로 임명하였다.
미국 최고부자 중의 한 사람이며 금융가의 귀재인 Andrew W. Mellon 은 재무장관에 임명되었는데 그는 그후 12년 동안 재무장관으로서 세 대통령밑에서 일하였다. 농업전문잡지의 주필이자 자연보호주의자로 알려진 Henry C. Wallace 는 농업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만하면 적재를 적소에 잘 쓴 인사이었다.
그러나 Harding 이 임명한 다른 각료들 중에는 무능한자들과 극도로 부패한 자들이 있어서 Harding 정부는 제18대 Ulysses Grant 대통령이후 최대로 부패한 정부가 되었고 결국에는 그가 번민 끝에 임기중 병사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하였다. Harding 은 친기업적인 성분의 대통령으로써 “정부는 기업들의 활동에 간섭하지 않을수록 좋은 정부이다” 라는 정치철학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나름대로 다소의 업적은 있었으나 그가 임명한 각료들 때문에 종합성적으로는 낙제점수를 받았다.
인사에 실패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상원의원시절 친근한 동료의원이었던 New Mexico 주의 Albert D. Fall 은 자연보호 반대주의자이었는데 국가자원보호가 주업무인 국내부장관 (Secretary of Interior) 에 애초부터 잘못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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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LI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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