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국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가수다”와 “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큰 인기다. 내노라 하는 가수들이 매주 피를 말리는 경합을 통해 순위를 정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여가수 박정현을 보는 재미가 크다.
그녀는 타고난 음악성과 가창력으로 장르를 아우르며 어떤 노래든 자신의 노래로 탈바꿈해 부른다. 진성과 가성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음역대와 섬세한 표현력은 청중들을 깊이 몰입시킨다. 게다가 겸손함과 영민함, 구김살 없는 표정에서 나오는 진정성에 매료된다. 그녀는 사람들의 가슴에 모를 심 듯 노래를 심는다. 이제는 ‘국민 요정’이란 애칭으로 수퍼 스타의 대열에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 내게 박정현이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은 그녀가 우리 같은 이민 일세의 자녀란 일종의 연대감 때문이다. 그녀의 인터뷰 대담을 들으니 1970년대 LA 근교 다우니란 소도시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 목사님의 맏딸이라고 한다. 당시 동양인이 드물었던 백인동네에서 어렵게 자라며 부모님의 목회를 도운 착한 동포 2세, 리나 박이었다. 그녀를 보면서 우리 주위에서 교회를 개척하며 고생하는 목회자 가정들이 생각났다.
“제가 공부 못하면 목사님이신 우리 아버지가 욕먹으시쟎아요” 밝게 웃는 그녀는 초등학교부터 고교졸업 때 까지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시달린 탓에 대학 만은 멀리 동부의 하바드로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형편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씩 웃는 그녀를 보며 왠지 내 딸의 고백처럼, 아니면 이웃 교회 목사님 자녀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짠했다.
그녀는 명문 UCLA와 콜롬비아 대학원에 진학한 좋은 머리 뿐 아니라 음악적 천재성,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진솔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소통력이 돋보인다. 게다가 어려운 중에서도 남을 도우며 살아온 목회자 부모님을 존경하고, 그런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건강한 가치관을 가졌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미국 교육 시스템의 열매란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미국 교육은 타고난 지능 (IQ) 만에 치중하지 않고, 후천적인 인성 능력 (EQ)을 더 중요시 함은 잘 알려진 일이다. 요새는 거기다 CQ (Change Quotient)와 PQ (Practicality Quotient)가 더해졌다. CQ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선도하며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다. PQ는 실용화 역량이다. 머리 속의 이론과 전략을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실용화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다.
가수 박정현이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도 공부로 출세하는 길로 밀려갔을 것이다. 위험부담이 큰 가수보다 고시를 치거나 공무원이 되도록 강요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래 부르는 게 더 행복한 줄 아는 인성 (EQ)을 통해 가수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한국에 나가 십 수년 동안 언어소통의 어려움, 인맥의 한계, 연예계의 편견과 텃세 등을 극복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국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변화 대처 능력 (CQ)과 실용적 사고 (PQ)를 키워준 미국 교육과 성장과정의 덕택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기가 무엇을 즐기는 가를 무시한 채 시험성적이나 IQ만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이 졸업 후 시들어 버리거나 불행해진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진정한 프로가 되지 못하고 아마추어로 머물다가 낙오되고 만다. 거기에 비해 소위 4Q를 충분히 활용하며 스스로의 행복을 개척해 가는 그녀는 이민 이세 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있다.
“프로 CEO의 십계명”이란 글에 이런 비유들이 나온다. “프로는 여행가이고 아마추어는 관광객이다. 프로는 창조적 괴짜 지만 아마추어는 모방하는 꼭두각시다. 프로는 변화를 즐기지만 아마추어는 두려워한다.
프로는 예측 불허한 창공을 날지만 아마추어는 우리 안에서만 논다. 프로는 미래 지향적이고 아마추어는 과거집착적이다. 프로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마추어는 말 뿐이다. 프로는 불을 지피고 아마추어는 곁불만 쬔다. 프로는 이끌기 위해 솔선하고 아마추어는 안주하기 위해 따라만 간다. 프로는 실수를 하고 아마추어는 실패를 한다”.
비록 수 없는 시행착오를 했지만 이제 국민 가수로 우뚝 선 우리들의 2세 리나 박, 박정현은 4Q로 성공한 아름다운 프로다.
<
김희봉 (수필가* Enviro Engineering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