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대세란 분열된 지 오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일된 지 오래면 또 다시 분열되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첫 서술이다. 치세(治世)와 난세(亂世)가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 하였더라… 여호와께서 가나안의 모든 전쟁들을 알지 못한 이스라엘을 시험하려 하시며…” 성서 사사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네 번째 전환기(The Fourth Turning)‘- 1997년, 그러니까 20년 전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호우이가 함께 펴낸 책이다. 뭐랄까. 순환논리에 입각한 사회학적 관점의 역사책이라고 할까. 이 책이 요즘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로 불린다. 그 스티브 배넌이 탐독하는 책으로 알려져서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의 느낌, 사고방식, 사회 풍조는 20년(이 20년을 한 turning으로 불렀다)마다 크게 바뀐다. 한 국가사회는 비유하자면 20년마다 봄, 여름, 가을 같이 전환기를 겪으면서 ‘겨울’(The Fourth Turning-위기)을 향해 간다. 그러면서 80년, 혹은 100년 주기로 역사적 대격변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 대입하면 그 첫 번째 대격변기는 독립전쟁 때다. 그리고 80여년 후 남북전쟁이 발발한다. 2차 세계대전은 그 다음 80년 후 찾아온 대격변기다. 그리고 2차 대전이 끝난 지 이미 70여년, 미국은 또 한 차례의 대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이 책은 내다보고 있다.
이 대격변기가 그렇다. 모두 거대한 전쟁으로 마감했다. 앞으로 다가올 대격변기도 그러면 전면전과 같은 대대적인 유혈사태로 이어질 것인가.
“미국은 이미 전쟁 상황에 있다. 이슬람이스트 과격세력과 100년 전쟁 중에 있다. 이 전쟁은 머지않아 중동지역에서 대대적인 지상전으로 변모할 것이다. 미국은 그리고 5~10년 내에 중국과 전쟁에 돌입할 것이다.” 배넌의 주장이다.
문제는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측근 중의 측근이란 사실이다. 그런 그가 마치 슬로건이라도 외치는 양 전쟁을 입에 달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것은 트럼프 외교 안보라인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 거의 다가 비슷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슬람이스트 과격세력과 100년 전쟁 중에 있다’- 배넌뿐이 아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론이기도 하다. 현재의 국제적 상황을 플린은 반(反)민주주의 이데올로기로 하나가 된 세력과 미국 중심의 서방과의 대립이란 프레임을 통해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쿠바 등이 반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로 뭉쳐진 세력으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과도 동맹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마약 카르텔과 과격 이슬람 테러조직 연계설도 제기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국장, 캐슬린 맥팔랜드 백악관 안보 부보좌관, 제임스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등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지하디스트와의 전쟁을 ‘모스크와 교회의 전투’로 묘사하면서 유대기독교전통의 서방은 야만세력과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 주장들이 그렇다. 보기에 따라서는 집단적인 안보강박증세라도 걸린 것같이도 들린다. 배넌이 신봉하는 80년 주기설도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도 아니다. 너무나 단조롭고 직관적이다.
그러면 이는 안보 종말론자의 잠꼬대 같은 소리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전쟁, 그것도 대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와 하는 말이다.
“현 세계정세는 너무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경고다. 존 홉킨스대학의 일리엇 코언도 비슷한 경고를 하고 있다. 데이빗 페트리어스 전 CIA국장의 경고는 더 구체적이다. 전후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룩한 국제질서가 전례 없는 붕괴 위험에 직면하면서 안보위협은 가중되고 있다는 거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너무 늦기 전에 견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3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대재난을 맞을 수도 있다.” 로버트 케이건의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체제는 자신감, 능력, 의지력이 쇠퇴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타파를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는 권위주의 형 체제, 중국과 러시아는 공격적 자세와 함께 계속 야망을 키워가고 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한 접점에서 만날 때 그 대가는 엄청날 수도 있다.” 이어지는 그의 경고다.
여기에 하나 더. 이런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세계인들의 관심은 여전히 테러리즘에 몰려 있다. 그러나 주요 나라들의 군사전문가. 정책입안자들은 테러전쟁 보다는 국가 대 국가의 대(大)전쟁 발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녕 ‘겨울(The Fourth Turning)’은 오고야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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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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