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16(Post-China 16)’이란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16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까지 이르는 열여섯 나라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아시아 8개국에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의 4개국, 그리고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페루 등 라틴아메리카 4개국이다.
지구촌 제조업의 허브로서 중국시대가 끝났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나라가 이 16개국이다. 이 나라들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15억이 조금 넘는다. 중국인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그동안 중국이 맡았던 값싼 공산품 생산 공장 역할을 떠맡게 된다는 것이다.
‘포스트 차이나 16’란 말이 자주 거론된다.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란 경제적 전환기를 맞았다는 거다. 그 도약이 그렇다. 한국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예외로 하고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정치, 사회의 선진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전환기의 중국은 사회,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퇴폐주의의 극치를 달린다고 할까. ‘공산당의, 공산당에 의한, 공산당을 위한 당치(黨治)체제’가 중국이다. 그 중국의 최상류층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애완견에 금시계를 채우는 등 이들의 사치행각에 10억이 넘는 중국의 흙 수저들은 분노를 안으로 삭이고, 또 삭이고 있다. 가진 자라고 해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2015년 이후 5000억 달러의 자본유출이 이루어졌다. 중국의 부자들은 앞다투어가며 자녀와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을 싱크 탱크 스트랫포는 뭔가 근본에서 잘못 된 방향을 향해 궤적을 그리고 있는 사회로 묘사한다. 경제는 성장을 멈추었다. 그 가운데 오직 압제와, 폐쇄와 폭압만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만 전투경찰이 거리거리에서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곳이 중국인 것이다.
“근본에 있어 패권제국이고, 전체주의 일당독재 국가다. 그 중국 공산당체제가 최근 들어서는 파시스트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소르망의 진단이다. 마오쩌둥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 공산당 ‘핵심’ 시진핑시대의 중국이라는 것이다.
금한령을 발동했다. 한류의 중국수입을 금한다는 거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취한 조치다. 사드 배치의 구체적 시간표가 나오자 중국의 한국 때리기는 급기야 막장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을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게(頭破血流) 하기보다는 내상을 입혀 고통스럽게 만들라’- 환구시보 사설이다. 한국산 상품 불매운동에, 여행금지도 모자라 군사적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 되먹지 못한 언사는 용인할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왜 그러면 베이징은 그토록 난리법석에, 수준이하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웃나라는 파트너가 아닌 관리대상일 뿐이라는 중화질서에 집착한 결과다. 한 쪽에서의 진단이다. 덜떨어진 대국주의의 발로라는 거다.
국수주의적 야망도 숨어 있다. 또 다른 분석이다. 중국은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1위를 꿈꾼다. 그런데 여러 측면에서 가장 큰 경쟁자가 한국이다. 때문에 사드를 빌미로 한국을 흔들어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딴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공한증(恐韓症)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2008년께로 기억된다. 중국공산주의 청년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대장금’이 1위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대장금’은 중국의 안방극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한류의 중국 본격진출을 연 것이다. 그런데 왜.
공산당으로서는 두려운 뭔가가 숨겨져 있어서다. 개방성, 자유, 관용 등의 메시지다. 이 한류(Korea Wave)에 대해 같은 무렵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한류로, 공산당지도자들은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타임지는 그 한류 전파자를 동아시아지역의 젊은 세대에게 ‘자유의 전사(Freedom Warrior)’같은 존재로 묘사했다. 독재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사회를 이룩했다. 그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 한류의 메시지라는 분석인 것이다.
뭐랄까. 자유, 개방성, 민주주의는 서구의 전통이다. 그 ‘서구정신의 한국화’가 한류라고 할까. 그 한류가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됐다. 수백만이 거리로 나섰다. 불의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촛불행진이다. 석달 이상 진행된 그 항쟁은 축제분위기에서 한 건의 불상사 없이 진행됐다. ‘민주주의 한류’가 분출된 것으로 전 세계의 찬탄을 받고 있다.
그 촛불행진을 베이징 당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극도의 두려움에 싸여서가 아닐까. 권위주의 형 체제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그 존재 자체로 위협적이다. 거기다가 지근(至近)거리에 있다. 그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피플 파워’가 연출됐다. 멀리 ‘아랍의 봄소식’에도 전전긍긍했던 것이 중국공산당이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중국의 한국 때리기. 그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촛불을 자유주의라는 보편적 토대 위에 선 새 역사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 지름길은 의연한 자세로 중화패권주의에 맞서면서 안으로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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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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