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가장 먼저 차기정권 중요인사 인선과정에서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 국무장관 후보자 인터뷰였다. 물론 국무장관직이 중요해서도 그랬겠으나, 지금 보면 가장 당선된 힘으로 얘기(?) 하고 싶었던 상대가 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였었으리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은 쉽게 이해가 된다. 자기 험담은 트위터에서 어린 소녀가 하는 험담도 참지 못하는 트럼프가 아닌가. 그런데 공화당 지명대회 전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인품이 인간쓰레기 급인 트럼프가 인기순위 1위가 되자 유타의 어느 연설장에서 그때 기성 공화당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롬니가 공화당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 했다. 트럼프는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라고 공식석상에서 얘기한 것이다.
우리가 듣기에도 맞는 말이었는데 험담 못 참는 트럼프가 당선이 되고나니 롬니에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따지고 사과하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거기에 이제 국무장관직이란 당근을 자기가 쥐고 있으니 그 자리에 후보로 두번째 부른 사람이 롬니였다. 그때 롬니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오란다고 덥석 트럼프를 만나러 (인터뷰하러 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날아간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 그 결과를 알고 있다. 국무장관이란 자리에 연연해 트럼프한테 허리숙인다고 자기지지층에게서 신랄한 비판까지 받고 간 그 자리에서 외교정책 얘기는 별로 안 나오고 전에 한 자기 욕 사과하라고 무척 시달린 것이다.
높은 관직은 멀쩡한 사람을 우습게 만들 수 있다. 거기에 넘어간 것이다. 사기꾼들은 항상 당근을 그 사기계획에 포함시킨다. 줏대 없이 자기가치관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일을 그 당근에 홀려 간과하고 일을 했다가는 사기꾼들의 수법에 넘어간다.
꼭 사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인생이 아닌 곳에 헛된 욕심으로 뛰어들었다가는 바보가 되거나 망신을 하기 쉽다.
지금의 안철수란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운이 좋아서 좋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쓰는 백신개발로 부자가 되었고 대중, 특히 어린이들과 젊은 계층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많은 돈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가며 즐기는 인생. 얼마나 좋고 값있는 삶이 었겠는가. 그는 자기가 가진 능력에 없는 정치판에 이해할 수 없이 뛰어들었다. 착각을 한 것이다. 정치판이 얼마나 무섭고 거기에서 밥을 먹고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저질이고 등 뒤에 칼을 꼽는 건달들이란 걸 몰랐던 것이다. 그때로는 쉽게 그래도할 수 있었던 서울 시장직은 남의 돈으로 평생을 쉽게 살아온 협찬인생의 전문가 박원순이란 더 머리가 좋은 사람에게 속아서 넘겨주고 지금은 자기가 만든 당에서 원내 대표하나 자기사람을 못 뽑는 정말 힘든 정치인생 속에서 피에로가 되어버렸다.
자기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져 버렸는지 그는 이해가 힘들 것이다.
반기문씨가 또 안철수의 경우에서 교훈을 못 받고 똑같이 망가질 위험을 안고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가 대선에서 철수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필자는 이 칼럼에서 유엔사무총장직에 있던 그를 대선판에 끼우는 얘기가 처음 오갈 때 분명하게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국민들이 존경하고 위기에 말씀을 들을 수있는 어른들이 너무 없다. 외교공무원으로 성공한 그가 임기 후 귀국해서 존경받는 원로로 남아주기를 바랬다. 또 필자는 그가 당선될 가능성은 오로지 하나로 보았다. 대선후보없는 보수 쪽에서 대한민국이란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 혹시 그래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그는 여당과 현직대통령이 약해지자 좌우를 번갈아가며 어정쩡하게 기회주의자란 별명대로 행보를 해서 보수 쪽도 실망 시켰다.
늦게라도 그는 한국정치판을 제대로 보아야한다. 지금 한국의 보수대선 후보는 황교안 권한대행으로 거의 낙착이 된지 꽤 된다. 그는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악용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석기와 통진당을 제거하는 쾌거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고, 국정경험과, 젊음, 그리고 수려한 용모와 저질 국회의원들의막가는 삿대질에도 의연한 태도로 결연히 맞서는 좋은 목소리의 보기 드문 인물로 전부터 보수의 총아로 “숨어있는” 대선후보였다.
멀쩡한 사람들이 바보가 될 때. 그때는 꼭 본인들의 어울리지 않는 헛된 욕심들이 화를 부른다. 늦었지만 반기문씨는 제대로 결정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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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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