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이 트럼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인종적 편견을 들었다. 미국 전직대통령이 그것도 같은 당 출신 후임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워낙 함량미달인 트럼프가 백악관에 앉아있으니 생기는 일중 하나가 된 것이다. 부시는 이념으로는 정통보수이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로 반대당에서도 지금 트럼프 싫어하듯 대하지는 않았던 인물이다.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인종편견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해서 미국 백인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조금은 열등감을 가진) 백인 남성들 표로 대통령에 당선이 된 사람이다. 인종편견으로 인한 삐뚤어진 견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시기에는 대통령은커녕 동네 시의원도 못할 사람이 자기도 놀랄 정도로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오늘은 미주한인 여러분들과 이 인종얘기를 하고 싶어졌다.
워낙 인종 문제란 자기들과 다른 인종들이 같은 환경에 들어올 때 생긴다. 미국역사에 여러 나라 출신들이 다수 대륙에 도착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지만, 인종이 다른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인종문제 (지금 한국의 좌우 이념문제는 여기에 비교하면 문제도 아니다)란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이들과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아주 자연적인 본능의 발로이기 때문에 근본적 치유란 없다. 인간세상이 있는 동안 이 인종문제란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교육을 통해서, 인종적 편견이란 인간의 열등적인 성향이니까 서로가 다른 인종끼리 서로 멸시하지 말고 존중해가며 살자는 지혜를 배워야하는데, 이런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자기의 열등한 상태를 볼 때 인종이란 탈 뒤에 숨지 않고는 별다른 강한 면이 없는 못난이들은 인종이란 탈 뒤에 숨어서 타인종을 멸시하고 못살게 굴면서 자기위안을 하거나 존재이유로 인종편견을 써먹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오른 타나하시 코우츠의 “세상과 나 사이에” 란 좋은 책을 읽노라면, 흑인들은 철이 들어서 자기란 개체가 검은 피부 속에서 평생을 살고 일하고 자식을 키워야한다는 엄청난 도전을 해결해야하는 책임을 떠맡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교육받은 흑인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편지형태로 된 글인데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야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많은 훌륭한 교육자들의 추천을 받은 명저이다.
이런 흑인들의 숙명에 비해서 백인들의 경우는 또 좀 특별하다. 한 아이가 커가면서 어느 날 자기는 백인 (사실 흰 색깔은 아니지만 그들이 선점한 레이블이니 할 수 없다) 이라는 자각을 하는 때부터 그들 대다수는 오만해지고 다수의 횡포 같은 상태에 익숙해진다. 거기에다 백인남자라는 성적인 우월감까지 더해지면 그 아이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우선순위를 갖고 싶어 한다.
이것은 절대 다수의 이점에다가, 어두운 색깔보다는 밝은 색깔로 눈이 먼저 가는 자연적 현상에, 외모에서 백인들이 타인종 보다 잘 생겼다는 증명할 수없는 이유가 거의 전부인데, 미국 주류사회에서 40여년을 살아가면서 이런 것들은 숫자나 자연현상을 바꾸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고 소수인종은 실력에서 그들을 압도하지 않고는 이 문제는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소수민족 소속이면 자주 대하는 이들이 바뀌어서 환경이 바뀔 때마다 주위에 자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하는 그런 환경보다는, 한 곳에서 잘 아는 이들과 살아남으면 되는 주류사회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환경이 훨씬 살기 쉽다는 예지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 이문제가 쉽지 않은 것은, 소수민족, 아니 한국인들도 만일 필자가 필자의 대학 백인 부하직원들과 한국방문을 할 때 항상 백인직원이 필자의 상사일 거라고 쉽게 가정해버리는 그런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사람을 당혹하게 만드는데, 세상이 백인세상이다가 보니 그런 것인지 소수민족들의 열등감에서인지 모르지만 트럼프의 인종편견을 나무라고만 있기에는 문제가 쉽지 않은 난해한 현상이다.
각자가 알아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 영원히 해결 안 되는 인종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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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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