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졌다. 2017년 2월 현재, 북가주의 비는 평년보다 무려 400%나 많이 내렸다. 시에라네바다의 적설량도 근2배에 달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연 강우량 (18.45인치)이 지난 168년 기록 중 6번째로 높았다. 남가주의 강우량 (13인치)도 평년보다 2배나 많다. 6년 가뭄에 시달려온 캘리포니아는 해갈의 안도도 잠시, 홍수의 위험에 떨고 있다.
최근 북가주 오로빌(Oroville) 저수지는 급히 물을 방출했다. 계속 쏟아질 폭우를 대비해 저수지를 빨리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방출되는 엄청난 수량의 파괴력을 보고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다.
성난 물길이 노후한 콘크리트 수로 바닥을 할퀴어 250피트 깊이의 웅덩이가 파였다. 웅덩이 때문에 댐이 붕괴될까봐 주수자원당국은 댐 하류에 사는 주민 20만 명에게 철수령을 내렸다. 재앙이 너무 가까이 온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캘리포니아의 물은 싸우기 위해, 술은 마시기 위해” 있다고 풍자했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준 사막 지대다. 비가 일 년에 한국의 1/3도 안 되는 고작 20여 인치 밖에 오지 않는다. 게다가 강우량의 분포도 불공평하다. 비의 3/4이 북가주에 몰려 내린다. 가주 인구의 3/4이 몰려 있는 남가주나 곡창지대인 센트럴 밸리 쪽은 겨우 10인치 정도의 비가 고양이 눈물만큼 찔끔 찔끔 온다.
1902년, 미 연방정부는 캘리포니아를 옥토로 만들기 위해 수자원 재개발국(Bureau of Reclamation)을 신설했다. 그리고 1930년대부터 ‘센트럴 밸리 프로젝트(CVP)’라는 치수 사업을 벌이며 방대한 관개시설을 건설했다.
이 CVP 사업은 새크라멘토 강 상류의 샤스타(Shasta) 저수지를 시발로 폴섬 호수 등 총 20개의 저수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장장 500마일의 대동맥 수로와 연결해 센트럴 밸리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960년대 들어와 LA등 남가주 인구가 배로 늘자 연방정부와는 별도로 수자원을 찾아 나선다. ‘캘리포니아 수자원 프로젝트(SWP)’를 벌여 새크라멘토 북쪽의 오로빌 저수지를 발원으로 22개 저수지와 캘리포니아 애쿼덕트라 불리는 대동맥 수로를 건설했다.
이 SWP시설은 연간 200만 에이커 피트의 물을 일단 델타(삼각주)로 흘려보낸 뒤 대형 펌프로 퍼서 캘리포니아 애쿼덕트를 통해 남가주로 보낸다. 이 물의70%가 남가주 도시 상수와 산업 용수로, 나머지 30%는 농수로 쓰인다.
이 양대 치수사업을 통해 캘리포니아는 도시와 농촌, 모두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현재 북가주에선 연간 12조 갤런의 물을 센트럴 밸리와 남가주로 보낸다. 이 수량을 확보하기위해 캘리포니아는 총 208개의 강 중 207개를 막아 1300여 개의 댐과 저수지를 만들었다. 댐이 없는 유일한 강은 맨 북쪽의 스미스 강뿐이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혹독한 가뭄이 빈발하면서 캘리포니아의 물 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캘리포니아가 오아시스가 될 줄 알았는데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댐으로 막힌 강 하류에 물이 줄어드니 물고기들도 급격히 줄었다. 또 샌프란시스코 만으로부터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산란기 때 바다에서 새크라멘토강으로 올라오는 연어 수가 급감했다. 상수원과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런 실정이니 북가주에선 남쪽으로 보내는 물을 줄여야 한다고 아우성이고 남가주 쪽에선 인구 증가를 내세워 한 방울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야단이다. 일컬어 물비린내(?)나는 치열한 물의 남북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관개시설들이 노후하고 있다. 2020년까지 가주 전체 댐의 65%가 평균수명인 50년을 넘어선다. 이번 오로빌 수로의 붕괴도 49년 된 댐의 수명과 관련이 있다. 전 주의 관개시설을 안전하게보수, 유지하려면 물경 600억 달러란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고 한다.
지난 150년간 사람들은 물을 지배, 캘리포니아를 낙토로 만들고 자연을 정복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올해같이 엄청난 자연의 위력을 보며 주인은 자연 스스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자연을 지키는 겸허한 청지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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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수필가 환경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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