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까다롭고 복잡한 성격의 음악가였다. 음악관에서도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는 꽤 이른 시기부터 바이올린 소나타 양식 연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엄격한 자기 비판과 까다로운 음악관으로 말년에 3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만 남기고 나머지 바이올린 소나타는 폐기시켰다.
첫 두 바이올린 소나타와 다르게 3번은 스케일이 크고 협주곡적인 성격을 가지며 브람스의 대표적 바이올린 소나타로 꼽힌다. 단조에서 느껴지는 서정적이며 애조를 띤 선율은 풍부한 화성과 특유한 리듬이 하나가 되어 브람스의 음악적 원숙미를 느끼게 한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초고를 클라라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얻었다고 하는데, 클라라는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초고를 받아보고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1888년 부다페스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예뇌 후바이(Jenő Hubay, 1858~1937)와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하였고 자신의 오랜 친구인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 1830~1894)에게 헌정하였다.
또한 브람스는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썼다. 1858년 첫 피아노 협주곡의 혹평 이후 22년만에 쓴 작품으로 스승 에두아르 마르크센(Eduard Marxsen, 1806~1887)에게 헌정하였으며, 1881년 브람스 자신이 부다페스트에서 초연하였다. 독일에서는 그의 오랜 친구인 한스 폰 뷜로의 지휘 아래 브람스 자신이 협연자로 연주하기도 하였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브람스가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당시에 구상하여 곡 중간 중간 이탈리아의 낙천적 정서가 배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악장 구성의 일반적인 협주곡과는 달리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협주곡은 피아니스트가 약 50분의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내야 하는 거대한 규모의 곡이다. 이 때문에 다른 협주곡에 비해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음악의 아름다움 때문에 감상자들은 편하게 감상한다. 피아니스트 노먼 크리거(Norman Krieger)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것은 “마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였다.
오는 3월 2~4일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Baltimore Symphony Orchestra)는 마린 올솝(Marin Alsop)의 지휘와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Hélène Grimaud)의 협연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2일에는 노스 베데스다에 위치한 스트라스모어 아트센터(Strathmore Hall)에서, 3~4일에는 볼티모어에 위치한 마이어호프 심포니홀(Meyerhoff Hall)이다. 드물게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인 만큼 놓치지 말고 라이브로 감상해보길 권한다.
또한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이 아내 클라라(Clara Schumann, 1819~1896)와 라인강 여행 중 느낀 행복함을 표현한 교향곡 3번 ‘라인(Rhenish)’도 함께 연주된다. 라인강은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북해로 흐르는 유럽 굴지의 하천이다. 1850년에 슈만이 이 작품을 쓸 당시 독일 서부 라인강 유역의 도시인 뒤셀도르프는 중심도시로 발전하였다. 마을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이 도시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미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교향곡 3번을 썼다. 3번 교향곡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지만 교향곡 4번 보다 먼저 출판되어 3번으로 불린다. 이 교향곡의 초연무대에서 청중들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5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역동적인 움직임과 낭만성이 조화를 이룬다.
한자리에서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을 통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우정의 대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오늘의 추천 감상 작품 목록 - 브람스
1. 바이올린 소나타 3번 Violin Sonata No. 3 in D minor, Op. 108
2. 피아노 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 2 in B flat major, Op. 83
3. 가곡 ‘달밤’ Mondnacht WoO 21
아이헨도르프의 시 ‘달밤’에 곡을 붙였다. 슈만의 ‘달밤(Mondnacht from Liederkreis Op.39)’과 비교하여 들어보자.
(참고)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3월 첫째주 연주 링크: https://www.bsomusic.org/calendar/events/2016-2017-events/brahms-piano-concerto-no-2.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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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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