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전에 읽었던 한비자(韓非子)를 생각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란 전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한비자는 성이 한(韓)이고 이름이 비(非)로 중국의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왕 안(安)의 서공자(庶公子)였다. 전국시대(戰國時代)란 법이나 Rule 따위가 필요 없고 다만 힘이 있는자가 약한 자를 누르고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먹어 치우던 시절이다.
그런 상황에서 약소국인 韓나라가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는지, 임금이 어떻게 정치를 하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실현할 수 있는지, 한비자가 왕을 위해 쓴 여러 글들을 후세에 사람들이 편집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 한비자이다. 여기서 한비자의 子는 공자 맹자 처럼 선생님을 일컷는 존칭이다.
한비자에 의하면 인간이란 대부분의 경우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하고 움직인다. ‘제왕학(帝王學)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킨 한비자는 후에 명분이나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학자(儒學者)들로부터 숱한 오해와 공격을 받았지만 사실상 그 만큼 인간의 이기심을 솔직하게 간파하고 이것을 통치이론으로 발전시킨 인물도 없었다.
한비자는 묻는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애정도, 사상도, 도덕도 아닌 다만 ‘이익’이다.” 따라서 통치자는 인간의 선의를 믿지 말고 다만 법(法), 술(術), 세(勢) 이 세가지로 나라를 다스리라거 했다. 법은 질서이고 신상필벌의 규범이다. 술(術)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노하우이고, 세(勢)는 권세 즉 힘이다. 이 세가지는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얽혀서 하나로 작용한다.
한비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였었다면 아마 첫째로 건의하는 것은 엄격한 법의 집행이었을 것이다. 취객이 경찰관을 폭행한다거나 강성데모대가 정부재산을 파괴하는 것 따위는 절대 용납하지 말고, 정권을 노리는 어떤 누구에게서 약점이 발견되었을 때는 즉시 과감하게 후려 잡는 것이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전 정권시절 적 북한과 내통하여 UN 결의에 투표하였다는 것이 밝혀졌으면 즉각 국법에 따라 처단하고 햇볕 정책을 빌미로 북에 퍼주었던 돈이 핵무기가 되어 나라를 위협한다면 퍼준 세력을 이적죄로 응징하라고 조언하였을 것이다.
다음은 인물을 잘 가려 뽑아서 자기 사람을 적재적소에 심어 놓고 반대 세력을 견제하는 기술(術)을 조언하였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초기에 선의(善意)의 통합차원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연관이 있던 인사들을 사법부에 등용하고, 심지어는 운동권 출신을 대통령의 기록비서관으로 임명하였지만 이 사람들이 한결같이 박 대통령에게 공격의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기록비서관이라는 친구는 최순실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맻고 지내온 것을 알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PC 에 담아서 최순실 것으로 둔갑을 시켜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고는 잠적해 버렸다. 그래서 통치자는 적과 동지를 분명히 할 뿐, 내가 잘해 주었다고 상대로 내게 잘 해줄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정권안정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기의 지지세력을 확실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5.16때는 군출신을 우선 대거 등용하여 요소요소에 배치 시켰고, 김대중 정권에서는 과거 이른바 ‘민주화’세력을 곳곳에 포진시켰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나친 결백증인지, 자기 지지세력을 정부, 언론, 노조, 종교, 군(軍), 어느 곳에도 확실하게 심지 않았다. 심지어 대통령 박근혜를 만든 보수세력을 불러 청와대에서 오찬 한번 한일이 없고 대통령의 경제개혁법 노동개혁법 입법을 돕기위해 거리에서 매일 야당과 언론과 투쟁한 아스팔트보수에게 눈길 한번 준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자기의 세력을 갖지 못한 대통령이 이번 탄핵사태처럼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당하는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잘했다 잘못했다’거나 ‘옳다 그르다’하는 것은 전혀 부차적인 문제이다. 궁극적으로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가’ 하는 파워(power)게임 일 뿐이다. 한비자가 논평한다면 이번 탄핵은 대통령이 ‘파워 게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지나간 얘기이지만, 그러나 박근혜 양이 대통령에 당선 되었을 때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박근혜를 두려워하라. 일본에는 박근혜 만큼 울어본 정치인이 없다”고 했다. 고통을 겪은 만큼 단련되는 것이 인간이다. 아무쪼록 박근혜 대통령이 이 기회를 통해서 지혜와 덕목을 쌓아서 이후 나라를 위해 최고 최선의 리더쉽을 발휘하기 바란다. “The politics is the art of possibility” 정치란 가능하게 하는 술수(術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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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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