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empire)은 나쁜 것인가. ‘그렇다’가 정답인 것으로 들린다. 제국 하면 연상되는 것은 패권주의에, 식민지배다. 때문에 제국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제국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니일 퍼거슨 같은 역사학자의 견해다.
제국은 광활한 영토, 그 공간의 조직화 능력, 언어 및 종교의 다양성, 문명의 헤게모니 등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제국은 통일된 표준화를 제시한다. 그 제국이 존재함으로써 광범위한 지역에서 법질서와 평화가 유지되고 문명이 발달해왔다.
그 제국이 붕괴한다. 뒤따르는 것은 무질서에, 힘의 공백상태, 다시 말해 무정부상태다. 로마제국 붕괴 후 지중해 세계가 그랬다.
제국의 역사는 일면 쇠락의 역사다. 문제는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하는 것이다. 퍼거슨은 대영제국에 대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준다. 부정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 인권,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유산을 남겼다는 점에서.
중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제국이었다. 그 마지막 제국은 청(淸)왕조다. 요즘 들어 이 청 왕조에 대한 연구가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중국 제국이 복원되고 있다. 말이 공산당 지배체제이지 중화인민공화국은 청 왕조와 흡사한 점이 너무 많아서다.
특히 시진핑시대에 들어와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신강대국관계를 내걸며 미국과 천하를 양분해 세계질서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내건 것이 중국몽(中國夢)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의 형상, 즉 중국적 표준(Chinse Standard)에 따른 세계질서를 이룩해 나가겠다는 거다. 그 중국적 표준은 그러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위선적이다. 극히 경직돼 있고. 권위주의적이다. 툭하면 완력행사에 수틀리면 힘으로 손보겠다는 식이다.’ 중국과 이웃한 나라들이 보여 온 반응이다. 그러니까 인권, 자유 등 보편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인(仁)을 표방한 유교의 왕도정치의 이상과도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그 중국의 민낯이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와 관련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맹독성 독극물인 VX로 김정남을 살해했다. 그도 모자라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그 북한에는 한 마디 말도 못하면서 자위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 한국은 매섭게 몰아 부친다.
온갖 금한령에 이어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동원해 반한(反韓)정서를 확산시킨다. 마치 문화혁명 때 홍위병난동을 방불케 하는 그 광경이 그렇다. 섬뜩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무조건 밟아 버리겠다는 그 소인배식 행동에서 이성이니, 논리니 하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왜 베이징은 그 난리를 떠는 것인가. 아무래도 ‘중국 제국으로의 복원’에서 그 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작은 나라가 말을 안들을 때 대국의 위엄을 보여야 한다. 천하질서를 억압(패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중화제국의 속성이 발휘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이 그렇다고 한다.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고 하던가. 한국(닭)을 혼내 미국(원숭이)을 훈계한다는 작전이라는 거다. 그 작전은 과연 주효했을까.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 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사드배치가 기정사실화 된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 카터의 지적이다. 무슨 말인가.
중국의 보복조치는 한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한국의 최고 존엄인 한국국민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역효과가 났다는 거다. 사드배치를 재고하겠다고 말할 경우 중국에 굴종하는 사대주의 정치인으로 매도될 수 있다. 그 정도로 한국 내에서 반 중국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한 세기동안 두 차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에 개입했다. 1894년과 1950년이다. 그 때마다 재난에 가까운 상항에 직면했다.” 디플로매트지의 지적이다. 분수를 모르고 한반도문제에 개입했다가 청일전쟁에서 패배했다 그 결과 청왕조는 망했다. 중국은 6.25때도 개입했다가 엄청난 인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시진핑의 중국은 세 가지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극심한 환경오염, 그리고 물 부족 사태다. 이 문제 해결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그런 중국이 핵개발 북한을 감싸면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든다. 이는 또 다른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격이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패권국가로 발 돋음 하게 할 수 있는 물, 에너지, 식량 등 생명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베이징 컨센서스’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베이징이 내건 중국적 기준에 세계인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제국의 꿈은 미몽(迷夢)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 원숭이(아마 킹콩인지도 모르지만)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났다.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핵 장난을 치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사조치도 불사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에 대한 세컨드 보이콧을 강화하겠다.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임을 중국 당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워싱턴의 대 중국압박이 여간 높아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제국(empire)은 나쁜 것인가-.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답은 역시 ’그렇다‘로 기운다. 그 제국이란 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추구는 없이 화이(華夷) 상하복종만 추구할 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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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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